1968년 평화봉사단원으로 한국과 인연을 맺은 이래 한옥의 매력에 심취해 서울 동소문동 한옥에서 35년째 살고 있는 바돌류뮤씨는 지난 6월 동소문동 재개발구역 지정을 취소해야 한다는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을 이끌어낸 주인공이다.
정식 피고인 서울시는 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이고 항소를 포기했지만 `피보조참가인' 자격으로 재판에 참가한 재개발추진위원회가 항소해 서울고등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인데 2심은 이제 막 시작 단계로 최근 첫 기일이 열렸다.
추진위는 1심에서 지더라도 대법원까지 가볼 태세여서 그가 법적인 다툼을 마무리 짓고 일상으로 돌아오려면 앞으로 몇 년이 더 걸릴지 가늠하기 어렵다.
바돌로뮤씨는 20일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재판이 길어지니 힘들고 지친다"며 "사업도 해야 하고 강연도 많이 다니고 하는 일이 많은데 소송 때문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고 내 집에서도 불안하게 살고 있다"고 최근 근황을 털어놨다.
바돌로뮤씨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1심 판결 이후 악화한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재개발에 제동을 건 판결이 나오자 추진위 측이 바돌로뮤씨의 집 앞에서 여러 차례 자신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집에 드나드는 손님들과 충돌을 빚는가 하면 극히 일부이긴 했지만, 자신을 때리기도 했다고 했다.
언론 인터뷰에서 추진위를 비난했으니 사과하지 않으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는 위압적인 내용증명 우편이 날아왔고, 바돌로뮤씨와 뜻을 함께하는 이웃의 한옥 담에는 누군가 빨간 페인트로 욕설을 써놓은 것을 보고 심한 가슴앓이를 하기도 했다.
견디다 못해 경찰서에 전화를 걸었으나 "추진위원장과 잘 상의해 해결하라"는 답변을 듣는데 그쳐 별도움이 되지 못했다.
바돌로뮤씨는 "계속 스트레스, 불안감을 준다. 예전에는 이웃 관계가 평화로웠던데 약간 지옥처럼 됐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1심 승소 이후 그를 응원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는 것.
바돌로뮤씨는 "TV, 신문에 나오니까 경상도, 전라도 같은 데 출장을 가도 이 아저씨 봤다고 그러면서 사람들이 날 보고 고맙다고 잘하고 있다고 한다"며 힘을 보태줬다고 말했다.
최근 그는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했다.
바돌로뮤씨는 "도시 전문가들을 소개받아 동소문동을 어떻게 새로운 문화동네로 만들 수 있을까를 알아보려고 하는데 아직은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며 "북촌을 베끼는 것이 아니라 우리 동네의 역사와 환경에 맞게 해보자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옆집에 사는 이병구(72)씨는 "10년 전에 살던 한옥을 부수고 집을 지을 때 피터가 `아깝다, 아깝다. 그러지 마세요'라고 그랬는데 그땐 무슨 소리인지 몰랐는데 이제는 너무 후회하고 있다"며 "이 사람 덕분에 동네 사람들이 많은 걸 깨닫고 있다"며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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