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양치기소년' 저축은행 자성해야

[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지난해 8월 저축은행업계 취재를 시작하면서 당시 화두인 PF(프로젝트파이낸싱)에 관해 저축은행업계 대표와 홍보담당자들은 한결같이 "더이상 걱정할 게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그로부터 채 1년도 못 된 지금. 정부 공적자금을 관리하는 자산관리공사(캠코)가 또다시 저축은행업계의 부실을 막기 위해 이들이 보유한 부실 PF채권 매입을 서두르고 있다.

◇ 두 가지 놓친 중앙회

저축은행중앙회는 이번 채권 매입에 대해 "공적자금이 아닌 정부 발행 채권으로 진행되는 것"이라며 "손실이 나도 저축은행이 보전하기 때문에 공적자금 손실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술 더 떠 향후 부동산 경기가 되살아나 관련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면 캠코가 매입금액보다 높은 가격에 이를 처분해 추가이익을 가져갈 수 있다는 셈법까지 내놓는 이들도 있다.

캠코가 60억원에 사들인 PF대출건이 부동산 경기 회복으로 70억원이 된다면 10억원의 차익을 정부가 챙길 수 있다는 셈법이다.

중앙회는 두 가지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

캠코는 지난 2008년 말부터 이미 5차례에 걸쳐 총 2조8000억원의 부실 채권을 인수한 바 있다. 이번에 인수하는 채권 매입 규모는 3조원으로 역대최고치에 달한다.

오히려 연례행사처럼 벌어지는 저축은행 부실 PF 문제에 중앙회는 어떤 선제적 대책을 내놨는지 뒤돌아봐야 한다.

당장 오는 8월 취임 1주년이 되는 주용식 중앙회 회장이 이에 대해 답해야 한다.

설상가상 향후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다는 전망이 오히려 설득력이 있다. 캠코의 이번 부실채 매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관련 부실이 시간이 갈수록 커지면 커졌지 이익이 나지는 못할 것이란 예상이 힘을 얻고 있다.

미분양 물량이 지방뿐 아니라 수도권까지 넘쳐나고 있다. 분양가를 25%까지 낮춘 아파트도 등장했다. 주위에선 '급매물을 내놔도 팔리지 않는다'는 투자자들의 넋두리도 심심찮게 확인할 수 있다.

◇ 업계 정상화는 이제부터

25일 캠코의 부실채권 매입계획이 발표된다. 같은날 오후 은행연합회에서는 구조조정 대상 건설사 명단도 공개된다.

20여개 건설사가 C, D 등급을 받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들 해당기업은 사실상 퇴출수순을 밟을 처지다. 이 경우 퇴출수순 건설사와 관련된 저축은행의 연쇄 부실은 피할 수 없게 됐다.

결과적으로 저축은행에게 이날은 말 그대로 '병주고 약주는' 날이 된다.

PF부실 채권 매입으로 저축은행 업계가 한 숨 돌리게 된 것은 사실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업계의 뼈를 깎는 구조조정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중앙회 역시 이같은 질책을 의식한 듯 하다. 중앙회는 이날 "PF대출 부실 책임을 다하기 위해 대주주 증자, 부실자산 정리 등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서민,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공급을 확대해 저축은행 본연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실성 있는 업계의 자정 노력으로 'PF부실' 얘기를 더 이상 들을 수 없기를 기대한다.

뉴스토마토 황인표 기자 hwangi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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