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주인 없는 섬'으로 변해버린 연평도

곳곳에 전쟁의 상흔 그대로 간직…피란민들 귀중품 주섬주섬 챙긴 뒤 다시 탈출 편집국l승인2010.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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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연평도 도발 사태' 사흘만인 25일 오후 취재진이 찾은 연평도는 포탄이 빗발치던 처참했던 전장의 모습 그대로였다.

첫 피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남부리 해성여관 건물 세 동은 골재 일부만 남긴 채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잿더미로 변한지 오래였다.

바로 옆 다방 건물에는 거꾸로 뒤집혀 버린 의자 사이로 싸늘한 커피가 담긴 찻잔 2개만 테이블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연평도 도로 한 복판에는 포탄 파편과 무너져 내린 벽돌, 깨진 유리창 조각이 나뒹굴었다.

주인이 떠나고 없는 빈집들은 불에 타거나 벽지가 뜯겨져 덜렁거리는 모습이 영락없이 흉가였다. 시린 바닷바람이 방 안으로 매섭게 몰아치는 걸 보고 있노라니 이 곳에서 과연 사람이 살았을까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실제로 이날까지 대부분의 주민들이 빠져나가곤 난 뒤라 연평도는 유령의 섬으로 점점 변해가고 있다. 그나마 오후 늦게 보이던 주민들은 잠시 집에 들른 피란민들이었다.

북측의 추가 피습에 대비해 섬을 빠져나갔던 일부 주민들이 이날 여객선 운항이 재개되자 고향으로 잠시 돌아온 것이다.

이날 오후 12시 30분에 인천 연안부두를 출발해 3시간여만에 연평도에 도착한 주민들은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오후 5시 인천으로 떠나는 배를 다시 잡아타기 위해서였다.

1시간여 동안 옷가지와 생필품, 통장, 현금만 챙긴 뒤 활짝 열어뒀던 문만 잠근 채 다시 섬을 빠져나가는 배에 몸을 실었다.

동네 슈퍼를 운영하는 변모(72) 할머니는 "가게를 다 들고 가고 싶은 심정이지만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젠데 가게 걱정이 되도 어떻게 여기 있겠냐"고 하소연 했다.

변 할머니는 가게를 한 바퀴 둘러본 뒤 옷가지를 챙기고 자물쇠 두 개로 가게 문을 잠궜지만 모든 유리창이 다 떨어져 나가버려 아무런 소용도 없어보였다.

주민 김모(40)씨는 "집 뒤로 포탄이 떨어지자 무서워 화장실에 숨어 있다가 1차 포격이 끝난 직후 잠잠해진 사이 슬리퍼 차림으로 인천행 배에 몸을 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가족들은 인천에 남겨둔 채 홀로 돌아온 김씨는 통장과 귀금속 등 가방 2개만 챙겨 다시 섬을 탈출했다.

또 마당에 묶어둔 개에게 밥을 주며 작별인사를 하는 주민도 있었고, 김장을 담그다 피신했던 한 아주머니는 소금에 절여진 배추를 안방에 들여다 놓고는 뭍으로 향했다.

이제 연평도에는 거의 모든 주민이 빠져나가 '주인 없는 섬'이 됐다. 그 빈 자리를 군 부대원들과 국내외 언론사 취재진들이 지키게 됐다.편집국  webmaster@ev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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