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이축허가, 옛건물 무조건 철거해야"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 다른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서 신축건물을 지을 수 있는 이축권(일명 딱지)을 매입한 이후 기존 그린벨트가 해제됐더라도 종전 건물은 철거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4부(윤재윤 부장판사)는 이모(40.여)씨가 경기도 과천시장을 상대로 낸 철거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이씨는 2002년 7월 경기도 과천시의 한 그린벨트 내 철거예정 건물을 매입하며 인근 그린벨트에 단독주택을 지을 수 있는 이축권도 함께 획득했다.

3년 뒤 철거예정 건물 부지와 단독주택 신축예정 부지는 모두 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되면서 그린벨트에서 해제됐고, 하수관 이전문제 등으로 공사를 하지 못하던 이씨는 3층 규모의 단독주택을 짓고 2006년 11월 사용승인을 받았다.

과천시는 이후 이씨를 상대로 기존 건축물을 철거하지 않은 만큼 일주일 내에 철거할 것을 통보했지만, 이씨는 종전 건물의 부지가 그린벨트에서 해제된 만큼 철거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1심은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에서 종전 건물을 철거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과천시의 철거 명령은 법적인 근거가 없다"며 이씨의 손을 들어줬지만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이축권에 따라 건축허가를 받은 경우 신축 건물이 완성되면 종전 건물을 철거하고 해당 부지를 반환해야 한다"며 "신축 이후에도 종전 건물을 보수해 사용한다면 연속적인 이축 행위가 일어나 결국은 무제한적인 개발 행위를 규제할 방법이 없어진다"고 밝혔다.

이어 "이씨가 본래의 건물이 더이상 주거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이축 허가를 받은 만큼 이는 결국 종전 건물의 철거를 전제로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해당 부지가 그린벨트에서 해제됐다 해도 종전 철거 의무가 묵시적으로 철회됐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이축권이란 공익사업 등으로 그린벨트 내의 건축물이 철거될 때 다른 그린벨트로 옮겨 지을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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