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다스리는 연습

그리스가 동방의 찬란한 왕국 트로이를 정복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그 유명한 ‘트로이의 목마’전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까지 ‘그리스인이 주는 선물을 조심하라’는 말은 바로 이 전술 탓이라고 합니다.
그 전술을 생각해낸 인물이 바로 오디세우스(로마이름 율리시스) 입니다.
그는 아킬레스처럼 뛰어난 전사도 불가사의한 요술을 부리는 신도 아니었습니다. 우리와 똑같은 감정과 능력을 가진 평범한 장군이였지만 지혜로운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전쟁을 마치고 사랑하는 아내가 기다리는 고국으로 가는 항해길은 시련의 연속이었습니다. 그 항해의 시련 과정을 그린 서사시가 바로 우리가 다 아는 호머의 ‘오디세이’입니다. 평범한 능력만을 가진 그가 어떻게 그 험난한 시련을 이겨낼 수 있었을까요?

모든 시련과 유혹은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었습니다. 그는 시련을 이겨낼 뛰어난 신체도, 유혹을 물리치는 특별한 정신력도 없었기에 시련과 유혹을 대하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그는 지혜를 발휘하였던 것입니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나를 이기는 것을 극기라고 합니다. 극기란 나를 극복하여 새로운 경지에 다다른 것을 말합니다.

그러나 내가 극복해야할 나는 내가 극복할 수 없는 타고난 인간성입니다.
타고난 인간성을 극복했다면 그것은 이미 인간이 아닙니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면 나를 극복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다만 내가 극복해야할 나를 대처할 뿐입니다. 그것이 지혜입니다.

내가 극복해야할 나는 용수철과 같습니다. 용수철은 누르면 누를수록 탄성이 강해집니다. 누르고 있다고 해서 극복했다고 할 수 없습니다. 누를수록 더 힘이 들 뿐입니다. 바람은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계산할 뿐입니다.

오디세우스는 귀항 중 사이렌 섬을 지나게 됩니다. 사이렌이라는 요정이 사는 곳인데 지나는 뱃사람들을 환상적인 목소리로 유혹합니다.

그 유혹에 이끌려 섬으로 들어가면 바로 죽음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는 그 유혹의 노랫소리를 꼭 듣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 어떤 인간도 사이렌의 유혹을 견딜 수 없다는 사실을 안 오디세우스는 어떻게 할까요?
그는 자신을 커다란 돛대에 단단히 묶고, 부하들의 귀는 밀랍으로 완전히 틀어막았습니다. 섬을 지나는 동안 사이렌의 노래가 너무 강렬하여 오디세우스는 풀어달라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러나 부하들은 그의 외침도 사이렌의 노랫소리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여기에서 사이렌의 노래는 극복할 수 없는 우리 인간성을 비유합니다. 인간성은 피할 수도 극복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지혜롭게 대처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