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과학잡지에서 자신과 주위를 파괴할 수 있는 행동 10가지를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뒷담화, 도박, 거짓말, 폭력, 도둑질, 속임수, 중독성 습관, 괴롭힘, 성형수술과 문신, 스트레스가 그것입니다.

그 중 자신과 주위를 파괴할 수 있는 가장 위험한 행동 1위가 무엇이었을까요?
폭력? 아니면 속임수? 도박? 다름 아닌 뒷담화었습니다. 왜 뒷담화가 가장 위험한 행동인지를 밝히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조사가 맞는지 틀린지를 떠나 뒷담화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됩니다. 누구나 가까운 친구, 동료를 만나면 뒷담화를 합니다. 심지어 참석한 사람조차 잠깐 화장실을 가면 뒷담화의 대상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만큼 뒷담화는 우리 생활에 일상화되어 있어 별다른 죄의식 없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영국학회에서 발표하였듯이 사람들이 교류하는 정보의 99%는 다른 사람에 관한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정작 우리 자신도 뒷담화의 대상에서 예외일 수 없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습니다. 기원전 1550년경 이집트 상형문자에도 노예들이 주인을 뒷담화하는 내용이 있다고 합니다.
결국 뒷담화는 인류가 무리를 지어 의사소통을 시작한 때부터 존재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뒷담화라는 정의는 영어 gossip인데, 그 어원이 god 대부 sibb 친척입니다. 다시 말해 대부나 가족처럼 친한 사람들끼리 모이면 으레 이야기꽃이 피는데, 그때 자연적으로 나오는 주로 다른 사람에 관한 이야깃 거리를 말합니다. 그것이 오늘날에는 ‘그 자리에 없는 사람에 대한 험담’을 말하는 것으로 정착되었습니다.

뒷담화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긍정적인 면이 있기도 합니다. 실제로 미국 버클리대 연구팀이 수백 명의 지원자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실험결과, 뒷담화가 스트레스를 줄이고 나쁜 행동을 막는 등의 장점이 있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뒷담화를 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동질감 내지는 친밀감이 행복감을 느끼게 해준다는 것이고 나아가 그것이 타인으로 하여금 나쁜 행동을 자제하도록 하는 힘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동물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히말라야 원숭이는 어떤 원숭이를 친구로 만들고 싶으면 제3의 원숭이를 공격합니다. 그때 친구로 만들고 싶은 그 원숭이가 함께 가세하면 둘은 친구가 된다고 합니다.

결국, 사람이나 동물이나 함께 남을 공격하면 그 순간 친해지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그것이 자신과 주위를 파괴하는 것일까요?
결속력을 강화시켜주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그 뒷담화가 왜 나를 파멸시키는 것일까요.

chwonll@hanmail.net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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