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One dallar)의 소중함

앙코르 왓은 캄보디아 씨엠릿에 위치한 세계 7대 불가사의로 지칭되는 웅장, 화려 하면서도 신비스러운 건축물이다. 누구나 씨엠릿의 앙코르 왓을 한번쯤 가보고자 하는 마음은 다들 있을 듯하다. 사진으로 보면 돌로 만들어진 돌 조각품 같은 건축물과 희귀한 나무들의 신비스럽고 특이하게 자라난 모습들이 호기심을 자아내곤 한다.

9세기부터 크메르제국을 건설하고 오늘날 앙코르로 알려진 나라의 최초 왕 자야바르만 2세가 세웠다고 역사적으로 전해지고 있다. 크메르제국은 수리야바르마 2세와 자야바르만 7세때 전성기였고 앙코르 왓은 앙코르 왕국의 수리야바르만 2세에 의해 건설되었다고 한다. 앙코르 왓을 여행하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첫 관문인 씨엠릿 공항이다.

공항의 건물도 동남아 특유의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한눈에 보아도 저개발국가의 허접한 모양의 공항으로 인식이 될 정도이다. 공항의 트랩도 연결트랩으로 되어 있는 게 아니고 비행기 트랩에서 내려 한참을 걸어서야 공항입국 수속을 한다.
물론 셔틀버스도 없다.

입국수속을 하기위해 줄로 서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가 싶으면 알아듣지 못할 어려운 말들이 몇 마디 오가면서 가이드의 설명이 시작되다. 여기 공항은 급행료가 필요한데 원달러만 내면 바로 수속이 시작되고 그렇지 않으면 순서를 기다려야 하는데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엄포성 발언이다.

이것은 원달러를 받기위한 공항 측의 수법이다. 수법치고는 촌스럽기 그지없다. 처음부터 비용을 받으면 될 일인데 따로 받는 것은 주머니가 다른 것 때문인지 모른다. 어쨌든 여행자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원달러를 여행단체별로 걷어서 주면 돈을 받는 제복 입은 관계자는 우월감에 찬 모습으로 척척 받아서 신속히 처리해 준다.

이것이 원달러의 소중함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다음날 앙코르 왓을 관광하는데 동남아의 빈곤국에서 흔히 볼 수 있듯이 잡다한 선물가지고 원달러! 원달러! 외치며 자기 것을 어떻게든 팔아 보겠다고 안간힘을 다 써본다. 처음에는 여유를 가지고 흥정을 한다. 한 개내지 두 개에 원달러하다가 일행이 자리를 옮길 정도가 되면 개수가 자꾸 올라가기 시작한다. 결국 떨이까지 나온다.

이런 수법을 우리나라 여행자라면 다 안다. 그런걸. 잘 이용하면서 즐기기도 한다. 그 나라 사람들의 인격을 모독하기 위한 것은 아니고 짓궂은 장난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장난삼아 하는 사람들이 가끔은 있다. 또한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자의 한가로운 여유일수도 있다.

이러한 일들이 캄보디아 씨엠릿 2박3일 동안 계속하다 보면 현지인들로 하여금 원달러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어쩌다 나무 그늘 밑에서 약간의 휴식을 취하다 보면 어김없이 장사하는 아이들로부터 어른들까지 물건을 가지고 몰려든다.

마음이 안쓰러워 다소는 필요 없지만 큰돈이 아니므로 원달러를 주고 물건을 사준다. 대체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사준다. 정이 많은 이유도 있지만, 빈곤의 시절을 경험한 탓도 있다.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그런 시절을 겪어본 세대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냥 원달러를 주게 되면 그 사람들의 공짜의식이 심화될 것 같아 금방사서 버릴 것이지만 사주는 아량을 베푼다. 그러면 이 사람들은 고맙다는 말을 연신외치고 다음 사람에게 다가가서 사주기를 종용한다. 앙코르 왓 왕국의 옛 영화가 물들여져 있는 거대한 도읍에 군대 군대 쉬어 갈수 있는 나무그늘들이 눈에 띠곤 한다. 거기에는 한가로이 놀고 있는 아이들이 눈에 띠곤 한다.

그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여느 나라 아이들과 별다름 없이 행복해 보이고 평화로워 보인다. 그 아이들은 장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원달러에 대한 욕심도 없다. 그냥 원달러 달라고도 하지 않는다. 대가없이 바라지 않은 자존심 일수도 있다.

우리를 바라보는 모습이 그냥 외국인들을 보고 신기해 보이거나 호기심에 찬 모습으로 볼뿐이다. 그러고도 천진난만해 보인다. 이런 모습이 저개발국가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저녁이 되어 일행들과 저녁 식사 후 그 나라의 공연문화인 민속 쇼를 보러간다.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이 대체로 젊은 사람들이 일을 하는데 힘들어 보이거나 고맙게 여겨지면 원달러의 돈을 팁으로 주면 더 할 수 없는 고마움을 표시한다. 원달러면 천원 조금 넘는 돈인데 우리나라 국내에서는 원달러의 가치를 이렇게 소중하게 여겨주고 고맙게 여겨 줄 사람은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일행들과 그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원달러 모임을 가져서 모금도 하고 얼마간의 연회비를 걷어서 캄보디아 빈민들을 돕는 일을 하자고 제안을 해봤다. 다들 동감은 했으나 외국을 다닐 시간과 금전적 문제 때문에 사실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원달러의 즐거움을 같이 하는 날이 또 오기를 기대하며, 그들이 잘사는 것을 볼 때까지 여행은 계속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