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빠져있던 분인데…" 김종학 PD 추모 이어져

'드라마의 거장' 김종학 PD 빈소가 마련된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4호실에는 장례 이틀째인 24일에도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빈소를 찾은 방송 연예계 관계자들은 일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던 김종학 PD의 생전을 떠올리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배우 나문희는 "그냥 '상황이 그런가 보다' 생각했는데 이렇게 답답한 상황인지는 몰랐다"며 "가슴이 너무 아린다. 얼마나 길이 없었으면 그렇게 드라마만 좋아하던 사람이 훌쩍 떠났겠나"라고 아픈 마음을 드러냈다.

배우 김영옥도 "잘 먹지도 않고 일할 정도로 일에 빠져 있던 양반인데 이렇게 가야 했는지 너무 안타깝다.

너무 깨끗한 사람이라 참기 힘들었던 것 같다"며 "영혼이라도 편히 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안타까워했다.

'여명의 눈동자' '태왕사신기' 등 고인의 연출작에 출연한 장항선은 "그분은 마음이 여렸다. 이번에도 여린 마음에 그리하지 않았겠나. 잘 헤쳐나가리라 생각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MBC 공채 15기 탤런트 출신 조형기는 "15기에게 김 감독님은 담임선생님이었다"며 "워낙 강하신 분인데 돌아가셨다니 많이 외로우셨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편히 쉬시길 바란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변희봉은 "한국 드라마사에 한 획을 그었다. 드라마를 진일보시켜서 엔터테인먼트가 되게 만든 분"이라며 "드라마에 있어서 선구자 역할을 하셨다"고 고인을 기렸다.

임현식도 빈소를 찾아 "당대 최고의 거장으로서 멋지게 활동해야 할 감독이 왜 이렇게 됐는지 잠을 못 이루고 있다"고 했다.

이외 심양홍, 송옥숙, 정동환, 정한용, 길용우, 이희도, 박영지, 이병준, 오광록 등 중견 배우들과 이정재, 안재욱, 명세빈, 유준상, 문소리, 박성웅 등 후배 연기자들도 빈소를 찾아 애도했다.

'모래시계' '여명의 눈동자'에 출연한 배우 박상원은 이틀째 빈소에 머물며 조문객을 맞았다.

선후배 연출자들과 차인태 등 방송계 인사들도 빈소를 찾아 애도했다.

'허준' '대장금' '이산' 등을 연출한 이병훈 PD는 빈소를 나서며 "김종학 PD는 드라마 제작 분야에서 큰 행적을 남긴 아까운 인재"라며 "개인적으로 30년간 연출, 조연출 또는 제작자와 연출자 관계로 함께 일했는데 세상을 떠나서 너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업을 하기보다는 탁월한 연출가로 계속 남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풀하우스' '그들이 사는 세상'의 표민수 PD는 "같은 연출자로서 정말 대선배이고 거물이셨다. 이렇게 떠나보내게 돼 너무 안타깝다"고 추모했다.

표 PD는 "과거 김종학프로덕션에서 드라마 '풀하우스'를 연출했다. 당시 내가 로맨틱물이라서 하기 싫다고 하자 고인이 '잘 될 작품이니 꼭 해봐라'는 조언을 해 준 것이 기억이 난다"고 떠올렸다.

PD들은 빈소에서 김 PD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간 외주제작의 문제점을 성토하기도 했다.

고인의 오랜 지인은 취재진에게 "일주일 전에 고인을 만났을 때 '오늘 하루 구름 위를 떠다녔다'는 말을 했다"며 김 PD가 횡령 및 배임 관련 수사로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고인의 이름을 팔아 투자를 받고, 돈을 받은 뒤 잠적했다. '배달사고' 같은 일이 너무 많다"며 "나쁜 짓을 했으면 자기 발로 조사를 받으러 왔겠나"며 고인의 억울함을 토로했다.

김종학 PD의 장례는 한국드라마PD협회장으로 치러진다.

드라마PD협회장 전산 PD는 "고인은 늘 새로운 드라마 형식을 후배들에게 작품으로 가르쳐줬다"며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들, 다들 손대기 꺼린 것들을 역사의식을 갖고 다뤘다"고 협회장을 결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영결식은 25일 오전 8시30분 진행된다. 장지는 성남 영생관 메모리얼 파크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