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실종 시대, 광주도 심각하다

경제민주화 정책이 기업의 발목을 잡는다는 경제부총리의 망언이 터져 나왔다. 그의 이런 행태에 대해 그나마 좋게 보아주는 사람들은 아마도 그가 재벌들을 설득하는데 실패했다보다 라고 말한다. 천만의 말씀이다. 설득은 무슨 설득, 재벌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경제민주화를 무력화하는 대책을 상의하지나 않았으면 다행이다.

박근혜 정부의 이 같은 경제민주화 약속 내팽개치기를 보고 있자니,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라는 말이 실감난다. 당시 박근혜 후보의 경제민주화 실천 의지를 호언장담하며 진보진영 표를 주워가는데 앞전 섰던 김종인씨의 요즘 생각이 궁금하다. 사과문이라도 발표해야 하지 않나?

경제민주화란 게 지난 대선 때 여당이 거세게 이슈로 들고 나왔지만 개념이 모호했다. 그 결과 대선 기간 동안 경제민주화의 정의에 대해 설왕설래하느라 시간을 참 많이도 보냈었다. 여러 가지 논의들이 많았지만 경제민주화의 최종 종착지는 특권 없는 세상이다. 특히 정부가 재벌들에게 한없이 허용하는 특권 없애기가 경제민주화의 핵심 중의 핵심이다.

한국의 재벌들에게 특권이란 이권으로 나타난다. 정부가 앞장서서 재벌에게 이권을 주다니 이게 도대체 가당키나 한 일인가. 이제 그런 이권을 재벌들에게만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게 경제민주화 정책이다. 그런데 경제부총리는 지금 재벌들에게 이권 주는 일을 거두자는 게 기업발목 잡기라는 참으로 황당한 망언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민주화를 하면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다는 생각은 즉시 접어야 한다. 민주화를 통해 특정집단에게 이권만 주지 않아도 경제는 비약적으로 성장한다는 게 선비다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이권산업은 비효율적이어서 그렇다.

심지어 국민들이 직접 나서서 기업정책을 일일이 체크하는 직접 민주주의를 하면 경제성과가 더 좋아진다는 게 한국의 친 재벌 경제학자들을 제외한 대다수 학자들의 견해다. 각국의 실증 자료가 그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2002년에는 스위스 대기업의 임원들이 아부하느라 주민참여 직접 민주제를 성토했으나, 정작 사장단 모임인 ‘기업인연합’에서는 오히려 직접민주제도의 강화를 요구했다. 성장에 도움이 되니 그랬던 것이다. 그런데도 왜 우리나라는 기업들도 아닌 정부가 앞장서서 민주화를 거부하는가. 참 영혼 없는 정부다.

그럼 광주 같은 지역단위에서는 경제민주화의 문제, 즉 이권의 문제가 없는가. 사실 2000년대 초반 지방분권을 맹렬히 호소할 때 일각에서는 지역토호들의 준동, 지자체의 부패에 의한 지역 파탄문제를 심각하게 제기했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중앙집권이 지나쳐서 분권 이후의 지자체 부패나 건전한 지방자치의 어려움 같은 문제는 깊게 천착할 겨를이 없었다. 지방분권 추진에 매달리느라 지역의 수권태세 점검이 소홀했던 것이다.

하지만 자치단체장들은 지역 권력의 정점에서 지역왕국을 건설하여 주민의 삶과는 무관한 전시성 치적 쌓기에 골몰하고 있고, 지역토호들은 그 자치단체장과 결탁하여 각종 이권사업을 독식하고 있다는 매서운 질책이 쏟아지고 있다.

예로부터 지방수령들의 악명 높은 탐관오리 행태는 널리 알려진 바 있지만, 연일 터지는 지자체 비리 뉴스를 보면 그 같은 타성이 결코 사라지지 않은 모양이다.

또한 국가와 지자체의 이권집단과의 연결고리가 서로 거의 닮았다. 지역의 토호들은 온갖 이권을 누리는 재벌 노릇을 하고 있고, 지자체는 재벌의 편을 들어 주며 스스로의 이익도 챙기는 정부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특정집단의 이권을 없애야 한다는 차원에서 국가 경제민주화의 필요성과 지역 경제민주화의 필요성은 완전히 일치한다.

이권 결탁 구조의 타파가 국가적인 경제성장에 도움을 주듯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 역시 이권 결탁산업은 원래 비효율적인 산업이어서 그렇다. 결탁을 끊고 지역에 꼭 필요한 분야에 행정의 관심이 갔을 때 지역이 더 활성화되리라는 것은 상식이지 않나.

이제 광주의 NGO 활동도 지방자치 능력, 즉 지역수권 능력 향상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스위스 사례에서도 말했듯이 시민이 직접 정치에 관여해야 한다. 지역의 이권집단을 위한 정책이나 조례를 시민투표를 통해 무력화시키는 것이 시민의 정치 관여의 일부다.

지역발전에 필요한 정책이나 조례를 발의함이 포함됨은 물론이다. 시민의 이 같은 직접 정치행동이 가능하려면 헌법, 법률 그리고 조례를 꾸준히 손보아야 한다. 따라서 지방분권 운동은 그 같은 법적 정비를 추동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할 것이다. 광주 발전을 원하는가. 그럼 시민투표로 광주를 지배하는 이권 권력 단절에 총 매진하자.

▲이민원 광주대학교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 前 국가균형발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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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webmaster@ev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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