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뉴스는 어제 새누리당 에너지특위에서 발표한 전기요금체계 개편안이 서민의 전기요금 부담을 줄여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현재 6단계인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3단계로 개편하는 것으로, 전기소비 상위층의 부담을 늘리고 중하위층은 줄여줄 수 있다고 한다.

새누리당 에너지특위가 내놓은 이번 개편안은 국정원 변호를 위한 부실 청문회 후폭풍을 잠재우고, 박근혜 대통령의 민생 전념 선언에 화답하는 성격이 강하지만, 한바탕 홍역을 치른 세법개정안처럼 여러 가지 면에서 여론의 역풍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전기소비를 줄이는 것이 절체절명의 과제인 현실을 감안하면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커진다. 현재 전기요금체제는 1단계(사용량 100㎾h 이하, 59.10원 적용), 2단계(101∼200㎾h, 122.60원 적용), 3단계(201∼300㎾h, 183.00원 적용), 4단계(301∼400㎾h, 273.20원 적용), 5단계(401∼501㎾h, 406.70원 적용), 6단계(501㎾h 이상, 690.80원 적용)로 구분된다. 1단계와 6단계의 차이는 11.7배에 이른다.

새누리당 특위의 주장에 따르면 전체 가구의 62%가 속하는 200∼600㎾h 구간과 기초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의 70%가 속하는 150∼400㎾h 구간을 단순화하면 이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1∼2단계(200㎾h 이하) 구간은 현행 수준을 유지하고, 900㎾h를 초과하는 전력소비 상위층 가구에 대한 세율을 높이면 이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소수의 세 부담 증가로 무려 전체 가구의 62%(기초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을 더하면 더욱 커진다)에 해당하는 부담총액의 축소를 매울 수 없는 노릇이다. 조세연구원과 옛 지경부 등의 연구용역도 현행 6단계인 누진제를 3단계로 줄이고 배율을 축소할 경우 전기소비 중하위층의 부담이 커진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한 상태다.

만일 ‘탈원전’이 시대의 사명이자 미래세대를 위한 일이라면 전기요금은 지금보다 3~4배는 올려야 한다. 화석연료과 핵연료를 대체할 재생에너지와 청정에너지 발생 및 저장기술의 부족으로 인해 ‘탈원전’은커녕 화석연료의 사용도 줄일 수 없는 것이 현실인 상황에서 전기소비를 늘릴 수 있는 개편안이란 무책임의 극치이자 자살행위에 다름 아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온실효과가 폭염과 폭우로 이어지는 현실에서 그 결과가 확실하지도 않은 전기요금체제 개편안은 기름을 안고 불로 뛰어드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여론의 역풍에 직면해 한바탕 곤욕을 치른 세법개정안은 그나마 방향성에서는 옳았다.

방식과 과정, 순서와 대상에서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긴 했지만 복지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편법적인 증세를 선택한 세법개정안은 나름의 의미를 지닌다. 반면에 새누리당 특위의 전시소비개편안은 결과는 차치하더라도 방향성에서부터 틀렸다.

이번 개편안은 ‘효과적으로 청문회를 무력화시킨 새누리당이 10월재보선 승리를 위해 말도 안 되는 개편안을 내놓았다’ 말고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게다가 이번 개편안에는 유가가 오르면 전기요금이 자동 인상되도록 만들었다. 이는 낙수효과가 최소한으로 이루어지던 자본주의 전성시대에나 가능한 얘기다.

유가가 오르면 경제는 위축되고 물가는 오르며, 실업자가 늘어나고 실질임금은 하락하기 마련인데, 유가와 연동한 전기요금 개편안은 중하위층을 향한 진정한 의미의 세금폭탄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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