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적 지지율에 도취됐던 청와대의 어리석음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다. 한국갤럽의 10월 첫째 주 조사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지, 잘못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지’ 질문한 결과, 56%는 긍정 평가했고 34%는 부정 평가했으며, 10%는 의견을 유보했다. 이같은 긍정 평가 비율은 같은 기관의 1주일 전 조사 때의 60%보다 4% 포인트 하락한 것이고, 9월 둘째 주 조사 때의 67%보다는 11%포인트나 떨어진 것이다.

불과 3주 사이에 국정 지지율이 11% 포인트나 떨어진 것은 급락이라고 할 만한 수치이다. 또한 취임 이후 처음으로 부정적 평가가 30% 선을 넘어선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다른 기관의 여론조사에서도 박 대통령의 지지율 60% 대가 무너진 것으로 알려져, 박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은 추세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같은 박 대통령 지지율 하락 현상은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파문,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사퇴 파문과 복지공약 후퇴 논란 등이 연이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이 국정운영에 있어서 강경일변도의 태도를 고수하여 소통부재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점도 지지율 하락을 촉진시켰다는 해석이 많다.

그동안 박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고무되어 국정운영에 자신감을 보이며 대야 강경자세로 치달았던 청와대와 새누리당으로서는 적색 신호등으로 삼아야할 상황이다. 사실 그동안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비교적 높은 수치를 나타냈던 것에 청와대가 도취될 일은 아니었다.

그것은 구체적인 국정운영의 성과에 힘입은 것이라기 보다는 남북관계나 외교활동에 따른 일시적 상승, 집권 초기에 가능한 기대심리, 민생개선에 대한 기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그동안 거리를 두어왔던 국내 정치현안에 대한 발언이 3자회담을 계기로 터져나왔고, 채동욱 총장이나 진영 장관 문제와 관련하여 청와대가 논란의 중심에 서는 상황이 됨에 따라 박 대통령도 정치적 갈등의 당사자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이 강경한 정국운영의 주인공으로 비쳐짐에 따라 그의 지지층 역시 분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이제 박 대통령이 국정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지 않는다면 국정지지율 하락 현상은 계속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일단 특별한 지지율 상승의 재료는 당분간 눈에 띄지 않는다. 남북관계도 다시 냉각기를 맞게 됨에 따라 박 대통령으로서도 ‘원칙이 거둔 성과’를 내세우기가 어렵게 되었다.

정국의 대치상황을 주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포용의 리더십이 발휘되어야 하는데 현재까지 박 대통령의 인식을 보아서는 그같은 기대를 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박 대통령이 이제까지와 같은 일방적이고 독선적인 국정운영 방식을 고수한다면 지지율 50% 대도 연내에 무너질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지난 대선에서 드러났던 박 대통령의 고정적 지지층을 40% 정도라고 본다면, 나머지 중도층은 상황에 따라 지지를 철회할 수 있는 성격의 층이다. 특히 민주주의 후퇴 논란의 확산은, 이명박 대통령 시절에도 경험했듯이, 중도층이 등을 돌리는데 민감하게 작용한다.

또 하나의 변수는 경제사정이다. 아직까지 중도층이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유지했던 이유 가운데는 경제와 민생 해결에 대한 기대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제사정이 호전될 가능성은 당분간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복지공약 후퇴 논란은 계속될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섰지만 막상 민생에 있어서 개선되는 것이 없다는 판단이 확산될 때, 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기본적인 지지선에서 다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보면 사실 이제까지 박 대통령의 높았던 지지율이라는 것이 결코 기초가 튼튼한 것이 되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집권 초기의 특수한 상황에서 가능할 수 있었던 현상을 갖고 청와대와 여당이 고무되어, 독선적인 국정운영으로 치닫는 오판을 하게 되었다면 너무도 안이한 모습이었다.

대통령의 지지율이라는 것은 상승할 수도 있고 하락할 수도 있는 것이다. 대통령의 지지율이라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집권 1년차를 거치면서부터는 하락을 면치못하고 집권 후반기 이후에는 반토막이 나곤 했다. 박 대통령이라고 해서 이와는 다른 상황을 기대할 수 있을까.

아니, 지난 대선에서 그 자신이 공언했던 온갖 화려한 약속 때문에, 기대가 실망으로 바뀔 요소들은 누구보다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청와대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자신들의 국정운영 방식에 대해 그렇게 자신만만해 했고 아직도 그러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일시적인 지지율에 도취되어 한달 앞을 내다보지 못한 어리석음이다.

△ 유창선 시사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