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균형발전을 정체성으로 한 참여정부가 낙후지역의 상징인 호남, 특히 광주에 특별 투자한 사업이 아시아문화 전당 건립이었다.

2003년 관련 특별법, 관련 대통령 위원회 등을 만들며 구 전남도청 부지를 중심으로 약 5조원 규모의 사업을 시작하였다.

이제 내년이면 아시아문화전당이 완공되어 이곳 광주에서 본격적인 아시아 문화콘텐츠 생산이 시작되리라 기대하고 있던 참에, 느닷없이 금년 1월 아시아문화개발원 측에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다른 기관에 위탁운영을 의뢰하는 방안을 발표하였다.

이후 여러 곳에서 이에 대한 찬반의견을 내 놓았고 지난 6월 정부가 관련 법안 개정을 입법예고 했고 현재 개정된 법안이 국회로 넘어갔다.

정부의 주장은 법인화를 해야 전문가들이 자율적으로 경영을 하여 효율성을 달성할 수있다고 요약된다. 이에 반해 광주 지역의견은 원안대로 정부가 운영을 해야 안정적인 재정을 보장받고 위상을 확보할 수 있다고 요약된다.

양측 주장의 옳고 그름은 간단한 점검으로 판가름 난다. 먼저 양측 주장의 가정을 살펴보자.

1) 국가가 운영하면 재정이 안정된다는 광주지역의 주장은 국가운영이 아니면 재정안정을 보장할 수 없다는 가정을 전제로 하고 있다. 예산권을 가지고 있는 정부가 재정안정을 보장할 수 있다는 주장은 상식이다.

2) 법인화를 해야 전문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정부의 주장은 정부는 비효율적인 존재이고 민간기관만이 효율적이라는 가정을 전제로 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기관의 전문성을 믿지 못하겠다는 발상은 정부 스스로의 전문성을 부인하는 자가당착이다. 앞으로 정부 발표의 전문성을 누구더러 믿으라 할 것인가. 정부 주장의 가정은 틀렸다.

다음으로 양측 주장의 이유를 살펴보자. 양측 주장의 이유는 두 가지 모두 매우 의미있다.

1) 정부에서 주장하는 법인화의 이유인 ‘전문성’ 없이 아시아문화 콘텐츠를 생산할 수는 없는 일이니 전문성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2) 또 광주 지역의 주장인 국가운영의 이유인 재정안정과 위상 보장 없이 아시아문화중심도시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법인화를 하면서도 전문성에 더하여 재정안정도 반드시 필요하고, 국가운영을 하면서도 재정안정에 대하여 전문성, 효율성 확보도 반드시 필요하다.

먼저 국가가 운영하면서도 정부의 주장과 달리 전문성, 효율성 달성이 가능한가부터 보자. 도대체 국가가 운영하면 전문성과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황당하다.

2003년 초기 구상부터 줄곧 국가가 운영하는 것으로 체계를 세워 10년 이상 계획을 진행시켜왔는데 이제 와서 갑자기 국가가 운영하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가당키나 한가.

오히려 요즘처럼 불안한 시대에는 ‘국립’의 안정성에 기대야만이 전문가 영입이 훨씬 더 쉽지 않겠는가. 또한 효율성 측면도 국립의 체계 안에서 운영의 효율성 추구로 인식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전면적인 상업성의 추구로 흐른다면 아시아문화콘텐츠 생산이라는 가치는 얄팍한 상술에 의해 뭉개지고 말 것이다.

다음으로 법인화를 통하면서도 광주지역 의견과는 달리 재정안정이 가능한가를 보자. 헌정이 시작 된 이후 언제 호남이 국가로부터 예산의 배려를 받은 적이 있었던가.

법에 의해 객관적으로 재정을 운영해야 할 정부도 호남차별을 일삼아왔는데, 정부의 눈치를 보아야 할 위상 낮은 법인에게 안정된 재정을 기대할 수는 없다.

요약하면 국가가 운영하면서도 전문성, 효율성을 달상가능하고, 법인화를 통하면 재정안정 달성이 불가능하다. 결국 국가가 운영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는다.

그런데 얼마 전 광주시장이 ‘재정안정을 보장받는다면 법인화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발언하였고, 민주당도 ‘재정확보 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심사자체를 거부하겠다’고 했다고 전해진다.

참으로 위험한 발상이다. 법인화를 통한 재정안정은 절대로 불가능하다. 특별법에 의해 10년 동안이나 추진해오던 국립사업을 하루아침에 뒤집는 정부를 보고서도 그런 주장을 하는가.

방향은 이미 결정되었다. 문화의 전당 법인화를 막아야 한다. 문제는 어떻게 막을 것인가이다.

법인화를 직접 막아낼 방안이 아닌 다른 방안은 모두 순진하거나 오염된 것이다. 민주당의 국회에서의 행동만이 남았다고 보는 것도 위험하다.

민주당 의원들도 모두 광주에 호의적인 것만은 아니니 민주당에 온전히 기댈 수도 없다.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의 협조도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광주 지역민의 관심과 여론이다.

결국 국회에서 전방위적인 노력과 광주지역민들의 일치단결된 여론 없이 민주당만의 힘으로 문화의 전당 법인화를 막아낼 수는 없다.

따라서 이 문제의 해법은 국회에서 전체 국회의원들의 설득 방법을 구상하여 실천하는 것, 그리고 광주지역민들에게 이 문제의 중요성을 알려 문화의 전당 법인화 반대의 여론을 높이는 것이다.


▲이민원 광주대학교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 前 국가균형발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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