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호들갑떨던 언론들이 이제는 표변해 ‘전세대란’ 등의 용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해 세입자들의 불안감을 키우며 다주택 소유자들의 전세가 끌어올리기를 ‘엄호사격’하고 있는 꼴이다.

하지만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정부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부동산 부양책을 통해 다주택 소유자들이 계속 최대한 ‘버티기 모드’로 들어가 주택 처분을 미루는 한편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폐지나 임대소득세 감면 등 세 부담을 줄여주는 등의 방식으로 버티게 하고 있다.

그리고 다주택 소유자들이 투자(또는 투기) 실패를 만회하고 대출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거나 전세가를 최대한 끌어올리게 방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전세시장 내에서 전세 수요는 느는데, 전세 공급은 줄어 전세가가 치솟고 있는 것이다. 결국 포장은 전월세대책이라고 하지만, 전월세 가격을 계속 치솟게 만들면서 주택 소유자의 손실을 세입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내놓은 전월세대책이 전세가를 올리는 작용을 하고 있다. 종합부동산대책의 후속편인 전월세대책이 렌트푸어를 더욱 궁지로 몰아넣을 것이란 예상은 어렵지 않았다.

경기가 침체돼 임금 이외에는 별다른 소득이 없고, 시중금리가 물가상승도 반영하지 못할 때는 부동산가격이 오르면 전월세가격은 무조건 오르기 때문이다.

경제성장률과 시중금리가 실질소득 증가율과 물가상승률보다 높았을 때는 주식이나 채권구입, 적금 등 다양한 형태의 재테크가 가능하기 때문에 부동산가격이 오르면 전월세가는 내려가는 경향이 있었다. 다양한 재테크를 통해 내려간 전월세가에 대한 대체소득 보존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또한 아파트를 전세 주고 거기에 일부의 돈을 대출받아 추가로 아파트를 삼으로써 아파트가격 상승을 스스로 만들어갔다.

일부는 전세를 주고 조금 싼 아파트(그러나 평수는 비슷하다)로 이사 간 후 자영업을 하던, 다른 재테크를 하던 재산을 늘려갈 수 있었다. 이는 경제성장률이 10%에 이르러 복지가 필요 없는 시대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경제성장률이 10%대에 이를 때는 시중에 유동성이 넘쳐나기 때문에 중산층으로 올라설 수 있는 방법이 아파트를 통해 가능했다. 게다가 대기업 월급쟁이의 지갑이 유리지갑만은 아니었다.

베이비부머들의 앞 세대인 이들은 시중금리(20% 수준이었다)가 물가상승보다 충분히 높았고, 대학진학률이 10% 이하였기 때문에 살인적인 교육비 부담이 없었으며, 개발도상국이었기 때문에 부동산 투기가 재산증식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베이비부머세대와 그 이후 세대들에겐 이런 자본주의 전성시대가 막을 내린 이후였다. 1인당 GDP가 1만달러를 넘어서면 경제성장률은 5~6%를 넘긴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산업화의 말단(역군)들은 재분배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 혜택을 누릴 수 없다. 여기에 IMF 환란과 2008년 금융위기는 이들에게 회복불가능한 결정타를 안겼다.

IMF와 2008년 금융위기로 경제성장의 과실을 모두 날려버린 베이비부머세대의 대규모 은퇴와 부메랑세대로 전락한 자식들의 초라한 사회진출도 전세가격의 상승과 월세로의 이전이 필수불가결한 상황이었다.

자신의 자식은 아니더라도 같은 세대와 비정규직과 자영업 등을 놓고 겨뤄야 하는 이중고에 한 푼의 현금이라도 더 챙겨야하는 절박함으로 이어졌다.

향후 경제가 살아난다고 해도 10%에 근접하지 않는 한 부동산경기가 활성화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자본주의 전성시대를 열었던 전통의 제조업을 대체할 인류의 먹거리도 나온 것이 없다. 정보통신과 유전공학, 우주공학, 의료 및 제약산업, 소재산업 등은 양질의 일자리를 대규모로 창출할 수 있는 장치 산업이 아니다.

결국 하우스푸어와 렌트푸어를 위한 나라는 보편적 복지와 기본소득 같은 파격적인 공적 부조가 나오지 않는 한 도래할 수 없다. 1%가 아니라면 주거에 대한 발상부터 전환해야 한다.

우리가 아파트를 구입해 독립적인 중산층을 꿈꿨다면 그 꿈부터 버려야 한다. 《아파트 게임》의 내용처럼 아파트 구입을 통해 ‘생물학적 아버지와 경제적 아버지’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그리고 자본주의의 역사를 돌아보라. 세상의 부가 어디서 흘러나와 어디로 흘러들어갔는지 확인해보라. 답은 거기에 있다.

민주주의란 사회경제적 평등을 기반으로 한다, 승자독식을 당연시하는 불평등의 이데올로기가 아닌. 단언컨대 답은 민주주의를 제대로 이해하고, 그 이해를 현실화하는 능력에 있다.

공정으로서의 정의를 실현하는 민주주의가 죽으면 현재의 불평등은 화석처럼 단단해질 것이다. 1%가 99%를 지배하는 방식이 그렇기 때문이다.

부동산 문제를 경제로 접근하면 답이 없다. 부동산 문제는 이제 정치적 결단의 문제고, 새로운 주거 패러다임을 만들기 위한 국민의 정치 참여가 유일한 해결책이다.

▲ 고재윤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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