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 불복도 가능하다”말해야

박근혜 정권이 위기에 몰릴 때마다 전면에 등장한 게 국정원이다. 광범위한 정치 개입은 물론 댓글과 트위터로 대선에 불법 개입했을 뿐 아니라 NLL 대화록 공개, 서울시청 직원 간첩사건 조작 등 고비마다 정치 공작을 펴며 국면의 중심에 서 왔다.

‘도덕성’ 흠결을 이유로 들어 채동욱 전 검찰총장을 악랄한 여론몰이를 통해 찍어내더니, 이번에는 특별수사팀장을 수사에서 배제하는 전대미문의 수법으로 윤석열 지청장을 밀어냈다. 국정원이 대선 때 대규모로 트위터에서 공작을 벌인 증거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철저하게 국정원 편을 들고, 청와대는 국정원의 만행을 허용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SNS에 박근혜 후보 후원계좌까지 홍보하는 글을 올릴 정도로 국정원과 박 정권은 대선 때부터 긴밀하게 공조하는 관계였던 것으로 판단된다.

인터넷 댓글과 트위터 등 SNS 활동으로 대선에 개입한 ‘국정원 불법 댓글 사건’이 점입가경으로 흐르고 있다.

그동안 야당과 일반 국민들의 일방적 주장으로 치부하며 “댓글 몇 개 때문에 대통령 선거가 영향을 받았겠느냐?”고 코웃음을 치던 박근혜 권력이 실상은 내부적으로는 이 사건을 없었던 것으로 하려고 갖은 술수를 부린 것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런 일련의 사태로 인해 오늘 인터넷 포털의 모든 뉴스라인은 윤석열이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인터넷 검색창에 ‘윤석열’을 치면 연관검색어로 ‘윤석열 전라도’ ‘윤석열 프로필’이 같이 뜬다. 채동욱이 뉴스라인을 차지하고 있을 때에도 그랬다.

이건 뭘 의미할까 ‘아무개가 전라도라서, 전라도와 연관이 있어서 박근혜 정권 망하게 하려고 한다’로 몰고 가고 싶은 것이다. 이는 이번 사태의 정상적 돌파구는 도저히 없다는 뜻이다. 그만큼 상황이 중하다는 뜻이다. 경상도가 뭉쳐야 한다는 뜻이다.

윤석열 수사팀장의 ‘작심발언’에서 드러났듯, 지난 대선은 아무리 좋게 봐도 민주적 정당성을 상실했다. 국가권력기관들이 총동원된 불법선거의 증거들이 이 정도에 이르렀다면 지난 대선의 정당성을 인정해야 할 이유도 없다. 국민들의 상당수는 지난 대선의 결과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수준을 넘어, 대선 불복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생각이 많아지고 있다.

문제는 무력하기 짝이 없는 민주당이다. 국가권력기관의 불법선거 증거들이 이 정도까지 나왔고, 해당 사건의 수사팀장이 목숨을 걸고 ‘작심발언’을 한 상황에서 새누리당의 대선 불복이냐는 프레임에 갇혀 대통령 사과나 떠들고 있는 민주당의 행태는 청와대 호위무사에 불과하다.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증거들이 무더기로 발견될 때마다, 민주당은 ‘대선 불복은 아니니 대통령은 사과하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다음에 붙는 개혁 등등은 부차적이다.

민주당의 대선 불복이 아닌 대통령 사과 요구는 일종의 면책권을 야당 차원에서 발부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박 대통령의 민주적 정당성은 건드리지 않겠으니 우리 체면이나 세워달라는 것이다. 다음 총선에서 다시 금배지를 달려면 그 정도의 양보는 받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윤석열 팀장의 ‘작심발언’까지 나온 상황에서 민주당은 ‘대선 불복도 가능하다’고 말해야 한다. 현 정부 하에서의 수사는 믿을 수 없으니 중립적 수사팀을 구성해 지난 대선에서 여권과 국가권력기관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북한이 아닌 대한민국 국민을 상대로 어떤 심리작전과 공작정치를 펼쳤는지 밝혀야 한다.

민주당이 대선 불복을 말할 때 이 모든 것이 가능하다. 진실을 밝혀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려면 반드시 그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