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불법유통한 다국적 회사와 의료기관, 의약품 도매상 등이 적발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4차례에 걸쳐 항바이러스제 타미플루를 취급한 의료기관 등 총 3천853곳을 단속한 결과 병.의원 10곳, 약국 10곳, 다국적 회사 2곳, 의약품도매상 1곳 등 총 23곳이 타미플루를 불법으로 유통시킨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항바이러스제 확보량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투약시점을 언제로 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가지고도 고민하며 정부와 국민이 무섭게 번지는 신종플루 극복을 위해 온 힘을 모으고 있을 때 이러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니 아연할 뿐이다.

지금까지 식약청에 적발된 타미플루 불법유통량은 총 7천287명분이다. 이중 80%가 넘는 5천938명분이 HSBC은행 및 한국노바티스 등 다국적 회사로 흘러 들어갔다고 한다. 이들 회사는 직원과 가족들에게 약이 필요한 유사시를 위해 비축용으로 사 둔 것으로 조사됐다. 외국계 기업의 직원.가족은 국내기업의 직원.가족과는 차원이 달라 별도의 차등적인 행동을 해도 된다고 생각한 것일까? 더욱이 다국적 기업의 불법 사재기 배후에는 외국계 기업인 한국로슈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스위스계 제약사인 한국로슈는 국내 10여개 다국적 기업들에게 불법 사재기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까지 하며 부추긴 정황이 파악됐으며 식약청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은 관련 조사를 위해 4일 한국로슈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타미플루를 생산하는 로슈사의 한국지사가 불법유통을 유도했다니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다.

이들은 직원들 명의로 집단으로 병원에서 허위 처방을 받은 뒤 약국에서 타미플루를 구입하는 수법을 썼다고 한다. 이는 약 구입에 나선 기업과 병.의원, 약국, 약품 공급자 등이 사전에 짜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것이다. 의료 최일선에서 최고의 전문지식을 가지고 사람의 생명을 직접 다루는 병.의원 등까지 불법 사재기를 눈감고 조장했다니 우리 사회의 도덕성이 이렇게까지 떨어졌는지 한탄스럽다. 극히 일부의 소행이기를 바라지만 의약계가 스스로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식약청은 해당 병ㆍ의원 10곳과 약국 4곳에 대해 각각 의료법과 약사법 위반으로 지방자치단체에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일부는 검찰에 송치했고 몇몇 약국은 아예 처방전도 없이 타미플루를 공급한 혐의가 있어 조사중이라고 한다. 이와는 별도로 타미플루를 불법유통한 인터넷사이트도 144곳이나 적발돼 방송통신위원회에 차단 조치를 요청했다. 이번에 적발된 사례 외에도 얼마나 더 많은 불법 사재기가 자행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신종플루가 잡히기 전까지 이러한 몰염치와 부도덕은 항시 기회를 노릴지도 모른다. 당국은 적발된 업체 등에 대해서는 최대한의 제재를 가해 일벌백계하고 국내외 기업을 막론해 비리업체들이 더 없는지 확실하게 단속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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