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강점을 강화해야 하는데…

강점을 강화해야 한다는 말은 이제는 꽤 익숙해졌을 듯싶다. 오늘은 이 문제에 대해 좀 숙고해 보겠다.

만일 어떤 지역의 자율성이 최대로 발휘된다면 그 지역은 자연히 자신만의 특성을 찾아 발전시키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자신만의 특성을 찾기까지는 지역 안의 특성들끼리 치열한 경쟁이 필요하다. 여기서 잠깐! 경쟁이란 무엇끼리의 경쟁일까? 대부분 사람들은 ‘경쟁’을 거의 본능적으로 남과의 경쟁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진정한 경쟁은 자기 안의 여러 가지 특성들끼리의 경쟁이다.

우리나라에서 서울은 모든 분야에서 타 지역보다 더 우월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보다 모든 분야에서 더 우월하다고 하여 모든 분야의 일을 하고 살 수는 없듯이 서울도 모든 분야에서 타 지역보다 우월하다고 하여 모든 분야를 독식하고 살 수는 없다. 다른 지역도 나름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서울이 모든 것을 독식하겠다고 힘으로 누르기 때문에 지역은 압살당하고 있다. 자기 혼자 모든 일을 다 하는 사람이 끝까지 건강을 지켜가며 오래가는 것을 보았는가. 사람도 역량의 한계가 있듯, 서울도 역량의 한계가 있다.

개인이나 지역이나 자기 안의 1등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개인이나 지역이나 그것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다는 진리를 인정할 때 세상은 존립할 수 있다.
그래서 지역 정책을 논의할 때 지역 내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로 대두한다. 각 지역은 자기 지역에 할당된 예산을 잘할 수 있는 일에 투자하라는 것이다. 물론 지역에 그런 성격의 예산이 분배되느냐의 문제가 남는 것이지만.

성장 우선 정책의 시절, 우리나라에서는 비교우위론이 불균형성장 모델을 지지하는 데 사용되었다. 한 국가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하여 집중 투자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과실을 여타 분야에 분배하는 것이었다. 이 모델의 전제는 가장 잘하는 부분의 과실을 열등 부분에 분배하는 것이나 이는 지켜지지 않았다.

따라서 이제는 비교우위론에 교정적 혹은 양육적 관점을 더하여 접근하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지역마다 어떤 특정한 시점에서 비교우위에 따른 최선의 산업은 반드시 존재하지만, 그 산업이 지역을 이끌어가는 기능을 할 만큼 튼튼하게 발전하려면 전략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때 균형발전, 특성화, 충분한 능력 달성 등이 전략적 지원의 기준이 될 것이다.

국가의 산업정책도 옛날에는 어떤 특정 산업을 한 국가의 여러 지역 중에서 어느 지역으로 분배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었으나 이제는 지역마다 자신의 자원을 어떤 분야에 분배할 것인가를 스스로 선택하여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 지역의 경쟁력 있는 산업은 다른 지역의 그 산업과 경쟁하여 이기는 산업이 아니라 우리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산업 중에서 우리 지역의 여건을 종합해 볼 때,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산업을 말한다. 정부의 지원은 각 지역에서 정해오는 그런 산업에 대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론적으로는 지역에서 어떤 산업을 선정하여 중점육성하든 정부는 상관하지 않고 지역의 인구와 자원 상황에 비추어 필요한 자금만 지원해주면 된다. 그러나 어떤 지역의 해당 산업산정 과정이 다른 지역에 비해 시원치 않고 논리적으로 허점이 많다면 정부는 지원하지 않을 것이다. 정부인들 공연히 헛돈 쓰고 싶을까. 지역 간 경쟁이란 말이 간혹 쓰일 때는 그런 의미에서의 지역 간 경쟁을 말할 것이다. 이를테면 산업선정과정 자체의 지역 간 경쟁 말이다.

만일 두 지역에서 선정한 산업이 우연히도 정확히 일치한다면, 정부로서는 과잉공급을 막기 위해 조절작업에 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 이때 어떤 지역의 산업이 지원 대상으로 결정되겠는가? 그것은 정말로 그 산업이 지역의 강점산업인가 여부, 그리고 그 지역의 역량이 그 산업으로 세계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겠는가가 될 것이다. 그러니 각 지역에서는 자신의 강점산업을 정확히 고를 수 있는 능력을 기르고 선택된 사업을 세계적으로 키우도록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정부가 이런 방식으로 예산을 배분하지도 않고 지역에서도 이런 방식으로 예산 배분방식이 바뀌어지기를 원하기보다는 그저 예산을 많이 주십사는 애걸만 하고 있으니 문제다.

△이민원 광주대학교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 前 국가균형발전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