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도 ‘동양사태’의 공범이다

동양그룹의 몰락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동양그룹 계열사의 기업어음-회사채가 휴지조각처럼 되는 바람에 피해자가 4만2000여명, 피해액이 1조7,000억원에 달하는 모양이다. 저금리 시대에 이자 몇 푼 더 받으려다 동양증권의 사기판매에 물려 노후자금, 장사밑천, 결혼자금, 전세자금 등등을 날렸다는 하소연이 곳곳에서 쏟아진다. 시장에서는 제2, 제3의 동양사태를 우려하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강 건너 불구경하는 모습이다. 유사한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나 국회는 관심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언론도 일과성 사건으로 아는지 정치권과 비슷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동양그룹은 최소한 3년 전에 위험신호를 울렸다. 그런데 동양그룹은 계열 금융사를 사금고처럼 믿고 구조조정을 외면했다. 신용하락으로 은행대출이 막히자 기관투자자들이 떠났다. 그 때 이미 증시에는 동양그룹의 위기설이 파다했다는 소리이다. 자금난에 몰린 동양그룹은 동양증권을 동원해 도산직전의 계열사 회사채-기업어음을 주로 기업정보가 어두운 서민들에게 속여 팔아 운영자금을 대어왔다. 5개 계열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직전까지도 그 짓을 멈추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9월30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기관투자자는 거의 없다. 기업어음 투자자의 99.2%, 회사채 투자자의 99.4%가 개인투자자이다. 막판에 한겨레가 취약한 재무구조를 알릴 때까지 언론은 기업의 홍보기사는 열심히 쓰면서도 그 같은 사실은 보도하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은 2009년 이미 동양증권의 계열사 기업어음 판매의 문제점을 포착했다. 금융감독원은 그 해 5월 계열사 기업어음 보유규모 감축 및 투자자 보호조치 등을 위한 양해각서란 것을 동양증권과 체결했다. 동양증권이 보유한 계열사 기업어음 7265억원을 2011년말까지 4765억원으로 2500억원을 감축하고 3개월마다 이행실적을 보고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동양증권은 2010년말까지는 줄였지만 그 후에는 오히려 늘어났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이 아무런 제재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태를 악화시켰다.

규제-감독기관이 어처구니없게도 피감기업과 구속력도 없는 양해각서 따위를 맺고 이행도 촉구하지 않았다. 늦었지만 언론은 그 배경에 유착관계가 있는지 철저한 추적보도가 중요하다.
금융당국이 이처럼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도 3년 동안 방관한 사실이 석연치 않다. 금융위원회가 뒤늦게 작년 11월에야 제도개선에 나섰다. 증권사가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투기등급의 계열사 회사채-기업어음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안을 마련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 개정안이 규제개혁위원회를 통과하는데 석 달 넘게 걸렸다. 여기에다 당초안의 ‘공포 3개월 후 시행’이 6개월로 바뀌었다. 그 바람에 동양증권이 막판까지 계열사 회사채-기업어음을 집중적으로 판매할 수 있어 개인투자자의 피해를 키웠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도 언론은 누가 주도했는지 추적보도를 통해 고발해야 한다.

동양사태와 관련해 석연치 않은 구석이 수두룩하다. 서울지방국세청이 2009~2010년 동양그룹에 대한 특별세무조사를 실시해 계열사와 회장 현재현이 6936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탈세한 혐의를 적발했다. 이상하게도 검찰에 고발하지 않았다. 동양사태와 관련해 청와대에서 대책회의를 9월 1일, 9월 22일, 10월 22일 세 차례 가졌던 모양이다. 논의내용은 물론이고 회의 자체를 쉬쉬하는 이유도 모르겠다. 특히 사외이사의 역할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2년과 금년 상반기에 의결한 안건 341개에 대한 사외이사-감사위원의 반대 기록이 없다고 한다. ‘거수기’ 36명(겸직 포함)중에는 경제부처, 금융감독원, 국세청, 감사원 등 감독기관 11명, 법원 6명, 검찰 4명 등의 전-현직 관료가 포진해 있었다고 한다. 시중에는 회장 현재현의 학연으로 얽힌 인사와 관직을 겸임한 사외이사들의 로비 가능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언론은 그 연결고리에서 개인투자자의 돈으로 동양그룹을 연명시킨 단서를 찾아 고발해야 한다.

제2, 제3의 동양사태가 예고된 상황이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는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동양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재벌계열 금융회사의 사금고화를 차단해야 한다. 제2금융권도 비금융 계열사의 금융회사 소유지분을 단계적으로 축소해 산업자금의 금융산업 지배를 막아야 한다. 은행과 마찬가지로 보험, 증권, 캐피탈, 신용카드 등도 금산분리가 시급한 것이다. 현실적인 어려움을 감안한다면 그 전단계로 비금융 계열사의 의결권부터 축소해야 한다.

동양그룹을 통해 이미 그 폐해를 확인한 만큼 신규 순환출자는 물론이고 기존 신규출자도 단계적으로 해소해야 한다. 이와 함께 특수관계인 거래에 관한 규제를 강화하고 금융소비자 보호기능도 제고해야 한다.

동양사태가 부실재벌의 위험성을 경고하자 시중자금이 장롱으로 숨는 바람에 비우량 회사채 금리가 13~16%로 2배나 뛰었다. 연쇄도산을 방지하자면 동양그룹 경영진과 금융감독원 책임자를 엄중하게 문책해야 한다. 동양사태는 경제민주화를 외면한 결과가 빚은 참사이다.

박근혜 정부가 경제민주화를 경제활성화의 장애물로 인식하는 한 재벌의 집단부실화는 막을 수 없다. 언론은 경제민주화의 중요성을 다시 공론화해야 한다. 경제민주화야 말로 재벌 살리기다.

▲김영호 언론광장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