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섭일 칼럼> ‘앉은뱅이’ 외교로는 나라를 지킬 수 없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사태 후, 남한은 지속적으로 북한의 “불바다 위협”에 시달리며 불안과 긴장의 삶을 살고 있다. 공격주체인 북한이 오히려 3주년 승리를 축하하고 있으니 괴이한 일이다. 11월26일자 조선일보 1면의 2개의 사진보도가 당혹-낭패-좌절감을 동시에 주었다. 사진은 “북한의 연평도 공격이 당연했다”는 전주교구 박창신 원로신부의 발언에 분노한 보수단체의 시위장면과, “연평도 포격부대원들이 승리의 꽃다발”을 목에 걸고 환호하는 북한 조선중앙TV의 장면이다.

원래 우리 외교는 보신주의-뒷북치기로 유명하지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 영토와 주권을 지킬 수 없는 외교국방임을 증명해 주는 사진이다. 중국이 자국 방공식별구역에 이어도를 포함시켰음에도 ‘눈감고 입 닫고’ 있다가 일본정부가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중국의 조치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발표했음에도 침묵했다. 2일 후에야 중국무관을 불러 항의했다.

이어도는 2003년 우리가 해양기지를 지어 운영해왔음에도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하지 않고 방치해왔다. 정부는 뒤늦게 우리의 방공식별구역 설정을 위해 야단법석이다. 외교부가 우리영토와 생명재산을 포기한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특히 3년전 북한의 연평도 기습포격에 대한 유엔안보리에 대한 외교대응의 포기는 최대의 과오로 남아 있다. 연평도 포격사태는 북한이 예고없이 우리영토인 민간도시를 무차별 포격해 4명의 군인과 민간인을 살해하고 20여명을 부상, 시가지를 폐허로 만든 무력공격이었다.

북의 연평도에 대한 무력공격은 전쟁행위와 반평화적 범죄혐의의 구성요건을 충족시킨 야만적 폭거였다. 그럼에도 공격주체가 버젓이 영웅이 된 북한군의 모습에서 과연 우리정부와 정치권은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연평도포격은 진행형인 분단상황에 대한 정부의 외교안보정책 시험대였다. 그럼에도 피해주체인 우리는 북의 승전고에 오히려 당혹감을 느낀다.

필자는 1989-1991년간 유럽대변동 현장을 특파원으로 뛰면서 독일통일과정을 취재 보도한 4반세기 전의 과거를 떠올린다. 당시 베를린장벽을 일거에 허문 동독사람들은 남한특파원인 필자에게 “다음 차례는 한국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들은 “당신은 얄타체제의 미군점령지역에서 태어났기에 우리와 같은 고통을 경험하지 않고 지금 여기를 자유롭게 취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독 겐셔의 행동하는 현장외교가 통일 가져와

그러나 오늘 우리는 북한의 “불바다 공격”에 시달리는 분단국의 비극을 극복하지 못했다. 겐셔외상의 통일외교의 교훈이 얼마나 중요한 사례인지를 깨닫는다. 냉전시대 서독에는 겐셔의 행동외교가 동독과 동구공산권을 외교적으로 제압해 통독을 이루어 내었다. 그는 콜 총리와 같이 “통독의 아버지”로 추앙되고 있다. 그는 냉전시대 고르바쵸프와 회담한 후 변화를 확신했으며, 서방진영에 “무기의 현대화보다 사고방식의 현대화가 더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1987년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의 기조연설에서 “서방이 고르바초프를 받아들일 것과 그래서 변화의 결정적 시기를 놓지지 말자”고 주장했었다. 앞을 내다본 선견지명의 외교수장이었다.

그의 외교는 통일의 지름길을 “생각하며” 종횡무진으로 유럽을 뛰어 공산진영에 자유의 바람을 일으키는데 성공했다. 1989년 6월 동독시민의 서독으로 탈출이 시작되자 헝가리-오스트리아 국경에 직접 나타나 환영하며 격려했다. 특히 그는 미리 유엔외교에서 탈출 동독주민의 난민지위를 확보해 두고 있었다. 동독주민이 체코의 프라하의 서독대사관에 난입해 서독행을 외치자 바로 달려가 “서독의 자유에의 길을 반드시 밟을 수 있다”고 연설했다. 프라하-동독경유 서베를린행 특급열차편으로 탈출시키는데 성공했다.

그는 1996년9월 필자의 단독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헝가리의 철의 장막개방은 곧 동독멸망의 시작임을 확신했다. 베를린장벽은 제일 먼저 부다페스트에서 무너졌고 그 다음은 프라하, 그리고 베를린에서 무너졌다”

겐셔외교는 외교부장관이 탈북자를 압록강에서 직접 마중하고, 중국과 라오스 등의 한국대사관에 진입한 탈북자를 직접 찾아가 서울로 데려오는 것과 같은 행동적 외교의 모범이었다. 우리외교는 청와대에서 대통령지시를 필기나 하고 4강의 눈치나 보는 앉은뱅이 외교였다. 한국외교는 천신만고 끝에 중국을 횡단해 라오스에 도착한 탈북자를 북한에 도로 빼앗기는 머저리외교였다. 중국에 겁을 먹고 유엔외교에서 미리 후퇴-포기하는 저자세외교이다.

우리외교는 탈북자행렬이 10수년이나 지속되고 있음에도 유엔의 난민지위 하나 획득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압력에 눌려 탈북자의 고통을 눈감는 외교는 오늘 북이 전체주의 세습왕조라는 체제적 열세에도 오히려 민주화성공을 외치는 남한보다 외교적 우위를 점한 것과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북의 연평도 포격사태는 유엔외교에서 당연히 국제사회의 대북 응징결의안을 유엔안보리가 채택해야만 하는 중요의제였다. 그러나 우리외교는 안보리 회부를 포기함으로써 공격주체인 북한의 면죄부를 주는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 북이 3주년에 승리를 TV에서 떵떵거리며 선전하는 이유다.

북의 궤변에 놀아난 외교부의 안보리 회부 포기

2010년11월23일 북의 연평도 포격장면을 TV로 보았다. 북은 1백여발의 포탄을 민간시가지에 무차별 발사했다. 나는 드디어 북한을 타국에 대한 무력공격으로 전쟁범죄혐의를 걸어 유엔안보리에 회부해 야만적 공격을 규탄하며 응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고 확신했다. 국경선 넘어 민간도시 연평면을 쑥밭으로 만들고 많은 인명을 살상한 북한은 어떤 구실로도 피할 수 없는 공격주체임이 분명했다. 북은 스스로 유엔안보리의 규탄결의안 토의에 걸려 든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안보리 외교는 거꾸로 갔다. 우리정부가 유엔안보리에 북의 포격사태를 즉각 회부해 대북규탄 결의안을 채택하도록 유엔외교를 펼쳐야 했다. 그러나 초기에 외교부는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침묵했다. 먼저 뉴욕주재 북한대사관 앞에 몰려든 국제언론은 북한대사 입에 마이크를 댔다. “이번 사태는 유엔안보리와 전혀 관계가 없는 남북한 내부문제이다” 국제언론이 들은 북한대표부 성명의 전부였다.

국제사회의 유엔안보리 토의를 피해 연평도 무력공격에 대한 추궁을 사전 차단하려는 술책이었다. 유엔안보리에 회부되면 북한의 무력공격에 대한 규탄결의안이 제출될 것이 명약관화함으로, 북한이 미리 검토한 후 내놓은 회피전술이었다. 유엔주재 한국대표부에 달려가 한국의 대응책을 물었다.

뜻밖에도 박인국대사는 북의 성명에 맞장구를 쳤다. 그는 “우리도 유엔안보리에 회부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힌 것이다. 그는 천안함 폭침에 대한 유엔안보리 외교에서 결의안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의장성명으로 국제망신을 당한 사실을 피하려고 한 것 같다. 공격주체를 북한으로 명시하지 못하고 “없는 것보다 못한 천안함 폭침에 대한 유엔안보리 의장성명”이었다. 그래서 연평도 포격도 그렇게 될 것으로 오판했다. 역사상 전무후무한 경악할 외교부의 판단 착오였다.

연평도의 경우, 세계가 연평도 포격을 실시간 영상으로 보았다. 그 때 북의 연평도포격을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비난하고 있었다. 천안함 트라우마로 공격주체임을 스스로 자백한 북한을 안보리에 회부포기라는 자살골을 넣고만 것이다. 18세기 최고의 유럽 전략가 크라우세비츠는 “외교는 말로 하는 전쟁”이라고 정의했다.

한국외교는 처음부터 공격주체 앞에 피해자가 백기를 들어 승리의 꽃다발을 안겨준 머저리가 되었다. 중국의 방해가 두려워서 미리 안보리외교를 포기한 것이다. 북의 연평도 포격은 전쟁범죄-반평화범죄 혐의에 딱 걸려 국제사회의 응징을 받는 호기를 제공했다. 그럼에도 남한이 피해주체임이 확실한데도 남한이 안보리회부를 포기해 국제사회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러시아 등 국제사회, 북을 공격 주체로 규탄

유엔외교의 포기는 말로 싸우기도 전에 먼저 백기를 든 장님외교의 표본이다. 전쟁에 이긴 나라가 진나라에 백기를 든 꼴이다. NLL 남방의 타국의 영토인 연평도를 포격으로 폐허를 만들고 4명의 목숨을 앗아간 무력공격은 반평화-전쟁범죄의 요건을 갖춘 것이었다. 북한 스스로 “쏘았다”고 선전했음에도 안보리 회부포기는 우리정부의 영토의 포기나 다름이 없다.

국제여론은 연평도포격을 일제히 무력공격을 비난하며 북한의 책임임을 지적했다. 유엔의 반기문 사무총장은 “이번 공격은 한국전쟁 후 가장 심각한 사태 중 하나로 즉각 자제를 촉구한다” 밝혔다. 오바마 미대통령은 북의 공격을 강력히 비난하면서 “한국전쟁 정전협정을 준수하라”고 촉구했다. 영국은 “모든 (공격)책임이 북한에 있다”고 밝혔다.

특히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외무장관은 “북한의 연평도포격으로 한반도에 교전이 격화되는 것을 큰 위험으로 본다”고 북한을 강력히 비난했다. 러시아 외무성은 “한반도 남북관계악화에 관련해서 북한이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밝혀 북한의 책임임을 분명히 했다. 독일과 프랑스도 “북한의 군사도발은 한반도평화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우려했으며, 이탈리아는 북한의 “공격행동을 강력히 비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만이 “연평도사태에 관해 관심과 우려를 표하며, 6자회담 재개가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사실 중국도 북한의 공격을 인정하고 해법을 6자회담재개로 설정한 것이다. 이것은 중국도 북한의 책임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한국의 유엔주재대사는 “천안함 폭침과는 달리 연평도문제를 유엔안보리에 회부하지 않기로 우방국들과 협의했다”고 입장을 밝혔던 것이다.

우리정부는 의장성명으로 마무리된 천안함과, 연평도포격사태가 완전히 다른 성격의 무력공격임을 파악하지 못했다. 그리고 피해주체로써 안보리에 회부해야만 했다. 유엔주재 북한대사의 “남북한 내부문제”로 호도한 것을 박하며 휴전협정위반과 무력공격의 공격주체로 북한을 유엔안보리에 회부해 대북규탄결의안과 새로운 제재와 재발방지를 요구했어야 했다. 그러나 당시 MB의 청와대는 북을 응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날려 버리고 만 것이다.

흐름 바꾼 러시아의 안보리 결의안에 뒤통수 맞아

국제사회는 연평도사태를 주시하고 있었다. 북한의 “남북간 내부문제로 유엔회부는 필요 없다”는 입장에 남한이 맞장구친대 대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런데 돌연 러시아가 북한편을 들면서 안보리 결의안을 제출했다. 한국의 군사훈련자제를 촉구하는 결의안이었다. 사태는 역전되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 MB정부의 영포라인 인사가 작용하고 있었다.

나는 2010년12월 한불협회 총회에서 권인혁 전 국제교류재단 이사장과 당시 외교부 고위직 3명과 연평도 포격의 의견교환을 했다. 나는 안보리 회부포기로 향후 북이 연평도 포격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적반하장의 입지를 강화시켜 주었다며 외교부의 무능을 비판했다. 유엔주재 한국대사의 즉각 소환을 주장했다. 전프랑스대사 권인혁 이사장도 “왜 안보리에 회부하지 않았느냐?”고 추궁했다.

외교부 고위직의 답은 이랬다. “우리 모두가 유엔대사를 걱정하고 있다. 유엔주재 P대사는 전혀 감이 안 되는 사람이다. MB형님의 낙하산인사가 직접 원인이다”고 말했다. “외무부고위직으로써 청와대와 장관에게 왜 시정을 요구하지 않느냐?”고 따졌다. 그러자 그들은 손으로 목을 따는 시늉을 했다. 모두가 경악했다. 유명한 MB형님의 낙하산인사가 연평도 위기에서 북한에 결정적 반전기회를 스스로 주는 ‘이적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인사는 만사이지만, 망사로 나라를 망치는 수도 있다. 이는 나라의 운명을 판가름하는 지도자의 잣대가 된다. 과거 DJ-노무현-MB의 인사는 코드인사로 유명하다. 국가안보-경영관리에 유능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탕평인사와 배치되는 것이 코드인사다. 이런 점에서 민주화에 성공했다고 자랑하는 한국민주주의는 제3세계 수준의 코드인사의 틀에 여전히 갇혀 있다. 연평도포격사태에 대한 외교부의 과오에서 심각한 실체가 들어난 것이다.

그래서 연평도 3주년은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아야 할 북한이 오히려 승리를 구가는 ‘해괴한 일’을 보고 있는 것이다. 과거 선전포고나 예고없이 무력공격을 가해 국제사회의 심판을 받은 나라는 많다. 나치독일의 폴란드침공과 일본의 진주만 기습공격은 2차대전 후 국제전범재판에서 전쟁범죄-반인도적범죄로 심판을 받았다. 1950년6월25일 북한 김일성은 38선을 돌파해 남한을 기습공격해 6.25전쟁을 일으켰으나, 아직 국제사회가 전쟁범죄를 묻지 않고 있다. 1953년의 휴전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라예보 포격한 세르비아대통령의 안보리 응징사례

북의 전제군주 김정은은 지난 4-5월 서울-도쿄-워싱턴을 “핵 불바다”를, 연평도포격 3주년에는 청와대를 불바다로 만들겠고 위협했다. 연평도포격에 대한 안보리의 규탄결의안이 없었기에, 도리어 북이 승전고와 협박을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연평도포격과 유사한 최근 사례는 20세기 후반, 유고슬라비아 내전에서 볼 수 있다. 그때 국제사회는 인권문제를 명분으로 한 안보리의 군사개입 결정으로 평화를 구축했다.

1992년 유고연방은 분열되어 내전이 터졌다.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세르비아 등의 연방에서 일제히 독립운동이 폭발했다. 특히 보스니아는 세르비아족간 이슬람-세르비아 종교갈등이 극에 달했다. 내전으로 확대되면서 수도 사라예보를 둘러싼 양측 공방전이 살육전으로 확대되었다.

이슬람측 점령지역인 사라예보에 대해 세르비아 민병대는 날마다 포격을 가했다. 세르비아의 대포공격은 도시파괴와 시민의 희생을 냈다. 보스니아정부는 유엔안보리에 전쟁범죄혐의로 세르비아를 회부해 유엔평화군이 파견되었다. 그럼에도 세르비아 민병대의 포격을 막지 못했다.

프랑스의 미테랑대통령이 내전해결을 위해 사라예보공항에 내렸으나, 포격으로 시내에 진입할 수 없었다. 유엔평화군의 탱크를 타고 사라에보에 입성하면서 폐허의 도시가 최초로 국제사회에 알려졌다. 미테랑-이제트베고비치 보스니아대통령의 정상회담은 유엔안보리에 군사개입을 호소했던 것이다. 미테랑을 수행한 베르나르 쿠시네르 외무장관이 유엔안보리에 보스니아내전의 종식을 위해 인권명분의 군사개입을 제의했다.

유엔안보리는 만장일치로 보스니아에 대한 무력개입 결의안을 채택했다. 공군을 동원해 세르비아 민병대의 포대와 진지를 폭격했다. 미 제6함대와 프랑스항공모함에서 폭격기를 날려 세르비아의 군사거점과 포대를 폭격해 항복을 받아냈다. 1995년 클린턴 미국대통령 주재로 미국 데이턴공항에서 보스니아-세르비아 대통령간 평화협정이 채결되어 내전은 종식되었다.

유엔이 인권문제를 위한 무력개입은 평화유지를 위한 또하나의 모델이 되었다. 코소보 독립문제로 세르비아공화국에 대한 나토공군의 수도 베오그라드 등 폭격으로 평화를 회복했다. 수년전 민주화운동을 탄압한 리비아의 카다피군에 대한 미국-프랑스의 공중폭격은 보스니아방식 모델의 적용이었다. 세르비아의 밀로세비치는 전쟁범죄주범으로 헤이그의 국제형사재판소에서 옥사했고, 카다피도 공중폭격으로 도주했다가 피살되었다.

위의 선례는 피해주체가 모두 유엔안보리에 공격주체의 만행을 회부함으로써 실행되었다. 그런데 연평도포격은 보스니아와 코소보, 리비아 민주화사태와는 차원이 다른 국제문제로 더 위중한 사태였다. 대한민국 영토인 연평도에 대한 북한의 무차별 대포공격은 명백히 전쟁범죄에 범주의 무력 공격이었다. 공격주체인 북한군이 조선중앙TV에 출연해 공격을 자랑하는 장면에서 무력공격의 증거를 스스로 입증했었다.

낙하산 인사가 부른 역사적 외교참사, 안보리 포기

당시 우리정부는 연평도사태가 천안함과 차이를 인지하지 못한 것 같다.연평도 포격은 천안함과 전혀 다른 성격의 백주의 타국에 대한 무력공격이었다. 천안함의 안보리토의에서 중국의 트라우마로 연평도문제의 안보리회부를 포기는 외교사에 중대한 오점을 남긴 과오였다. 방송사의 외교비사에 출연한 당시 유엔대사는 이렇게 고백했다.

“천안함 폭침과는 달리 연평도사건은 안보리에 회부하지 않기로 협의를 마쳤다. 그러나 러시아가 한국의 군사훈련자제를 요구한 결의안을 채택하려고 하면서 흐름이 바뀌었다. 우리는 러시아의 결의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모든 방법을 동원하는 대신 연평도 포격을 제시하는데 주력했다”

당시 한국대사의 발언은 안보리회부 포기로 러시아의 한국 군사훈련 자제결의안 채택을 막기 위해 진땀을 흘렸다는 것이다. 주객이 전도된 외교적 대실패를 고백했다. 그래서 그후 연평도 포격은 한국에게 연쇄적 위기를 부른 후유증을 낳았다. 전쟁범죄에서 연평도포격에 대한 면죄부를 받은 북한은 남한과 국제사회에 핵공갈과 “불바다 위협”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대북 안보리규탄 결의안 채택의 기회를 북에게 헌납한 외교부의 실패 때문에 연평도포격 범죄를 우리의 연례 군사훈련 탓으로 떠넘긴 꼴이 되었다.

만일 연평도포격을 안보리에 회부했다면, 대북 규탄결의안은 채택되었을 것이다. 북한은 공격주체로 규탄되었을 것이다. 러시아결의안의 군사훈련 자제요구는 북의 무력공격 범죄를 덮는데 기여했다. 그래서 3주년에 북한이 포격병사에 화환을 주며 청와대 ‘불바다 협박’을 하면서 위세를 과시한 것이다.

즉각 외교안보부서의 일대혁신을 단행해야 한다. 앉아서 전화질이나 하면서 보고하는 방식의 보신주의적 외교는 백전백패를 기약할 뿐이다. 독일의 통일영웅, 겐셔의 외교양식, “생각하며 뛰며 현장에서 설득하는” 행동외교를 벤치마킹해야 한다. ‘앉은뱅이 외교’로는 나라를 절대로 지킬 수 없다.

겐셔의 충고, “역사는 참호파고 쇠사슬 차는 사람을 초월한다”

프랑스의 르몽드는 11월22일 “서울을 다시 협박하는 북한”이라는 제목의 분석기사에서 “두나라 국경선 가까운 남한의 섬, 연평도 포격 3주년을 맞아 북한이 청와대를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다시 위협했다”고 보도했다. 르몽드는 “북한은 서울이 군사훈련을 할 때마다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협박을 주기적으로 해오다가 “3년전 해상경계선 부근에서 실시한 남한군사훈련에 반격을 가했다”고 지적했다.

르몽드의 보도는 북한의 연평도포격이 남한의 군사훈련에 대한 반격이라고 공격주체의 입장을 정당화해 주고 있다. 우리정부가 북한의 공격에 대한 유엔안보리 회부를 포기함으로써 러시아의 결의안을 원용한 결과다. 국제사회에 마치 연평도포격보다 군사훈련이 더 나쁜 것처럼 오해되고 있는 것이다. MB정부가 안보리에 회부했다면 북한의 무력공격을 규탄하며 공격주체의 만행을 응징할 수 있었을 것이다.

통독의 아버지 겐셔는 한국에게 이렇게 충고했다.

“독일통일은 인위적 분단이 결코 미래의 기회가 될 수 없다는 점을 역사적으로 실증하였다. 국가와 민족의 통일은 모든 민족의 달성목표이다. 그러나 전쟁을 통해서는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고 전쟁은 새로운 문제를 조성하고, 전쟁은 비인간적이다. 국가와 민족의 통일은 평화적 방법으로 달성되어야 한다. 정치적 수단과 정치환경의 변화를 통해서 말이다. 그렇게 해야만 겉보기에 해결이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문제점이 해결될 수 있다.”

*독일 겐셔외상과의 특별회견은 1996년9월29일 본의 근교 그의 저택에서 2시간 진행되었다. 회견기사는 1996년10월3일 통독 6주년 기념일 중앙일보에 와이드로 보도되었다. 또 이 기사는 “지도자와 역사의식, 주섭일, 지식산업사, 서울 1996”에 “자유의 힘을 믿으십시오 -겐셔와 특별회견”에 전문이 실려 있다.

그는 통독 6주년을 맞아 통일을 열망하는 한국인에게 이렇게 호소했다. “한국민 여러분, 자유의 힘과 민주주의에 대한 의지와 아름다운 삶을 영위한다는 인간의 의지를 믿어 주십시오. 역사는 이 세상에서 참호를 파고 쇠사슬을 치고 사는 사람들을 초월하여 계속 발전되어 나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