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의원이 이런 줄을 몰랐다

지난 2일 문재인 의원은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통합진보당의 해산심판을 청구한 데 대해 ‘반민주적인 폭거’라고 주장하면서 ‘기소한 사건의 결과도 보지 않고 정당해산 청구를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재판이 확정돼야 유죄가 획정되고, 그래야 이를 근거로 정당이 존립할 수 있는지 판단이 가능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한다. 그리고 ‘종북몰이에 제일 분노한다. 종북이란 게 빨갱이란 거잖나. 대한민국의 절반 정도가 종북이라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말했다 한다.

문 의원의 이런 말을 접하면서 ‘이 사람 제정신인가?’, ‘이 사람 변호사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평소 문재인 의원에 대해 정치지도자로서의 자질을 높이 평가한 일은 없지만 여러 측면에서 훌륭한 인품을 지닌 분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실망한 일은 있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 통진당 해산문제와 관련한 그의 발언을 보면서 실망이 너무 크다. 그래서 왜 실망하게 되었는지를 밝힘으로써 문 의원의 바른 처신을 기대하고자 한다.

우선 정부의 통진당 해산심판청구를 ‘반민주적인 폭거’라고 주장하는 것은 정신 나간 소리가 아닐 수 없다. 헌법과 법률에 따라 해산심판을 청구했는데, 그것이 어째서 ‘반민주적인 폭거’라는 건가? 해산하고 안 하고는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따른다. 정부는 통진당의 목적과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반된다고 판단되면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그래서 청구한 것이다.

그런데 문 의원은 통진당이 어떤 정당인지를 알 만한데도, 이 정당의 해산심판청구를 ‘반민주적인 폭거’라고 주장하니 제 정신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통진당은 이석기 의원 등의 내란음모사건을 통해 친북한정권적인, 그래서 반대한민국적인 정당임이 드러났다. 문제된 모임 곧 소위 ‘RO모임’에서 이석기는 이렇게 말했다. ‘오는 전쟁 맞받아치자. 전쟁을 준비하자. 정치군사적으로 준비를 해야 한다. 민족사의 결전기에서 우리 동지부대가 선두에서 저놈들의 모략책동을 분쇄하고 통일혁명의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면서 선두의 역할을 한다면 이 또한 명예가 아닌가’라고 말이다. 한마디로 남과 북이 전쟁을 하면 북의 편에서 남을 공격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통진당인데 이런 통진당을 그대로 두어야 하겠는가? 그대로 둔다면 대한민국은 국가라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설사 이석기가 이런 발언을 했더라도 이 발언이 통진당 전체의 생각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이석기는 그의 이 발언이 보도되고서 지금까지 이를 부인한 일이 없다. 더불어 통진당 당원 가운데 이석기의 이 발언에 이의를 제기한 사람도 없다. 이러니 이석기의 이 발언을 통진당 전체의 입장과 같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이점은 장기표시사논평 또는 뉴스바로 2013년 11월 6일자 칼럼 참조 요망)

그런데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사상의 자유가 있다’고. 그래서 ‘통진당 같은 정당도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그러나 이런 주장은 옳지 않다.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행위는 민주주의가 보호할 수가 없으며, 오히려 폭력을 동원해서라도 이를 제거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원리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프랑스의 석학 뒤베르제 교수는 ‘민주주의를 파멸시키려는 세력에 대해서는 폭력을 동원해서라도 민주주의 체제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파괴하려는 세력에게까지 사상과 결사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그 존재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대한민국을 부정, 파괴하려는 세력에게 대한민국이 그 존재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국고보조 등 온갖 특혜까지 부여하면서 보호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문재인 의원에게 묻는다. 이처럼 남과 북이 전쟁을 했을 때 북의 편에서 남을 공격하려는 정당을 대한민국이 인정해서 존속시켜야 하느냐고 말이다.

그리고 문재인 의원은 ‘기소한 사건의 결과도 보지 않고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유죄가 획정돼야 이를 근거로 정당이 존립할 수 있는지 판단이 가능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는데, 이것은 문 의원이 변호사가 맞는지를 의심케 하는 발언이다. 정당의 해산은 유죄판결을 전제하지 않는다. 정당의 목적과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판단될 때는 정부가 정당해산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래서 이석기 의원 등의 내란음모사건에 대한 판결과는 무관하게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이석기 등의 내란음모사건이 유죄가 나든 무죄가 나든 그것은 정당해산심판에 참고가 될 뿐, 그것에 따라 정당이 해산되거나 안 되는 것이 아니다.

다음으로 문재인 의원은 대통령이 되고자 했고, 앞으로도 되려고 하는 사람이다. 통진당을 옹호해서 대통령이 될 수 있겠는가? 지난 대선 때 다른 요인도 있었지만 통진당 때문에 패배했다고 보는 사람들도 많은 터에, 아직도 통진당을 옹호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정말이지 제 정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문재인 의원은 ‘종북몰이에 제일 분노한다’고 말했다. 물론 박근혜정권이 공안사건을 과도하게 강조함으로써 ‘종북몰이’라는 비난을 들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문 의원이 그것에 대해 제일 분노한다고 말하는 것은 지나쳐도 너무 지나치다. 이석기 의원 등의 내란음모사건이나 박창신 신부의 발언을 비판함이 없이 그냥 종북몰이로 규정하면서 분노한다고 말하니, 문 의원이 이석기 의원이나 박창신 신부의 발언에 동조하는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 의원은 ‘종북몰이’를 비판하기에 앞서 이들 종북적인 인사의 언행에 대해 비판하는 입장을 밝혔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이들을 비난하는 사람들을 비판하니, 이들을 옹호하는 것으로 보지 않을 수 없고, 따라서 문 의원 자신이 종북세력으로 의심받기 쉽다.

박창신 신부의 경우 발언의 취지가 어디에 있든 북한이 남한을 향해 ‘쏴야지’라고 발언한 것은 잘못된 발언이었다. 그래서 박 신부의 발언이 문제가 되었을 때, 박 신부 쪽에서 실언이었다고 해명했어야 한다. 실제로 실언이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발언이 문제가 되었을 때 박 신부 쪽에서 ‘본래 강론 원고가 있었는데, 그것을 잃어버려서 원고 없이 강론을 했다’고 했던데, 이것은 박 신부의 이 발언이 우발적으로 나온 것임을 시사한다.

이럴진대 문 의원은 박 신부의 ‘쏴야지’라는 발언은 실언일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를 문제 삼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해야지, 박 신부의 이 발언에 대한 해명이나 비난이 없이 ‘사제의 강론을 문제 삼는 것은 세계적 웃음거리’라고만 비난해서는 안 된다. 강론도 법에 위반되는 것이 있으면 문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문재인 의원은 ‘대한민국의 절반 정도가 종북이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라고 말했는데, 문 의원의 이 말이야말로 말이 되는지 묻고 싶다. 박근혜정권의 종북몰이가 심하기로서니 국민의 반을 종북세력으로 몬 일은 없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문재인 의원은 대단히 어리석은 발언을 했다. 자기 말마따나 어차피 대선불복 곧 부정선거에 따른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면, 박근혜 대통령의 졸렬한 태도들을 비난하면서도 대선후보를 지낸 사람답게 대치정국의 해법을 제시하는 차원의 발언을 했어야 한다. 여기에는 여야대치정국에서 민주당이 양보할 것을 제안하는 내용이 포함되어도 좋을 것이다. 그것은 꼬인 정국을 푸는 길인 동시에 민주당 지도부를 도우는 길도 될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금 온 나라가 양쪽으로 쫙 갈라져 있어 국민통합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이고, 거기다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국민통합적이지 못하다고 비판받고 있는 때인 만큼 문재인 의원은 국민통합적 차원에서 발언을 하는 것이 옳았다.

그런데도 문 의원은 그렇게 하기는커녕 대치정국의 한편에 서서 대치정국을 더 격화시키는 발언을 했다. 이른바 ‘친노세력’의 구미에나 맞는 발언으로 우리사회를 더 대립적으로 만듦으로써 정치지도자로서의 면모도 보여주지 못하고 지지층도 협소하게 만들었다. 그러니 어찌 제 정신인지를 묻지 않을 수 있겠는가?

▲ 장기표 뉴스바로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