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점이 국가백년대계에 맞추어지면 선택은 쉬어진다. 수도권이 노리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방의 논리 대 국가논리로 보는 것이 옳은 것 같다. 지방의 논리로 2가지를 지적해 본다.
우선 국가가 가장 우선시 하는 9부2처2청의 이전을 백지화하는 것은 한마디로 지방을 더 죽이는 정책이다. 솔직히 말해 당초 행복도시로 충남 공주‧연기지역이 선정될 때 대부분의 국민들은 불만이었다.
진정으로 지역균형발전을 생각한다면 수도분할(分都)은 충남이 아니라 진짜 지방인 경상도나 전라도 지역으로 선정돼야 옳을 것이다. 충남은 형식상 지방이기는 하나 이미 사실상 수도권으로 치부되고 있지 않은가.
<수도권 위주의 사고방식>
그래도 참았던 것은 지방인 공주‧연기에 행정기능이 옮겨 오면 ‘수양산 그늘이 강동 80리’라는 격언대로 무엇인가 지방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우리나라는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말처럼 국가권력이 강한 것도 없다. 따라서 자연히 권력 있는 곳에 돈이 모이는게 인지상정이다. 우리나라처럼 지방으로 행정권한 이양이 되지 않는 나라는 더욱 그러하다.
세종시 수정론자들은 말한다. 행정기관만으로는 자족도시가 안 된다. 단적인 예로 대전과 과천이다. 천만에 말씀이다. 과천에 인구가 불지 않은 것은 서울과 너무 가깝기 때문이다.
또한 지금 대구를 위협할 정도로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곳이 대전이다. 그런데도 행정기관을 옮기지 않는 백지화안은 결국 50만명의 자족 기능를 100% 갖춘 명품 도시를 하나 더 얻는 충남만 좋아진다.
충남은 원안이면 더 좋고 수정안이어도 나쁘지 않는 양패를 쥐고 있는 셈이다. 결국 지방의 입장에서 보면 그저 수도권만 더 커진 것 뿐이다.
게다가 분도(分都)백지화를 추진하다보니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나 서울대 제2공대 등 알짜 혜택을 선심 쓰듯이 모두 이곳으로 모아버리면 진짜 지방은 뭐 먹고 살라는 것인가.
정말 수도권관점에서만 모든 것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다. 두번째로 수정론자들은 분도(分都)의 비효율성이 국가백년대계를 그르친다고 한다. 국가논리로 보면 맞는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세종시에서 서울까지의 이동비용도 그렇고 앞으로 국가경쟁력이 곧 도시경쟁력이다고 본다면 분도(分都)는 비효율적이다.
게다가 정보화 시대로 인해 대도시의 집적효과라는 것 때문에 그동안 지방이 정가의 보도처럼 써먹던 서울의 공룡화가 가져오는 혼잡비용이라는 문제 제기도 이제는 설득력이 없다.
정보화시대는 도시가 클수록 유리하다는 경험법칙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진국들도 도시의 분산을 중지하고 실정이다.
<지방은 서울의 노리개가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국가운영에서는 효율이 전부가 아니라는 데 있다. 이제 우리도 국민소득 2만달러시대를 맞고 있는 나라가 아닌가.
이제는 지방을 위해 국가가 희생을 할 차례이다. 즉 비효율성을 감내하라는 말이다. 그동안 지방은 이렇게 억울하게 살아왔다. 즉 1955년 수도권 인구는 전인구의 18.3%였다.
그러나 2000년대는 46%나 된다. 지방은 살기 어렵고 수도권은 살기 좋아서 사람이 모인 것 아닌가. 또 경제위기 때인 1997년 각 지역 경제를 100으로 했을 때 5년이 지난 2002년 서울은 153.9로 성장했는데 지방경제는 71.4로 쪼그라들었다.
IMF 위기극복은 지방의 희생 위에 이뤄졌다고도 할 수 있다. 이제는 지방이 보상 받아야 할 때 아닌가. 사회적 약자들은 비효율적인 복지예산으로 보상받고 있지 않은가.
좌파정권이후 예산 중 가장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복지예산이다. 솔직히 말해 복지예산보다 비효율적인 예산이 어디 있는가.
물론 다른 논리도 있기는 하지만 평등이라는 가치추구도 같고 사회적 불만해소라는 정책추구도 같은데도 복지예산에는 말이 없고 지역불균형 해소를 위한 비효율성에만 말이 많은지 모르겠다.
불균형을 외치는 힘없는 지방은 만만하고 불평등을 외치는 말 빨이 센 운동권은 무서워서인가. 국가백년대계라는 명분 앞에 ‘사회적 약자’는 살고 억울하게 살아온 ‘지방’은 왜 죽어야 하는가.
아직도 지방에는 우리나라 전체인구의 55%가 살고 있다. 수도분할이 지방발전에 절대적 요소는 아니지만 적어도 플러스 효과가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이동후 논설위원 dhlee@ev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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