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령 / 중국

한국에 온지 14년 철없을 때 시집와서 이젠 40대를 바라본다. 넉넉하지는 않지만 이국땅에서 남편 이쁨도 받으며 나름대로 행복하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지만 드라마에 나오는 악덕 시어머니와는 거리가 많이 먼 분이라서 나는 참 행운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이가 먹어서일까? 설 명절 때면 중국에 있는 엄마 생각나고 눈물이 자꾸 난다.

몇 년 전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해서 8년 만에 중국 고향땅을 밟았다. 행복한 시간도 잠시 아빠가 딸하고 손주 먹인다고 시골에 촌닭 사러 갔다가 차 사고를 당하셨다. 중환자실에서 생사를 오가는 아빠 모습을 보면서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 자신이 한없이 미웠고 싫었다. 처음으로 멀리 시집간 나 자신이 미웠다.

아빠가 가시고 홀로 남으실 엄마한테도 너무 죄송스러웠다. 아빠를 떠나보내고 돌아오는 길에 엄마를 바라보니 몇 년은 더 늙어 보였다. 엄마를 끌어안고 죄송하다고 펑펑 우는데 엄마가 말씀하셨다. “돌아가서 엄마 걱정은 하지 말고 애들 잘 키우고 시어머니도 잘 모시고 행복하게 살아라. 그것이 엄마 도와주는 거다.”

몇 해가 지난 지금 아직도 엄마 말씀이 내 귀에 생생하게 들린다. 그리고 엄마의 사랑에 한없이 고맙고 감사드린다. 그리고 하늘에 계신 아빠에게도...

<출처 - 나눔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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