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기표 뉴스바로 발행인

7․30선거에서 야당이 참패했다. 흔히 하는 말로 또다시 ‘패배할 수 없는 선거’에서 패배했다. 그것도 참패였다. 세월호 참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 사고를 통해 박근혜 정권의 총체적 무능이 드러났고, 그래서 그토록 견고하게 유지되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도 40%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선거를 치렀는데, 이런 상황에서 참패했으니 이번의 야당 참패는 보통 참패가 아니다. 그야말로 ‘대이변’이었다.

그러면 누가, 그리고 무엇이 야당으로 하여금 이처럼 ‘대이변’이라고 할 만큼 참패하게 했는가?

근본적으로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아무런 철학도 비전도 없이 구시대적 관성에 따라 정부 ․ 여당을 비난하는 데서나 존재의의를 찾는 정당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근본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들은 박근혜 정부의 오만과 독선, 무능과 무책임을 질타하기 위해서라도 현재의 야당을 지지하고 싶어 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이번 선거에서 야당의 공천행태를 보고 저런 야당에게 힘을 실어주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꾸로 그런 야당을 엄중하게 심판한 것이다.

그래서 야당이 참패했다고 해서 여당인 새누리당이나 박근혜 정부가 승리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국민만 아는 것이 아니라 새누리당도 알고 있다.

그러면 야당의 공천이 왜 잘못이고, 누구에게 그 책임이 있는가?

야당 공천의 최대 잘못은 광주 광산 을구에 권은희 씨를 공천한 것이다. 권은희 씨를 그곳에 공천하려다 보니 이미 그곳에 공천을 신청한 기동민 씨를 서울로 빼돌리는 촌극을 벌이게 되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온갖 추태들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었다. 그런 촌극과 추태 속에서 공천을 해놓고서, 또 선거가 임박해서는 정의당 노회찬 후보에게 후보를 양보하고 말았다.

이 과정 하나하나를 여기서 재론할 일은 아니다. 한마디로 무원칙과 비상식의 극치요 기만과 술수로 점철된 구태정치의 전형이었다. 국민이 아무리 어리석기로서니 야당의 이런 안하무인적 촌극을 눈감아주리라고 생각했다면 그것은 또 다른 오만이요 무능이다.

그래서 이번 7․30선거에서 야당이 참패한 주된 원인은 권은희 씨를 잘못 공천한 데 있다. 그리고 이것은 선거의 결과가 나오고서 판명된 것이 아니라 권은희 씨 공천 직후 새정치연합에 대한 지지율이 크게 떨어질 때 이미 드러났었다. 권은희 씨의 공천은 우선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에 대한 외압 폭로를 ‘거짓’으로 만든 것은 물론 국정원 댓글 사건을 더 이상 비판하는 것을 어렵게까지 만들어버렸다. 그래서 민주주의를 크게 후퇴시키고 말았다.

권은희 씨가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 무엇이 그리 중요하다고 이런 엄청난 손실을 가져올 것이 명백했는데도 왜 그를 공천했을까? 국민의 심판을 받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결국 권은희 씨 공천은 야당의 참패를 가져왔고, 그리고 이 때문에 박근혜 정권의 오만과 독선, 무능과 무책임을 심판하지 못했으니 야당을 위해서도 좋지 않은 일이지만, 국민을 위해서도 대단히 좋지 않은 일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야당 참패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것도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 누구에게 물을 것인가?

권은희 씨를 잘못 공천한 사람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면 누가 권은희 씨를 공천했는가?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권은희 씨를 공천한 직후 누가 권은희 씨를 공천했을까?’라는 글에서 밝힌 바 있다. 형식적으로 보면 김한길 ․ 안철수 두 공동대표가 공천한 것 같지만, 내용적으로 보면 ‘빅 브라더’가 두 공동대표로 하여금 그렇게 하도록 조종했을 것이다.

이런 점을 전제하고서 이번 야당의 참패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을 밝히고자 한다.

우선 김한길 ․ 안철수 두 공동대표는 물러나야 한다.

당이 이렇게나 참패했는데도 물러나지 않는다면 책임정치가 발붙일 곳이 없어진다. 선거참패 때문에도 물러나야 하지만 권은희 씨를 공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빅 브라더가 시킨다고 해서 그대로 따랐다면 그것으로 이미 당대표로서의 자격을 상실했기 때문에도 물러나야 한다.

다음으로 빅 브라더에게 더 이상 당무에 관여할 수 없게 해야 한다.

그런데 빅 브라더가 누구일까? 외부인은 알기 어렵지만 새정치연합의 중요 간부들은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르는 사람이라 누구도 함부로 그 이름을 발설하지 못할 뿐이다. 그러나 당을 이 지경으로 만든 장본인인 빅 브라더를 축출하지 못한다면 새정치민주연합은 더욱더 희망이 없다.

지난 번 권은희 씨를 공천했을 때 이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을 법했는데도, 그런 사람이 없었다. 이것을 보고서 한편으로는 ‘빅 브라더의 힘이 과연 세구나’ 싶기도 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저래서야 어떻게 새정치연합이 제대로 된 야당이 되겠나’ 싶었다.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다음으로 권은희 씨도 책임을 져야 한다. 자기로 말미암아 야당이 참패했는데, 그것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그런 자세로 어떻게 바른 정치를 할 수 있겠나? 그는 자신이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을 각오하고서도 상관의 부당한 압력을 폭로했었는데, 그것의 정당성을 훼손하지 않으려면 공천을 받지 않았어야 한다. 어떤 면으로 보더라도 그 일이 정말 중요했다.

재산신고와 관련해서도 그는 법률을 위반 한 일은 없다고 해명했으나, 그것은 궤변일 뿐이다. 이미 타락한 정치인들은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으나, 정치에 입문하는 사람이, 그것도 ‘정의’를 내세우는 사람이 취해야 할 처신은 아니다.

아무튼 권은희 씨는 이번 출마로 정의를 우습게 만들고 우리사회의 불신풍조를 심화시켰다는 점에서 그 책임을 지고 국회의원이 되지 않는 것이 옳다.

끝으로 빅 브라더의 힘에 눌려 권은희 씨에 대한 잘못된 공천을 보고서도 가만히 있은 사람들도 책임을 져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대오각성과 결단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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