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 엽 따 라 걸 으 며

에버뉴스l승인2014.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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張 正 植 (장정식)

입동(立冬)이 지난 만추의 산야엔 이미 가을을 벗어난 앙상한 나목(裸木)들이 겨울맞이에 을씨년스런 형색이다. 도심의 거리엔 초병(哨兵)처럼 늘어선 은행나무 가로수만 눈부신 황금빛이다. 더 없이 아름다운 샛노란 색깔, 저 은행나무 가로수의 황홀한 금관이 아니면 거리는 풍경이 없는 삭막하고 싸늘한 바람결에 살갗이 차가울 뿐이다.

눈 서리 섞어 치기 전에 이 가로수의 황금 터널을 탄상하며 발목이 시리도록 걷고 싶은 마음이다. 이런 황홀경을 차를 타고 달리는 것은 향연처럼 피어오른 정취를 무디게 한 우직한 정서가 아니랴 싶다.

저 아름다운 단풍이 행여 쉬 질세라 초조한 마음에 혹여 날씨가 변덕을 부리지나 않을까 일기예보에 잔뜩 귀를 기울인 조바심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만추의 시샘인가 하룻밤 강풍에 금관을 깡그리 벗어버린 은행나무 가로수는 앙상한 나목으로 변신을 했다.

겨울 비 답지 않게 비가 많이 내렸다. 소설(小雪)의 첫눈이 몰고 온 눈비 섞어 치는 바람소리가 밤새껏 요란했다.

아침 뉴스는 태풍에 버금가는 강풍에 선박 등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를 경악케 했다.

밖엘 나가보니 노변의 인도에는 더부룩하게 내려앉은 황금빛 낙엽들이 소복히 쌓여 있다. 도톰한 솜이불이 깔려있는 형상이다. 그 위를 맨발로 걸으면 청순한 수분인 생명의 기운이 온몸에 물타오를 것만 같다. 낙엽 깔린 길 따라 일부러 걸었다. “발밑에 바스락 바스락 가을 낙엽이 부서진다.”라는 동화의 표현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은행잎 낙엽을 밟고 걸으니 포근하게 감싸주는 그 생기, 자연과 인생의 사유(思惟)의 대화를 한다. 거리의 청소부들은 성급하다 할 만큼 비를 들고 이를 쓸어 모아 포대에 담느라 바쁘게 손놀림을 한다.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밀물처럼 밀려온다. 문득 옛시조 한 수가 물위에 떠오른 꽃임처럼 뇌리에 스친다.

 

낙화(洛花)인들 꽃이 아니랴

선우협(鮮于浹)

간밤에 부던 바람 만정도화(滿庭桃花) 다 지거다

아이는 비를 들고 쓸으려 하는구나.

낙화(洛花) 인들 꽃이 아니랴 쓸어 무삼하리요.

<출처 - 나눔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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