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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병모 광주뉴스통 대표 | ||
하지만 148만 광주시민들이 목말라 했던 시정에 대한 비전과 로드맵에 대한 제시는 없었다.
영화 ‘명량’이 1400만을 넘어서는 기록으로 ‘아바타’를 제치고 새로운 흥행사를 써 나가고, 프란치스코 교황의 신드롬이 윤 시장 대신 무더위 속 갈증을 그나마 대신했다고 할 수 있다.
윤 시장의 취임 이후 행보는 뜨뜻미지근하다. 고작 입만 열면 ‘시민 시장’이니 ‘소통’을 강조할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다는 얘기다. 역대 광주시장들이 취임 즉시 변화와 혁신을 내세운 정책을 내놓았고, 이를 언론에서 대서특필로 화답하는 그런 모양새도 없었다.
박광태 전 광주시장은 첫 인사를 단행하면서 똘똘하고 유능한 공무원을 국장으로 과감하게 임명해 조직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강운태 전 시장도 광주의 도심 한복판인 상무지구에 유흥업소 등지에서 뿌린 야한 그림의 불법전단이 판을 치자 이에 대한 전쟁을 선포했다. 생활행정의 롤 모델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시민들로부터 호응을 받았다.
정치인 출신인 두 전임시장이 보여줬던 사례는 그렇게 큰 예산이 들거나 거창한 프로젝트도 아니다. 단지 시민들이 바라고 공감하는 시책을 행동으로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윤 시장의 행보를 보면 왜 답답하고 미덥지 않게 여겨질까. 광주시민 대다수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마 우유부단한 성격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싶다.
기실 종합행정이란 게 고비고비 마다 시장의 판단과 결단력 있는 지시가 있지 않고서는 제대로 돌아갈 수가 없다. 자신감과 확신이 없고 행정을 꿰뚫고 있어야 가능하다. 시민사회 활동과는 엄연히 다르다.
윤 시장은 가급적 모든 사안을 시민과의 토론을 통해 결정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일에는 우선순위가 있고, 때가 있고, 토론회를 거쳐야 할 게 있고 안할 게 있다.
윤 시장의 말만따라 모든 걸 토론을 거쳐 행정행위를 하겠다고 하는 것은 ‘사또 떠난 뒤에 나발 부는 격’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광주비엔날레 20주년 특별전에 홍성담 작가의 걸개그림 '세월오월'을 걸려다 결국 그림을 걸지 못하고 우왕좌왕 하는 것도 그러한 연유에서다.
박근혜 대통령을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의 조종을 받는 허수아비로 묘사한 부분이 문제가 됐다면 비엔날레 이사장인 윤 시장이 나서 가닥을 추렸어야 했다.
그러한 결단을 내리지 못한 채 윤 시장은 전시 불허 방침을 내렸다가 비난여론이 쏟아지자 한발 물러서 “비엔날레에서 알아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공을 떠 넘겼다.
일파만파로 사태는 커갔고 책임 큐레이터가 사퇴하면서 참여 작가들도 덩달아 작품을 철수할 태세다.
물론 "창작의 자유가 침해됐다"는 일부 비판이 있는 반면 홍 작가가 “의도적으로 노이즈 마케팅을 했다”는 의견도 분분하다. 이용우 비엔날레재단 대표이사가 사의를 표명하면서 세월오월의 전시여부는 21일 자문회의에서 결정키로 했다한다.
결국 윤 시장의 꼴도 말이 아니다. 1993년 '광주시민연대'를 결성한 뒤 20년동안 시민운동을 함께 해온 홍 작가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갈라서게 됐기에 그렇다.
이런 볼쌍 사나운 꼴은 예술계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일부 미술가들의 경우 '하필이면 윤 시장때에 이르러 광주비엔날레의 수명이 거의 다하지 않겠느냐'는 조심스런 의견도 제기하고 있다. 부산 비엔날레가 이미 광주를 앞서가고 있는 상황에서 윤 시장의 어정쩡한 태도가 예술을 통제하려는 의도로 비춰지면서 갈등만 키우고 말았다는 데서다.
윤 시장의 정치력과 리더십 부재는 행정조직개편 둘러싼 의회와의 갈등과 함께 도시철도 2호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민선6기 첫 조직개편안이 광주시의회에서 부결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자 광주시는 '요즘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 ‘싱크 홀’처럼 시정에 구멍이 뻥 뚫린 상태다.
물론 승진인사는 가까스로 단행됐지만 일부 공무원들이 이번 인사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내년도 국비확보 활동이나 공약 세부시행계획 마련, 일자리 창출, 도시기본계획 재추진 등의 업무는 산적하게 쌓여만 가고 있다.
광주시는 의회가 발목을 잡아서 그렇다고, ‘그 놈의 한 표’ 때문에 부결됐다고 탓 할지 모르지만 수천 명의 직원이 고작 22명에 불과한 ‘의회권력’에 끌려 다니는 초라한 신세가 됐다.
상임위인 행자위에서 통과된 안건이 본회의에서 부결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의회는 오는 22일 조건부로 통과시켜 줄 테니 일단 집행부가 운영하는 것을 보면서 맘에 안들면 또 다시 발목잡기에 나설 속셈이다.
윤 시장으로서는 행정부시장과 기획관리실장 등을 시켜 일처리를 잘 하라고 했는데 크게 못 미쳤다고 책임을 미룰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의회가 시장을 군기 잡으려고 작심하고 나섰는데 밑에 사람 핑계를 대는 것은 수장으로서 옹색해 보인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언론에 적극 대처하라고 하면서 대변인이 잘못했다고 지칭 했는지 모르지만 이 또한 앞뒤가 맞지 않는다.
남 탓에 앞서 윤 시장이 행정을 제대로 알지 못해서 원포인트로 명확하게 지시를 못하고 있다는 일부 공무원들의 지적이 그래서 나오는 게 아니겠는가.
윤 시장은 14일 간부회의를 통해 "시장을 보면 시민들이 보여야 한다"며 “일자리와 복지 등 ‘민생을 챙겨달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윤 시장이 말한 키워드와 시청직원을 포함한 시민들이 온도차를 느낀다면 엇박자가 생길 수 밖에 없다. 도시철도 2호선 재검토 의사를 밝힌 게 대표적인 사례다.
윤 시장이 인수위때 몇몇 전문가들의 말만 듣고 이를 재검토 하라고 지시했었다.
도시철도 2호선은 광주시가 그동안 수년 동안 정부를 상대로 로비를 해왔고 타당성 검토 결과 승인을 받은 현안이다.
생산유발 효과만 해도 3조원이 넘고, 취업 일자리도 2만개 이상 창출할 것이라는 한국개발연구원의 보고서가 나올 정도로 지역경제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경제성이 큰 건설 사업을 윤 시장이 조급하게 재검토 지시를 내리자 정부는 웬 떡이냐 하며 광주시에 보낼 국비를 다른 곳으로 줄 궁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준다고 하는 국비를 외려 물리치려 한다면 그렇지 않아도 산업구조가 취약하고 지역경제의 30%를 차지하는 대형건설사들이 부도로 쓰러져가고 있음을 목도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 아닌가.
지하철 공사라도 해야 노동자들이 일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한 사람의 일자리라도 더 생기고 돈도 돌게 된다.
그러한 연장선상에서 윤 시장이 얘기하는 소통행정은 헛구호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불현 듯 떠오른다. 윤 시장이 시민과의 소통을 위해 만나는 사람마다 친근하게 껴안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인심은 곳간에서 나오고 먹을거리 입을 거리 등이 뒷받침 될 때 시민과의 소통도 스킨십도 제대로 되는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윤 시장의 구체적인 행동이 뒷받침 되지 않은 채 말로만 하는 행정을 계속한다면 앞으로 4년내내 미덥지 않다는 꼬리표가 따라 다닐 수 밖에 없다.
6·4지방선거에서 전략공천으로 당선된 만큼 시민의 대표성과 정통성 문제도 함께 불거질 수 있다.
▲ 박병모 광주뉴스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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