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대표

오늘(11월 24일) 아침 조선일보에 ‘국민행동본부’ 이름으로 이런 광고가 실렸다. “통진당 해산에 반대하는 헌법재판관들에게 경고한다! ‘세계의 公敵(공적)’이 된 김정은 세력 앞에 줄을 서 賣國奴(매국노)의 길을 갈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헌법과 사실과 國益(국익)에 반하는 결정을 내린다면 우리는 국가생존 차원에서 궐기할 것”이라고 천명하고는 “대한민국의 主敵(주적)이요. 세계의 公敵(공적)인 反인류범죄자 김정은 세력 앞에 줄을 선 헌법재판관들을 응징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단히 잘못된 광고인 바, 이 광고에서 주장하고 있는 바의 잘못을 지적하면서 바른 판단이 있기를 기대한다. 우선, ‘헌법재판관들에게 경고한다’면서, 자신들이 바라는 바대로 결정하지 않으면 ‘응징할’ 것이라고 했는데,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법치주의 내지 사법권의 독립을 중요가치로 하는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세력이 아닐 수 없다.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면서 어떻게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세력을 척결할 수 있겠는가?

필자도 헌법재판소가 통진당의 해산을 결정하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어떤 결정을 하든 그 결정을 존중하는 것이 옳다. 그래야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들 마음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국가기관, 그것도 사법기관을 응징하겠다고 해서야 어떻게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유지될 수 있겠는가? 필자의 경우, 이른 바 좌파진영 사람들이 걸핏하면 법원의 판결을 무시하는 언행을 할 때, ‘저러면 안 되는데’라고 생각해 왔다. 그리고 좌파진영 사람들의 이런 언행에 대해 국민행동본부 쪽 사람들이 비난할 때 일리 있는 주장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런 터에 국민행동본부는 좌파진영의 재판 무시보다 훨씬 더 강하게 재판을 무시할 뜻을 드러내면서 ‘응징하겠다’고까지 말하고 있으니, 이런 사람들의 주장은 전혀 설득력이 있을 수 없다.


그야말로 자기가 하면 로멘스고 남이 하면 불륜으로 매도해서야 어떻게 정당한 주장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겠나? 그래서 자유민주주의의 요체인 법치주의와 사법권의 독립을 위협하는 ‘국민행동본부’야말로 해산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의 수호를 위해 좋을 것 같다.

둘째, 이런 사람들 때문에 통진당과 같은 ‘종북세력’이 없어지지 아니하고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어떤 사람을 비난할 때는 그 사람을 비난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 비난해야 한다. 비난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 비난할 때는 오히려 비난받는 사람의 행위를 정당화시켜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행동분부에 관계된 분들을 다 알지는 못해 단언할 수는 없지만 대체로 지난날 군사독재정권이 자유민주주의를 유린할 때 동조했을 뿐 거기에 저항한 일은 없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사실이 어떠하든 그런 사람들로 인식되고 있다. 그래서 자유민주주의가 유린되고 있을 때 거기에 저항하기는커녕 오히려 동조해왔던 사람들이 오직 통진당을 비난하기 위해서만 자유민주주의를 내세워서야 설들력이 있을 수가 없다.

셋째, 통진당과 같은 ‘종북세력’은 대단히 잘못된 사람들이지만, 이들을 ‘양성’해온 사람들이 바로 군사독재정권과 군사독재정권을 떠받들어 온 세력인 바, 국민행동본부 관계자들도 통진당과 같은 ‘종북세력’을 양성하는 데 일조했음을 인식하고 통절히 반성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넷째, 통진당과 같은 ‘종북세력’과 국민행동본부 같은 ‘애국세력’은 냉정하게 말해서 ‘적대적 공생관계’에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국민행동본부의 주관적 의도와는 무관하게 국민행동본부의 통진당 해산 요구가 통진당의 존속에 기여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국민행동분부’가 진정으로 통진당과 같은 시대착오적이고 반민족적이며 비인간적인 ‘종북세력’이 없어지기를 바란다면 자중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필자는 ‘국민행동본부’ 관계자의 애국심에 대해서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지혜가 부족해 보인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좀 더 지혜롭게 애국활동을 했으면 한다.

▲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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