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논란되고 있는 ‘정윤회 씨 국정개입 의혹’과 관련한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이런 사람이 대통령을 해서야 어떻게 나라가 잘 될 수 있겠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박 대통령은 이 문건의 유출을 두고 ‘국기문란행위’라고 했으나, 박 대통령의 이 문건 관련 발언들이야말로 ‘국기문란행위’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말도 되지 않는 얘기를 해놓고서 이것을 끝까지 우길 것 같으니, 이러고서야 어떻게 국정을 잘 수행할 수 있을까 싶다.

그래서 이 사건과 관련한 박근혜 대통령의 말이 왜 말도 되지 않는 얘기인지를 밝히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고자 한다.

첫째, 박근혜 대통령은 이 문건의 유출을 국기문란행위라고 했는데, 이 말은 맞다. 그런데 이 문건의 유출만이 국기문란행위가 아니다. 박 대통령의 말대로 이 문건에 나오는 정윤회 씨의 국정개입이 사실이 아니라면 이처럼 사실이 아닌 내용을 청와대의 행정관이 작성해서 다른 사람도 아닌 대통령을 욕되게 해서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어렵게 했으니, 이것은 문건 유출 이상의 국기문란행위이다. 그리고 만약 이 문건의 내용대로 정윤회 씨가 국정에 개입했다면 이 또한 당연히 국기문란행위이다.

그런데 이런 국기문란행위가 어디서 일어났는가? 청와대에서 일어났다.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 백보를 양보하여 이런 국기문란행위에 대해 대통령이 몰랐다 하더라도 이 또한 중대한 문제다. 청와대에서 국기를 문란하는 행위가 벌어졌는데도 이 국기문란행위가 언론에 보도되기 전에는 몰랐다면 이 또한 국기문란행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정윤회 씨 국정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한 가장 큰 책임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다. 또 이처럼 이 문건 관련 책임이 대통령에게 있는데도 이에 대한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거나, 특히 이를 보도한 언론에 그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무능과 무책임을 드러내는 것일 뿐이다.

아무튼 이 문건 관련 국기문란행위는 어떤 면에서 보건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이라는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이 문건과 관련해 책임을 져야 한다.

둘째, 이 문건에 나와 있는 정윤회 씨의 국정개입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지만, 청와대의 행정관이 공식적으로 작성해서 ‘공공기록물’로까지 보관하게 된 문건에 대해 청와대가 이를 조사해서 사실이 아니라고 밝히지 않은 이상 이 문건에 나오는 내용은 사실이라고 믿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 행정관이 공무수행으로 조사한 내용을 사실이 아니라고 볼 수도 없거니와, 혹 사실이 아니라면 사실이 아닌 것을 밝히는 또 다른 조사가 있었어야 하는데, 이렇게 하지 않은 이상 이 문건에 나오는 내용은 사실로 인식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박근혜 대통령은 이 문건에 나오는 내용을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말했는데, 박근혜 대통령의 이 말이야말로 ‘말도 안 되는 얘기’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만약 이 문건의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면 박근혜 대통령을 보좌하기 위해 일하는 청와대 행정관이 박근혜 대통령을 모함하는 허위문건을 작성한 것인 만큼, 박 대통령은 이 문건의 유출을 문제 삼기 이전에 이 문건을 작성한 청와대 행정관을 엄벌하도록 지시했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이 행정관에 대한 엄벌 지시는 없이 이 문건의 유출을 더 문제시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도 않지만, 오히려 이 문건의 내용이 사실임을 말해줄 뿐이다.

셋째, 박근혜 대통령은 이 문건의 유출을 국기문란행위라고 했는데, 대통령이 이 문건의 유출을 국기문란행위라고 규정하는 것 자체가 이 문건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이자 이 문건에 나오는 내용이 사실임을 말해줄 뿐이다.

만약 이 문건에 나오는 내용이 누가 보더라도 금방 허위사실임을 알 수 있을 정도라면 비록 청와대에서 공식적으로 작성한 문건이라 하더라도 이 문건의 유출을 두고 대통령이 ‘국기문란행위’라고까지 말할 필요는 없겠기 때문이다.

넷째, 이처럼 여러 정황을 종합할 때 이 문건에 나오는 내용은 사실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사실이 아니라고 우긴다고 해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치부되고 넘어간다면, 이것은 국기문란을 넘어 대한민국은 국가도 아님을 드러내는 것이 되겠기에 절대로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

따라서 이 사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책임을 져야 하는 바, 박근혜 대통령이 진정으로 책임지는 자세로 이 사태를 수습코자 한다면 다음과 같이 조치해야 한다고 본다.

첫째, 이 문건에 나오는 내용의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김기춘 비서실장과 민정수석비서관은 이 문건의 작성과 유출에 어떤 이유로든 중대한 책임이 있는 만큼 즉각 해임해야 한다. 그리고 직무유기 등 업무를 태만히 한 일이 있으면 그에 따른 의법 조치가 있어야 한다.

둘째, 대통령 비서실장을 새로 임명해서 새 비서실장으로 하여금 이 문건 사태의 진상을 조사하게 해서, 그 진상에 따라 대통령의 입장을 밝혀야 한다. 무엇보다 이 문건 사태의 최종적인 책임은 대통령 자신에게 있음을 인정하고 국민에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셋째, 정윤회 씨의 경우, 국정에 개입했다면 그에 따른 조치를 해야 하고, 만약 국정에 개입하지 않았더라도 계속해서 의혹을 양산해 내는 인물이 되고 있는 이상 국외로 떠나게 하는 것이 옳다.

요컨대 박근혜 대통령은 이 문건사태에서 국민이 납득하고 용인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민의 신뢰를 잃은 대통령은 결코 국정수행을 잘 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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