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심지어 대한민국에 민주주의가 파괴된 것처럼 박근혜 정권을 비난하는 사람들도 많다. 사람의 생각은 다를 수 있기에 헌재의 이 결정을 비난하는 견해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사실을 왜곡하거나 정치발전에 방해가 되는 일을 해서는 안 되는데, 지금 헌재의 이 결정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에 해당한다고 보아, 그 부당성을 지적해두고자 한다.

그런데 무엇보다 먼저 통진당의 실체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통진당의 실체에 대해서는 헌재의 해산 결정을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 모두 통진당이 북한의 주체사상과 사회주의 및 김씨 왕조 정권을 추종하는 정당이라고 인식함에 있어서는 거의 같다. 해산 결정을 찬성하는 사람들이야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해산 결정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이것을 부정할 수도 있을 텐데, 그렇지 않으니 말이다.


통진당 해산 결정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통진당의 실체에 대한 변호(옹호)는 없이 절차상의 문제 곧 정당해산은 국민의 판단(선거 등)에 맡겨야 한다거나 통진당 해산 결정은 ‘민주주의 죽음’ 또는 ‘민주주의의 후퇴’라고 주장하는 것 등은 모두 통진당의 실체가 ‘종북세력’이라는 점은 인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만약 통진당이 북한의 사상, 이념, 정권, 지도자를 추종하는 종북세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종북세력으로 간주하여 이를 해산하는 결정을 했다면, 다른 논리는 필요가 없이 오직 그 점을 지적하고 비난했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은 통진당의 종북성은 부인하지 않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대변하다시피 한 사람은 바로 이번 해산 결정에서 유일하게 반대한 김이수 재판관이다. 김 재판관은 통진당 해산 결정을 반대하면서 이런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즉 ‘피청구인(통진당)을 옹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점을 전제하고서, ‘이석기 의원 등이 전쟁 발발 시 남과 북의 자주세력이 힘을 합쳐 미국과 싸운다거나 국가기간시설을 공격한다는 발상과 주장은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판시했다는 것이다. 무슨 말인가? 이석기 의원 등의 주장은 북한에 동조하는 주장으로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다만, ‘이석기 의원 등이 당 전체를 장악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를 당 전체의 책임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통진당 해산을 반대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와 아울러 ‘정당 해산 여부는 원칙적으로 정치적 공론의 장(선거 등)에 맡겨야 한다’고 보아 반대한 것이지, 통진당 주도세력인 이석기 의원 등의 종북성을 부인해서 해산 결정을 반대한 것은 아님을 밝히고 있다. 이처럼 통진당의 해산 결정을 반대한 헌법재판관 조차 통진당의 종북성을 인정하고 있으니, 어떻게 통진당의 종북성을 부인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이석기 의원 등이 통진당 전체를 장악했다는 것만 증명되면, 통진당은 ‘종북세력’으로서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되는 정당이 되기 때문에 해산되는 것이 마땅하게 된다. 그런데 이석기 의원 등이 통진당 전체를 장악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통진당의 실체에 대해서는 김이수 재판관도 다른 8명의 재판관과 별로 다르지 않은 견해를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김이수 재판관은 이석기 의원 등이 통진당 전체를 장악한 것은 아니라고 보았으나, 그것은 착각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이석기 의원의 ‘종북발언’이 언론에 공개되었을 때, 통진당 당원 가운데 이석기 의원의 이 발언은 사실이 아니라거나, 설사 이석기 의원이 그런 발언을 했더라도 그런 견해는 이석기 의원의 견해일 뿐 통진당의 견해는 아니라고 주장한 사람이 있었어야 하는데, 그렇게 주장한 사람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러기는커녕 오히려 이를 옹호하는 사람들만 있었으니 말이다. 설사 옹호하더라도 종북발언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이석기 의원 등을 옹호해야 하는데, 그렇게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것은 통진당 전체가 스스로 종북세력임을 공공연히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 점은 박근혜 정부가 이석기 의원 등을 구속할 때 박근혜 정부를 비난했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이석기 의원의 발언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이석기 의원 등이 내란음모 등의 혐의로 구속될 당시 이석기 의원의 발언에 대해 ‘정신 나간 소리’라고 말하거나 ‘내란음모로 모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는데, 이것은 이석기 의원 등의 종북성은 인정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요컨대, 이석기 의원 등이 종북세력인 것은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는 점은 확실하다.(심지어 본인들도 그것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석기 의원 등이 종북세력인 것은 사실임을 전제하고서, 헌재의 통진당 해산 결정을 비난하는 것은 왜 옳지 않은지를 지적해두고자 한다.

첫째, 이석기 의원 등의 행위가 종북행위로서 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배했다고 하더라도 이들의 행위가 통진당 전체의 행위로 보는 것은 옳지 않기 때문에 통진당 해산 결정은 옳지 않다는 주장이 있는데(김이수 헌법재판관의 견해도 이렇다), 그런 주장은 옳지 않다. 왜냐하면 이석기 의원의 종북발언이 언론에 공개되었을 때 통진당 안에 이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없었으니, 이석기 의원의 발언은 통진당의 입장임은 물론 이석기 의원 등이 통진당의 주도세력임을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헌재의 이 결정을 두고 ‘민주주의의 죽음’ 내지 ‘민주주의의 후퇴’라고 주장하는데, 가당치 않은 주장이다. 민주주의는 모든 사상과 행위를 용납하지만, 민주주의를 부정, 파괴하는 사상과 행위는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를 부정, 파괴하는 세력을 용납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수호할 의지가 없음을 말하는 것이다. 민주주의에 충실할수록 민주주의를 부정, 파괴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단호히 맞서 싸워야 하고, 그런 세력은 척결해야 한다. 그래야 민주주의가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상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하더라도 사상의 자유를 부정하는 사상까지 용납해서는 안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통진당은 북한의 1인독재를 추종하는 세력인 만큼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세력이 아닐 수 없다.

셋째, 정당의 해산은 국민의 심판(선거)에 맡겨야 할 뿐 사법부의 판단에 맡겨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데, 이것은 헌법을 부정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 헌법에는 정당 해산 조항이 있는 터에 이 조항의 적용을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기 때문이다.

넷째, 다른 나라들은 사법부의 판결에 따라 정당을 해산하는 일이 없는데, 왜 우리나라는 사법부의 판결에 따라 정당을 해산하느냐고 비난하는데, 세계 어디에도 우리나라처럼 국가가 분단되어 적대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는 없다. 한국의 특수한 상황은 충분히 감안되어야 한다. 그리고 다른 나라가 하지 않는다고 우리나라도 하지 않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섯째, 헌재는 통진당의 강령에 있는 ‘진보적 민주주의’를 북한식 사회주의로 간주해서 이것도 해산 사유의 중요한 논거로 제시했는데, 이를 두고 ‘진보적 민주주의’가 어떻게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느냐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일리 있는 비난이다. 그래서 헌재가 통진당의 강령을 두고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본 것은 적절치 못하다. 강령이야 당연히 좋은 말만을 나열해 두었을 것인데, 헌재가 통진당의 강령을 해산사유에 포함시킨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본다. 통진당의 강령을 볼 것이 아니라 통진당의 실체를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여섯째, 통진당 해산 결정이 보수세력을 강화하고 진보세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그렇지 않다. 통진당 같은 사이비(似而非) 진보정당이 진보정당 행세를 함으로써 국민들에게 진보의 이미지를 나쁘게 해서 참된 의미의 진보정당이 성장하기가 어렵게 했을 뿐이다. 그래서 통진당 같은 사이비 진보정당이 없어져야 참된 의미의 진보정당이 나오기가 쉽다.


필자는 박근혜 정권이 통진당을 해산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걱정했다. 왜냐하면 통진당 같은 사이비 진보정당이 존속하는 것이 보수세력의 집권 연장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통진당의 이정희 후보 때문에 박근혜 후보가 큰 득을 보아 당선되었다고 본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것만 보더라도 통진당 같은 사이비 진보정당이 보수세력의 집권에 도움을 줌을 알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에 헌법재판관들이 정략적 관점에서 벗어나 국가적 관점에서 법과 양심에 따라 통진당 해산 결정을 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처럼 통진당과 같은 사이비 진보정당이 있어서는 참된 의미의 진보정당의 건설이 더 어렵게 되는데도 진보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통진당 해산을 비난하는 것은 이들이 진정한 진보정당의 건설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일곱째, 통진당 해산은 ‘유신독재’로 회귀했음을 의미한다면서 지금이 유신독재시대와 같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가당찮은 주장이다. 또 인혁당사건 등 유신독재시대에 있었던 재판들이 나중에 잘못으로 판명되었듯이 통진당 해산 결정도 나중에 잘못으로 판명될 것이라고 주장하나, 지금의 재판을 유신독재시대의 재판과 같다고 주장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박근혜 정권이 아무리 문제가 많고 심지어 독선이 심하다 하더라도, 지금이 유신독재시대와 같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혹 유신독재시대에 살아보지 않았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이런 주장이 혹시 유신독재시대의 폭압성을 은폐시켜주게 될까 걱정스럽다. 그리고 지금이 유신독재와 같다고 주장한다면, 그런 사람들은 곧 바로 반독재 민주화 투쟁에 나서야 한다. 그러나 지금이 반독재 민주화투쟁에 나서야 할 때일까?

여덟째, 헌재의 통진당 해산 결정이 마치 국민의 뜻에 배치되는 듯이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헌재 결정을 비난하는 국민들도 있지만 찬성하는 국민도 많음을 인식해야 한다. 여론조사를 해보면 헌재의 통진당 해산 결정을 찬성하는 국민이 더 많을 것이니 말이다.

아홉째, 헌재의 이번 결정을 두고 헌재의 구성이 보수 일색이기 때문이라거나 헌법재판관들이 박근혜 정권의 압력에 굴복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이것은 헌법재판관들을 부당하게 모독하는 것일 뿐이다.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이번에 헌재가 결정한 것과 같은 판단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열째, 헌재의 통진당 해산 결정은 역사적으로 비난받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오히려 거꾸로일 것이다. 역사는 통진당 해산 결정을 정당한 것으로 평가하고, 이를 비난하는 사람들을 부당한 것으로 평가할 것이니 말이다.

끝으로 자칭 진보지식인들의 대오각성이 있어야 함을 강조해둔다. 통진당과 같은 사이비(似而非) 진보정당 때문에 참된 의미의 진보정당 건설이 얼마나 어려웠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래서 우리사회를 양분하고 있는 편가르기의 어느 한편에 서서 ‘지식놀음’이나 하는 사이비 지식인이 되지 않으려면 통진당 해산을 비난하지 말아야 한다. 더욱이 통진당 같은 사이비 진보정당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진보정당 건설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으면서 글이나 말로써 진보 지식인 행세나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라는 비난을 들어 마땅할 것이다.


책임 지지 않는 주장은 허황되기가 쉽다. 통진당 해산 결정을 비난하는 지식인들은 대체로 진보정당 건설을 위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기 때문에 그런 허황된 주장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겠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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