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 재보궐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4개 선거구 모두에서 큰 표 차이로 참패했다. 특히 ‘전통적 텃밭’으로 분류되는 ‘관악 을’에서마저 27년 만에 졌고, ‘지역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광주 서을’에서도 ‘탈당 무소속’에 패배했다.

그동안 박근혜 정부가 그다지 잘 한 것이 없는 데다 ‘성완종 사건’까지 터져 새누리당이 고전할 것으로 예상되었고, 그래서 선거 직전까지도 정치권에서는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그리고 무소속 후보들이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파악했으나, 선거결과는 새누리당의 압승과 새정치연합의 참패로 나타났다.

그러면 이번 선거의 결과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무엇보다 이번 선거는 새누리당이 압승했다고 보기보다 새정치연합이 참패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새누리당이 승리할 요소가 많아서 승리한 것이 아니라 새정치연합이 패배할 이유를 너무 많이 가져 새누리당이 어부지리로 승리한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면 새정치연합은 왜 참패했을까?

무엇보다 중요한 패인은 새정치연합이 친노세력의 정당이기 때문이었다. 당 대표인 문재인 대표가 대표적인 친노세력인 데다 당을 실질적으로 주도하는 세력 또한 친노세력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면 새정치연합이 친노세력의 정당이기 때문에 참패했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국민들이 친노세력을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국민의 동정을 받기는 했지만 노무현 정권과 같은 정권이 다시 나타나는 것을 결코 용납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왜냐하면 노무현 정권은 국민을 너무 많이 실망시켰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대표가 대통령후보였던 것도 새정치연합의 비극이었지만, 지금도 새정치연합의 가장 유력한 대통령후보가 문재인 대표인 것은 새정치연합의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다음으로 친노세력은 새정치연합의 가장 중요한 지지세력인 호남세력의 지지를 받을 수 없게 되어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물론이고 노 대통령을 계승하고 있는 문재인 대표도 호남사람들이 좋아할 수 없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호남사람들이 노 대통령이나 문 대표를 싫어하는 것은 그들이 영남사람이어서가 아니라, 한편으로는 국정을 잘 운영할 능력을 갖추지 못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호남사람들을 홀대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친노세력이 미운 터에 광주 서구 을 지역과 서울 관악구 을 지역에 친노세력을 후보로 내세웠으니 패배를 자청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문재인 대표는 당 대표가 된 후 새정치연합이 국민에게 안정감을 주지 못하는 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국가안보나 경제분야에서 보수적 시각으로 선회했으나 문재인 대표가 그런다고 해서 새정치연합이 그런 방향으로 바뀔 것 같지도 않았고, 특히 ‘성완종 사건’으로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을 강하게 공격하면서 그런 선회는 오히려 묻혀버리고 새정치연합의 과격성이 되살아나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성완종 사건’은 분명 박근혜 정권이나 새누리당의 부패성을 드러냄으로써 새누리당에 엄청난 악재이긴 했으나, 그렇다고 해서 새정치연합이 득을 볼 수 있는 사건이 되지도 못했다. 새정치연합도 이들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부패세력으로 인식된 데다, 이 사건 때문에 박극혜 정권과 새누리당을 공격하다 보니 새정치연합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성완종 사건’이 터졌을 때 새정치연합은 정부와 여당을 공격하는 데만 여념이 없을 것이 아니라 무언가 국민에게 깨끗한 정치의 희망을 보여줄 수 있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 새정치연합이 ‘성완종 사건’에서 아무런 이득을 보지 못한 원인일 것이다.

거기다가 공무원연금 문제나 최저임금 문제 등에 대한 새정치연합의 대응을 보면서 여전히 새정치연합은 믿을 수 없는 정당이라는 인식을 갖게 한 것도 새정치연합이 국민의 지지를 얻는 데 실패한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요컨대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친노세력이 주도하는 정당으로 비친 것이 새정치연합이 참패한 가장 중요한 요인일 것이다.

그러면 새정치연합은 친노세력의 정당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친노세력은 운동권의 ‘386 세력’으로 이루어져 있어 이들은 이념적 지향성을 가진 세력이라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다 이들은 새정치연합이 집권을 하지 못하더라도 당권은 놓치지 않으려 할 것이기 때문에 새정치연합이 친노세력의 정당에서 벗어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새정치연합은 또다시 집권할 수 없게 될 텐데, 이것은 새정치연합의 비극을 넘어 야권 전체의 비극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새정치연합을 중심으로 새누리당의 집권을 막는 것은 불가능하니,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새로운 집권대체세력을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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