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 나라에 정부가 있는가?

요즘 이 나라에 국정운영을 책임진 정부가 있는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우선 대통령이 무엇을 하는지를 모르겠다. 대통령이 아무 일도 않거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대통령이 하는 일이나 말이 국정운영을 책임진 대통령의 일이나 말로 생각되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가적 현안이 된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하여 대통령은 이것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일은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여야 정당 곧 ‘남 탓’이나 하면서 ‘한숨이 나온다’는 말이나 하고 있으니 말이다. 대통령의 이런 자세는 공무원연금 개혁이 되고 안 되고의 문제가 아니라 ‘저런 식으로 국정을 운영해서야 어떻게 국정이 제대로 운영될 수 있겠는가’라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그런 데다 국무총리가 공석이 된 지 벌써 20일이 다 되었는데도 국무총리를 누구로 임명할지조차 정하지 않고 있으니, 도대체 국정운영의 능력이나 준비는 고사하고 국정운영의 의지조차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우니 말이다.
대통령이 이러고 있는 터에 어떻게 이 나라에 정부가 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대통령만 제 역할을 못하는 것이 아니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나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도 국정운영의 한 축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오히려 국민을 불안하고 혼란스럽게 할 뿐이다.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하여 개혁이란 말을 갖다 붙이기조차 민망스러운 비개혁적인 내용을 여야가 합의한 것도 잘못이지만, 협상과정에서 느닷없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결합시켜 합의한 것조차 관철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이긴 마찬가지다. 그러면서도 여야당은 다 같이 ‘합의한 대로 밀고나가겠다’고 말하면서, 서로 상대방을 비난하고 있으니, 도대체 누구 말이 맞는지조차 알기 어렵다.

물론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올릴 필요는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공무원연금 개혁을 논의하면서 거기에 이 문제를 끼워 넣을 일은 전혀 아니다. 굳이 끼워 넣더라도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올리는 문제를 논의하자고 할 수 있을지언정 소득대체율을 50%로 못 박을 일은 전혀 아니다. 소득대체율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별도의 논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새정치연합이 이 문제를 끼워 넣은 것은 포퓰리즘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공무원연금 개혁을 무산시키기 위한 정략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른바 ‘김영란 법’ 때 언론인 등을 끼워 넣어 이 법의 제정을 어렵게 만들려 했던 것과 같이 말이다.
이 뿐이 아니다.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혁 문제만 생각하면 가슴이 터질 듯이 답답하다’고 말했는데, 이것은 아직도 ‘맹탕개혁’에 대한 민심의 분노를 모르는 무책임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아무튼 ‘개혁’이란 말을 갖다 붙이기조차 민망스러운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놓고서 대통령과 집권당 대표가 ‘한숨이 나온다’든가 ‘가슴이 터질 듯이 답답하다’는 말이나 하고 있으니, 어떻게 이 나라에 정부가 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이 나라에서 가장 힘센 사람들이 한숨이 나오고 가슴이 답답하다면 서민대중의 가슴은 얼마나 미어터지겠는가?

여기다가 제1야당의 모습은 더 한심하니, 선거에서 전패했으면 당 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퇴의 뜻을 밝히는 것이 정도다. 그런데도 새정치연합의 문재인 대표는 사퇴의 뜻을 밝히기는커녕 대표직 고수의 뜻을 밝혔다가 역풍을 맞아 자신만 만신창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새정치연합 전체를 만신창이로 몰아넣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국정운영을 엉망으로 하는데도 40%대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전적으로 새정치연합의 무능과 무책임 때문임을 생각할 때 새정치연합을 대체할 새로운 야당의 건설이 없이는 박근혜정권의 무능과 무책임 또한 바로잡을 수 없음을 절감하게 된다. 요컨대 정치가 실종되고 정부가 없는 것 같으니 국민이 어찌 불한해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시국은 너무나 엄중한데도 말이다.

지금은 국민의 일상적 삶이 어려운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북한 핵 문제로 말미암아, 그리고 북한정권의 돌발성으로 말미암아 지금 당장에라도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엄중한 상황이다. 북한의 핵무기 소형화와 미사일 장거리화를 더 이상 방치하지 않으려 할 미국이 중국의 협조 속에 북한을 침공할 가능성이 대단히 크기 때문이다. 북한은 바로 이것을 감지하고 있기 때문에 연일 미사일을 쏘면서 ‘서울 불바다’, ‘워싱턴 불바다’를 외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자칫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엊그제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1% 정도 올라 지지율이 40%대를 회복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박근혜 대통령이 잘해서 그런 줄로 생각한다면 그것은 엄청난 착각이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약간이라도 오르는 것은 국내외 상황이 너무나 위급하기 때문임을 알아야 한다. 나라 안팎이 불안하기 그지없는 터라 그나마 기댈 곳은 대통령 밖에 없다고 보아 대통령이 잘 대처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이겠기 때문이다.

이래서야 되겠는가? 이래서는 안 된다. 정치를 복원하고 정부다운 정부가 들어서게 해야 한다. 그래서 국정운영이 제대로 되게 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이렇게 될 수 있을 것인가? 새로운 정당이 나와야 한다. 이미 국민을 실망시킬 대로 실망시킨 새누리당이나 새정치연합으로는 안 된다. 세계적 대격변기에 잘 대처할 뿐만 아니라 오늘의 이 긴박한 한반도 정세를 민족통일로 승화시키면서 통일된 한반도가 아시아태평양시대의 중심국가로 우뚝 서게 할 새로운 정치세력이 나오게 해야 한다. 바로 이것이 시대적 요구임을 절감한다.

편집국 webmaster@ev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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