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왜 지뢰폭발사건을 일으켰을까?

지난 4일 군사분계선에서 일어난 지뢰폭발사건과 관련한 우리 사회의 대응이 다양하다. 대응이 다양한 것까지는 좋은데 북한이 왜 지뢰폭발사건을 일으켰는지 그 의도를 알고 대응방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단히 많아 유감스럽다.

그런데 북한이 왜 지뢰폭발사건을 일으켰는지, 그리고 우리 사회의 대응이 왜 잘못인지를 밝히기 전에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을 지적해두고자 한다.

이번 지뢰폭발사건과 관련해서도 남쪽 조작설이 나올 수 있을 법도 한데, 그런 주장이 나오지 않으니 말이다. 이 폭발사건과 관련한 군과 정부의 대응을 보면 북한의 소행인지를 의심해 볼 만한 대목이 상당히 많다. 총괄적으로 천안함 침몰사건 때와 꼭 같다. 천안함 침몰의 경우 좌초가 아니면 북한의 소행인 터에 좌초인지 아닌지는 천안함에 타고 있던 군인들이 금방 알 수 있었기에 일단 북한의 소행으로 간주하는 것이 당연했는데도, 보름 가까이 북한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기는커녕 국방부장관의 북한 소행 주장을 오히려 대통령이 제지하는 사태가 벌어졌으니 말이다. 국군통수권자인 데다 ‘반북한’으로 인식되는 보수진영 출신의 대통령이 한 순간도 아니고 보름 가까이 북한의 소행이라고 보지 않은 사건을 북한의 소행이라고 보지 않은 국민들이 많은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 점에서 ‘천안함 괴담’의 원인 제공자는 그 당시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 당국자들이라고 말해서 별로 틀리지 않는다.

이번 지뢰폭발 사건도 마찬가지다. 지뢰 3개가 터진 사건에 대해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즉각 알아낼 수 없는 군대라면 무능하기 짝이 없는 군대다. 즉 쉽게 알아냈어야 한다. 8월 4일에 발생한 사건을 두고 근 1주일간이나 조사를 해서 겨우 10일에야 북한의 소행이라고 밝혔는데, 엄정한 조사를 위해서 그렇게 늦었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다른 해석들도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지뢰폭발사건이 나고서 정부기관들이 북한에 대화제의나 하는 등 지뢰폭발사건과는 걸맞지 않은 행동들을 한 것을 보면, ‘천안함 괴담’같은 ‘지뢰폭발 괴담’이 나오지 않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그런데 지뢰폭발사건이 발생하고서도 통일부가 북한에 남북회담을 제안하고 대통령이 경원선 복원행사를 한 것을 보면 사건발생 초기에는 북한의 소행이라고 볼 만한 근거는 전혀 찾지 못한 가운데 유실된 지뢰를 밟아 터진 것쯤으로 판단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고서야 1주일간이나 발표를 늦출 수도 없었을 것이고, 또 장관이나 대통령이 정상적인 대북활동을 했을 수도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이 사건 발생 후 북한 쪽에서 이 사건을 부인하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자기들의 목적을 관철하려면 상당 기간 이 사건을 부인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하나의 이유는 북한이 이런 도발행위를 할 만한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북한은 왜 지뢰폭발사건을 일으켰을까? 그것은 광복 70주년이자 분단 70주년인 금년 광복절을 전후해서 고조되고 있는 통일 분위기 내지 남북관계개선 요구에 찬물을 끼얹기 위한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통일이나 남북관계 개선은커녕 긴장을 격화시켜야 할 형편에 처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사건을 일으켜 남한에서 북한을 규탄하는 것은 물론 대화와 교류를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나오게 함으로써 통일이나 남북관계 개선 주장이 힘을 얻지 못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북한의 목적은 충분히 관철되고 있다. 남한 안에서 ‘통일은커녕 자칫 전쟁이 날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상당 정도 퍼지고 있는 데다, ‘앞으로 상당 기간 남북한 사이의 대화와 교류는 어렵겠구나’하는 생각이 퍼지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희호 여사가 방북했을 때 김정은 위원장이 만나지 않은 것도 남북한 사이의 대화와 교류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즉 통일은 꿈도 꾸지 말라는 것이다.

지뢰폭발사건의 본질은 바로 거기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북한은 두 가지 절체절명의 상황 내지 과제에 직면해 있다. 하나는 미국의 북한침공이 가까운 시일 안에 일어날 수 있다고 보아 이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박근혜 정부 출범 후 북한에까지 통일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어 이 통일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그래서 북한은 금년 초부터 해안포와 방사포를 잇달아 발사하면서 SLBM(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의 동영상을 공개하고, 그리고 서해 NLL 인근에 부표와 더불어 방사포부대까지 설치했다. 그러면서 남한의 박근혜 대통령과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을 격렬하게 비난하면서 ‘서울 불바다’, ‘워싱턴 불바다’를 외치고 있다. 만약 미국이 북한을 침공하면 남한과 미국도 엄청난 피해를 입으리라는 것을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북한을 침공할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북한의 이런 군사시위와 경고는 미국의 침공을 막기 위한 것이지 북한이 전쟁을 일으키겠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

며칠 전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포럼(ARF)에 참석한 북한 외무성의 대변인인 리동일이 ‘미국이 남한에서 군사연습을 계속하게 되면 한반도에서 제2의 조선전쟁이 일어날 것이다’라고 말했다는데, 이렇게 말한 것은 북한이 제2의 조선전쟁(6,25전쟁)을 일으키겠다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제2의 조선전쟁을 각오하고 있다는 것을 밝혀서 미국으로 하여금 북한을 침공할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또 하나 북한이 당면한 상황 내지 과제는 남한으로부터 불어오는 통일 바람을 차단하는 일이다. 남한에서 불어오는 이 통일 바람을 잠재우는 것이 북한 정권의 최대 과제다. 이번에 일으킨 지뢰폭발사건도 그것이지만, 며칠 전 표준시간을 30분 늦춘 것은 노골적으로 남한과 북한은 두 개의 나라라는 것을 선포함으로써 통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북한의 이런 군사시위와 분단고착화 조치들을 보면서 남한 사회는 전혀 엉뚱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선 북한의 대화기피 내지 긴장조성은 북한의 의도된 행동임을 보지 못하고, 남한 정부도 이에 책임이 있는 양 주장하는 것을 비롯해서, 박근혜 정부가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해서 남북관계가 개선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면서 현재 남북한 관계가 최악의 상태에 있다고 주장하면서 그 책임의 대부분을 남한 정부에 돌리고 있는데, 이것은 북한의 반통일과 반대화를 옹호해주는 것이 될 뿐이다.

지금 남한의 당국자나 논객들은 북한의 의도를 모르고 있고, 또 지금 한반도 정세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모르고 있다.

한반도 정세에 대한 필자의 견해를 밝히면, 한반도는 지금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대단히 높은 가운데, 남한이 이 분위기를 통일로 승화시켜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그래서 지금의 남북관계가 긴장상태에 있는 것을 두고 남북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거의 무의미하다. 더 엄격하게 말하면 북한정권의 존속을 지원하는 것일 뿐이다. 통일을 이룰 일을 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자세히 밝힌 바 있어 생략한다.

►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원장

편집국 webmaster@ev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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