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 자격이 있는가?

▲ 장기표 원장

지난 13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와 신년 기자회견은 국가적으로나 대통령 자신으로나 잃은 게 더 많은 이벤트였다. 담화와 회견을 보며, 한심함을 넘어 대통령직을 그만두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조차 있다. 북핵위기라는 엄중한 안보 위협 앞에 단호하고 결연한 의지로 효과적인 대응방안을 천명하기는 고사하고 경제난의 책임이 국회에 있다는 말만 하고 있으니, 이것은 국가안보가 제1의 책무인 대통령으로서 무책임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국회가 경제 관련 법률들을 통과시키지 않아 경제가 어렵다고 책임을 전가하면서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과 행정부가 더 이상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반문하는데, 이것이 일국의 대통령으로 할 말인가. “대통령 노릇 못해먹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말과 다를 게 무엇인가. 이 말은 곧 더 이상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음을 말하는 것이다. 대통령으로서 더 이상 할 일이 없으면 그만두는 게 맞는다는 주장이 이래서 나오는 것이다.

헌법에 규정된 대통령의 책무는 도외시한 채 모든 것을 국회 탓이고 야당 탓이라고 규정하는 박 대통령의 오류가 무엇인지, 1·13 대국민 담화와 회견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북핵 위기와 같은 심각한 국가안보 문제를 국회 내지 야당 비난의 수단으로 삼는 것은 국가안보를 책임질 능력만 없는 것이 아니라 의지도 없다는 뜻이 아닐 수 없다.

둘째, 북핵 문제와 관련해 한국의 독자적인 대응책을 제시할 생각조차 없으니, 이것은 주권국가 대통령으로서의 자격이 없는 것이다.
북핵 문제와 관련한 대국민 특별담화인 만큼 국군통수권자로서의 확고한 대응책 제시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함으로써 국민에게 희망과 안도감을 주기는커녕 실망과 불안감을 증폭하였다. 내정만 남 탓을 한 것이 아니라 국가안보 문제에서까지 남 탓을 하고 있으니, 대통령으로서의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 묻고 싶다.

셋째, 박 대통령은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사전 인지와 관련하여 ‘미국도 몰랐다는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는데, 이 또한 대통령으로서의 자격이 없음을 드러낸 말이 아닐 수 없다. 미국도 몰랐다는 것으로 정부의 무능을 호도하려고 한 것 같은데, 이것은 유치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미국이 몰랐다고 해서 한국도 몰라도 되는 것은 아니다. 북한 핵문제 내지 북한문제는 우리가 미국보다 더 잘아야 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 미국이 몰랐다고 해서 우리도 몰라야 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설사 기술적으로 미국이 더 잘 알 수 있는 처지에 있더라도 미국이 우리보다 더 잘 아는 것을 당연시해서는 안 된다.

과학기술자가 아니라 국가원수인 대통령이 자국의 국가안보와 관련한 사항을 다른 나라보다 더 잘 알지 못함을 당연시 하면서 공개적으로 표명하는 것은 국가적 수치가 아닐 수 없다. 또 미국이 북한 핵실험을 사전에 알았는지 몰랐는지를 단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국가 기밀사항이라 알고도 모른 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도 때로는 알고도 모른 체 할 수 있어야 한다. 대통령이나 관련 공무원이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 국가기밀사항을 자기가 아는 대로 공표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다섯째, 박 대통령은 ‘안보와 경제 두 가지가 동시에 위기를 맞은 비상상황’이라고 말했다. 집권한지 3년이 지난 상태에서 안보와 경제가 위기상황에 처했다면 그 가장 큰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책임회피를 위해 이런 말을 하고 있으니. 대통령으로서의 자격이 없기 없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여섯째, 박근혜 대통령의 어제 기자회견은 앞으로 있을 4.13 총선에서 ‘친박인사’들의 당선을 위한 선거운동이었는데, 국정에 전념해야 할 대통령이 북한 핵문제와 같은 국가위기 상황에서 국정운영보다 선거에나 신경 쓰고 있으니, 이런 사람이 대통령직을 수행해서 어떻게 나라가 잘 될 수 있겠는가?

그런데 필자 생각으로도 박근혜 대통령은 스스로 그만두는 게 맞는다고 보지만 스스로 그만둘 가능성은 전무하다. 그래서 딱 한 가지만 충고한다. 어떤 문제든 ‘남 탓’을 하면 안 된다고 말이다. ‘남 탓’을 하면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일이 잘 안 될 때는 그 원인을 내 안에서 찾아야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음을 아시기 바란다. ‘남 탓’이 아니라 ‘내 탓’으로 해야 한다는 말이다.

편집국 webmaster@ev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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