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문명정책연구원 장기표 원장

나라가 엉망이다. ‘최순실 사건’ 때문만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가당치 않은 오만과 독선, 무능과 무책임 때문이다. 계속 ‘남 탓’ 할 궁리만 하고 스스로 잘할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으니 오늘과 같은 사태에 직면한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런데 이처럼 박근혜 대통령이 안하무인의 오만과 독선에 빠져 있었던 원인이 바로 최순실 씨에 대한 ‘맹목적 신앙’ 때문이었으리라는 점에서 ‘최순실 사건’이 갖는 의미는 대단히 크다.

박근혜 대통령이 오늘의 이 난국을 수습하려면 자신의 국정운영이 왜 잘못되었는지, 그리고 많은 국민들이 왜 대통령의 퇴진이나 탄핵을 외치는지 그 이유를 알아야 한다. 그래서 퇴진이나 탄핵을 요구하는 것이 결코 무리한 요구가 아님을 먼저 인정해야 한다. 왜 그런가 하면 박근혜 대통령이 정부 밖의 최순실 씨 등 외부세력에 의존해서 국정을 운영해온 것은 헌정질서를 문란한 것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청와대 비서실, 내각 등 국가 공조직을 무력화시켜 제 역할을 할 수 없게 한 것은 국정문란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위와 같은 문제의식에서 사태수습방안을 강구해야 하는 터라, 다음과 같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본다.

첫째,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특별담화를 통해 오늘과 같은 사태에 이른 책임은 전적으로 자신에게 있음을 밝히고, 앞으로 정치적 책임은 물론 법률적 책임도 다 지겠다고 밝혀야 한다. 다만 자신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면 상당한 혼란이 발생할 수 있겠기에 대통령직을 유지하면서도 국정운영의 권한을 국무총리를 중심한 내각(행정부)에 위임할 것을 밝혀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국정을 운영할 권능을 상실했다. 국민의 지지가 있을 때도 국정운영을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국민의 지지를 잃은 지금 무슨 권능으로 국정운영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둘째, 국무총리와 각부 장관, 기타 정부고위직을 임명할 때 자기 마음대로 임명할 것이 아니라 야당 내지 국회가 추천하는 사람으로 임명할 필요가 있다. 이른바 거국내각을 구성하는 것이 옳다.

야당이나 국회가 추천한다고 해서 좋은 사람을 추천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할 경우 박근혜 대통령이 심기일전했음을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 사태수습의 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셋째, 미르재단과 케이스포츠재단의 설립을 위한 기업들의 출연은 정부의 강압에 의한 것임을 밝히고, 두 재단을 해산하고 기업에게 출연금을 되돌려 주어야 한다.
이처럼 박근혜 대통령이 기업들의 출연을 정부의 강압에 의한 것임을 밝히는 것은 스스로 탄핵의 사유를 인정하는 것이 될 수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해야 한다. 정부의 강압에 의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해야 국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진정성을 믿을 수 있겠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지 않을 경우 두 재단 문제가 계속해서 제기되어 나라를 시끄럽게 하는 것은 물론 퇴임 후에도 이 두 재단 문제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넷째, 검찰총장을 새로 임명해서 ‘최순실 사건’ 등에 대해 엄정하게 수사하도록 해야 한다. 다만 검찰총장 임기제 때문에 김수남 검찰총장이 사퇴를 거부할 경우 야당이 추천하는 특별검찰을 임명해서 엄정한 수사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요컨대 박근혜 대통령은 나라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도 위와 같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보는데, 그렇게 할 가능성이 있는가? 거의 없다. 자신의 선의를 내세우면서 변명으로 일관할 가능성이 대단히 크고, 그러다가 물러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 같다.

결국 ‘박근혜 이후’를 대비해야 하겠는데, 지금의 야당들로는 지금보다 나을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문제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이 우리사회가 직면해 있는 여러 현안들의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한반도가 엄청난 위기상황에 처해 있는데도 이에 대한 문제의식조차 없이 득표활동이나 하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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