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사상이 담긴 조선시대 인물화' 출간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조선 후기 승려 화가 색민이 그린 동강 이의경(1704~1778)의 초상화는 고승과 선비의 모습이 뒤섞여 있다.

검은 탕건을 쓰고 흰 도포를 입은 형상은 양반 사대부인데 왼손에 지팡이를 짚고 바위 위에 앉은 모습에서는 사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승의 면모가 떠오른다.

이는 인물의 개성적인 외모를 포착하는 동시에 불교 회화의 전통적인 인물 표현법을 적절히 사용해 그렸기 때문으로 평가된다.

이의경 초상화는 그의 사후에 그를 따르던 유생들과 관리들에 의해 영당에 봉안됐다. 이질적인 불화풍의 그림까지도 수용했던 18세기 후반의 유연한 시대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조선 전기의 문신인 하연(1376~1453)과 부인 성주 이씨(1380~1465)의 모습을 각각 담은 부부 초상화는 5쌍이 전한다. 한 폭에 그려지지는 않았고 부부가 따로 그려진 초상화이지만 하연과 부인이 마주 보는 형태다.

하연 부부의 초상화는 오랫동안 꾸준히 다시 그려지면서 많은 수의 작품이 전해진 흔치 않은 예다. 이는 그들이 금실 좋은 부부의 표상으로서 후대의 귀감이 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유교의 내외 관념이 확고해지면서 사대부 부인의 초상을 화가가 직접 보고 그리는 것이 불경한 일로 여겨져 부부 초상화는 조선 중기 이후 사라지게 된다.

서양에서는 인물화가 회화의 주축을 이뤘는데 비해 동양에서는 산수화가 회화의 중심이었다. 우리나라 회화 연구에서 산수화 연구가 최우선 순위로 꼽히고 인물화를 비롯한 다른 분야는 비교적 덜 발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발간된 '역사와 사상이 담긴 조선시대 인물화'(학고재 펴냄)는 458장의 컬러 도판으로 조선시대 인물화를 총망라했다. 인물화 가운데 고사(故事)를 소재로 한 인물화, 불교와 도교를 소재로 한 인물화 등 그동안 미진했던 분야도 포괄적으로 조명했다.


안휘준 서울대 명예교수가 2003년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대학원 한국미술사 연구 세미나에서 나왔던 학생들의 발표문과 자료를 책으로 엮었다. '고사 인물과 역사 인물이 담긴 그림', '풍속이 담긴 인물그림', '유(儒), 불(佛), 선(仙) 사상이 담긴 인물 그림' 등 다양한 논문 28편이 수록됐다.

각 논문은 대표적인 작품에 대한 해제와 함께 관련된 화가와 작품을 소개한다. 특히 화가의 화풍, 기법 및 재료 등에 대한 연구뿐만 아니라 각 주제에 담긴 사상사적 배경을 추적하고, 작품과의 연결점을 찾아내는데 공을 들였다.

660쪽. 5만8천원.

<사진 설명 = 이의경 초상화, 김홍도가 그린 '좌수도해도' / 학고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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