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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경험도 못 쌓고 이대로 시간만 지나가는 건 아닐까 너무 무서워요."

서울 소재 간호대학에 재학 중인 4학년 한 모 씨는 전날(20일) 간호사 국가고시 합격 통보를 받았지만 당분간 '백수'로 지내야 할 처지에 몰렸다.

지난해 촉발된 의정갈등으로 전공의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상급종합병원들이 수술, 입원 건수 감소 등을 이유로 신규 간호사 채용을 최소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간호사 면허를 취득한 졸업자들도 아직 취업을 못했는데, 올해는 간호사 국가시험 합격자 수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취업난이 더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21일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 따르면 2025년도 '제65회 간호사국가시험' 응시자 수는 2만5280명이며, 합격자 수는 2만3760명이다. 역대 응시자, 합격자 수 모두 최대치다.

실제로 약 5년 전인 지난 2020년(제61회) 간호사 국가시험 당시 응시자 수는 2만2933명에 그쳤지만, 올해는 응시자 수가 약 3000명 늘어났다. 합격자 수 또한 비슷한 동향을 보였다. 지난 2020년에는 2만1582명이었지만 올해는 이보다 약 2000명 늘어난 인원이 면허를 취득했다.

매년 배출되는 간호사 수는 앞으로도 더 늘어날 예정이다. 정부는 올해 간호대학 입학정원을 지난해에 비해 1000명을 증원하기로 했다. 이에 간호대학 입학정원은 2024년 2만3883명에서 2025년 2만4883명으로 늘었다.

간호대 학생들과 간호사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간호대 증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서울 동작구 소재 간호대학에 재학 중인 4학년 김 모 씨는 "졸업하면 취업이 보장된다고 해서 간호학과에 왔는데, '병원 사정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아직 취업하지 못했다"며 "3학년 중에서는 벌써 공무원 시험, 고시 등을 준비한다면서 휴학계를 낸 후배들이 많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와 한국간호대학장협의회가 19개 간호대학을 상대로 진행한 '간호대학 졸업생 취업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졸업하는 간호대 졸업생의 취업률은 약 34%(졸업생 1707명 중 578명)에 그쳤다. 이는 지난 79.1%, 2023년 81.9%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이미 취업에 성공한 간호사들도 마음이 무겁다. 수도권 소재 간호대학을 졸업한 30대 정 모 씨는 지방 소재 병원에 2025년 사번으로 입사할 예정이었지만, 아직 입사일을 받지 못했다.

정 씨는 "병원에서는 빠르면 올해 6월에 일을 할 수 있다고 하지만, 해가 바뀌어도 (의정갈등이) 해결되지 않아 걱정된다"며 "대학병원 취업에 여러 번 실패한 간호사들은 미국간호사시험을 준비하는 추세다. 하지만 미국간호사시험도 최근 응시자가 몰려 시험을 보는 데만 8개월이 넘게 걸린다"고 호소했다.

복지부 "간호대 입학정원 감원은 시기상조"

서울 소재 간호대학에 재학 중인 4학년 김 모 씨는 "정부에서는 임상에 근무하는 간호사 수가 적어서 (간호대생증원을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말하지만, 이는 현장을 모르는 소리"라며 "수도권 소재 대학병원 채용에도 여러 번 지원해 봤지만 떨어졌다. 더구나 개원가(의원급 의료기관)는 중고신입(임상 경력이 있는 지원자)들이 면접을 보러 온 경우도 있어 붙기가 더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런 우려에도 보건복지부는 간호대 입학정원 감원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전날 "간호대 입학정원은 간호 인력 수급 현황 등 전체적인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 의료 현장에서 간호인력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며 "올해 간호대 입학정원이 결정되어도 이 인력은 2030년에나 임상에서 근무하게 되며, 그때 상황은 지금과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도 지난달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간호사 취업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것은 일시적인 요소이며,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와 간호사의 단계적 증원을 통해 현장의 의료 질을 높이기 위한 계획을 이미 발표했고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간호인력 전문위원회에서 간호대 정원에 대해 논의를 마무리한 후 5월 내로 간호대 정원을 확정할 계획이다.

다만 이에 대해 간호계 관계자는 "간호대학의 입학정원을 늘리기만 할 경우 교육의 질은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실습환경 및 교수진의 확보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며 "무리한 증원은 간호사로서의 역량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인력을 배출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