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 위탁으로 고교 체제 개편 시안을 마련한 특목고 제도개선 연구팀은 두 가지 외고 개편안을 놓고 27일 토론회를 연다. 2012년을 전환 시점으로 1안은 외고로 존속하거나 국제고, 자율형 사립고, 자율형 공립고, 일반계고 중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것이고, 2안은 외고의 간판을 내리고 자율형 사립고, 일반계고 등의 외국어 중점학교로 전환하는 것이다. 1안은 학생선발권을 보장한 외고 존치에 무게를 두었다. 그러나 외고로 남으려면 학급과 학생 수를 국제고, 과학고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 어림잡아 학생 수를 현재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 수준으로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학교 규모는 축소되지만 학생선발권이 살아 있으므로 외고의 우수학교 독점 현상과 과도한 사교육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수 있다. 2안은 추첨 전형을 중심으로 외고를 폐지하자는 쪽이라고 볼 수 있다.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권 확대와 학교 자율화 정책에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외국어고의 해법은 당초 설립 취지를 되살리고, 외고의 정체성을 바로 잡는 데서 찾아야 한다. '어학영재 양성을 위한 외국어 계열의 특수 목적 고등학교'로 설립된 외고가 일류 대학 진학의 통로가 돼 사교육을 부추기는 주범으로 지목받은 지는 오래다. 외국어고의 실제 어문계열 진학률은 30% 미만이고, 서울 명문대 합격자의 40%대가 외고 출신이라고 한다. 지난해 입시에서 고려대가 내신 위주 수시전형에서 외국어고를 노골적으로 우대한 것처럼 외국어고 위주 고교등급제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외고가 교육의 빈부격차를 통해 신귀족층을 만들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고교 교육 정상화를 위해 외고의 수술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좋은 교육을 받고 좋은 대학을 가기를 바라는 학생과 학부모의 욕구를 완전히 무시할 수 없고, 국제화 시대에 맞는 글로벌 인재의 양성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외고를 축소하거나 폐지한다고 해서 사교육이 줄어들리라는 보장도 없고, 내신과 입학사정관을 겨냥한 다른 사교육 시장이 형성될 수도 있다. 외고의 개편이 단순히 이름만 바꾼 또 다른 입시 명문고를 낳지 않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고교 교육의 정상화와 일반계 학교의 수준 향상 등 공교육 개선 대책이 외고 개편과 함께 시행돼야 한다. 교육은 백년지계라는 말도 있듯이 외고 개편은 정치 논리에 휩쓸리지 말고 학부모와 학생에게 고루 혜택이 돌아가고 미래 우리 나라의 인재를 양성하는 기반이 될 수 있도록 신중하게 검토돼야 한다. 정부는 제도 개선 시안을 토대로 각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중지를 모아 외고 개선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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