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보도연맹은 1949년 좌익운동을 하다 전향한 사람들로 조직된 반공단체로 당시 결성을 관장했던 검찰과 경찰의 주요 간부들의 증언에 따르면 단원 수가 약 30만명에 달했다. 6.25 초기 전세가 불리해져 정부가 후퇴하게 되자 이들은 북한에 동조하고 반란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인물로 분류돼 1950년 9월 중순께까지 상당수가 학살당하는 참변을 당하게 된다. 이 사건은 그후 발생 과정이나 희생자 규모, 성격 등에 대한 명확한 규명이 이루어지지 않다가 진실화해위가 2006년 10월 전모를 밝히기 위한 직권조사에 나서 이날 그동안의 활동 결과물을 공개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번 발표 내용을 보면 이 사건은 말 그대로 '학살'이다. 경찰은 당시 창고 등에 구금된 보도연맹원들을 외딴 곳으로 끌고가 구덩이를 파게 한 뒤 일렬횡대로 세우고 총살하는가 하면 창고에 갇혀 있는 사람들에게 무차별적으로 기관총을 발사했다고 한다. 전쟁 중이라는 점을 백번 감안한다 해도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좌익과 전혀 관계없는 사람들도 무수히 희생됐을 것이라고 짐작하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당시 일부 경찰관들은 무고한 사람들을 그냥 풀어주기도 했고 경찰에 돈을 주고 구금장소에서 빠져나온 사람도 있다고 하니 어처구니없는 역사의 비극에 비탄을 금할 수 없다.
진실화해위가 3년 간의 직권조사 끝에 결과물을 내놓았지만 아직도 파헤쳐야 할 사항이 적지 않아 보인다. 이번에 희생자수가 4천934명으로 공식 발표됐지만 이는 수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피해자의 10%에도 못미치는 숫자라고 한다. 진실화해위의 직권조사 사실을 아예 모르거나 알아도 연좌제에 대한 두려움 때움에 진실규명을 요청하지 않은 유족들이 아직도 많다는 것이다. 또 보도연맹 조직을 주도한 기관은 검찰이었고 사살한 주체는 경찰 사찰계와 육군본부 정보국 방첩대였다는 사실은 이번에 밝혀졌으나 보도연맹원에 대한 체포와 사살명령을 내린 주체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있다.
이미 지나간 과거라고 해서 대충 넘어가서는 안된다. 수많은 민간인들이 무고하게 희생당한 이 사건은 단순한 과거가 아니라 역사다. 역사를 정확히 밝혀내고 기록하는 것은 바로 정의롭고 선진적인 미래로 가는 길이라 할 것이다. 진실화해위의 권고대로 국가의 공식 사과와 피해 보상, 재발 방지를 위한 법.제도적 조치 등도 필요하지만 아직도 확인되지 않은 주요 사항들을 추가 조사할 대책을 마련하는 것 또한 그 못지 않게 중요한 과제다. 정부는 내년 4월로 정해진 진실화해위의 조사기간이 이대로 끝나고 미진한 것이 더 밝혀지지 않은 채 묻혀지도록 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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