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한명은 민원인에게 먼저 돈을 요구해 30만원을 챙겼다가 옷을 벗었다고 한다. 이보다 훨씬 큰 금액의 비리를 저지르고도 적당히 넘어가는 세태에 익숙해있는 국민들에게 신선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서울시의 원스트라이크 아웃제가 말만 아님을 보여주는 것으로 단호한 부패 척결 의지에 박수를 보낸다.
서울시가 2일 밝힌 바에 따르면 김모, 전모 공무원은 민원인에게서 각각 30만원과 20만원을 받았다가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지난 5월 해임처분을 받았다.
서울시가 지난 2월말 도입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가 적용된 것이다.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는 직무와 관련해 100만원 이상의 금품과 향응을 받거나 뇌물 액수가 100만원 이하더라도 먼저 금품을 요구하는 등 죄질이 나쁜 직원에 대해 한 차례의 비위사실만으로도 퇴출시키는 제도다.
김씨와 전씨의 경우 금액은 적지만 소방 관련 증명서를 발급받으려는 민원인에게 먼저 돈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징계가 너무 무겁다며 소청을 제기했지만 20만원을 받은 전씨만 정직 3개월로 감면됐고 30만원을 챙긴 김씨는 기각돼 결국 공직을 떠났다.
시 산하 사업소 소속의 다른 공무원 세명도 민간업자로부터 180만~300만원을 받았다가 해임됐다고 한다.
공직자들의 비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중앙과 지방에서, 고위급과 하급 공무원을 막론하고 국고를 횡령하거나 민원인으로부터 금품이나 향응을 받다 구속되는 일이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진다.
대검찰청은 지난해 3월부터 지난 9월까지 1년 6개월간 국가예산과 보조금 등 나랏돈을 빼돌린 공무원 등 약 700명을 기소했는데 새나간 돈이 무려 1천억원이었다. 경찰청이 지난 8월부터 지난달까지 약 3개월간 벌인 공직비리와 권력.토착비리에 대한 특별 단속에서는 1천648명이 검거됐다.
최근에는 국세청과 행정안전부의 국장급 간부들이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지방공무원들의 비리 등도 해마다 늘어 지난 2006년 1천276명이던 징계 숫자가 2007년 1천621명, 2008년에는 2천803명으로 증가했다. 공무원 비리 천국이라해도 할말이 없을 정도다.
공직사회의 부패는 바로 국가경쟁력의 저하로 이어진다. 정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국민과 기업의 업무 열정을 저하시켜 사회 전체의 생산성과 효율을 크게 감소시킨다. 외국기업의 투자도 장애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지난달 국제투명성기구가 각국의 공공부문 부패정도를 조사해 발표한 '2009년 부패인식지수'에서 한국은 10점 만점에 5.5점을 얻어 지난해보다 오히려 0.1점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의 평균 7.04점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선진국으로 가려면 공직사회 부패의 벽을 반드시 넘어야 한다.
이런 시각에서 볼 때 서울시의 이번 조치는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원스트라이크 아웃제가 용두사미의 전시성 행사가 되지 않고 공직사회의 청렴도를 높이는 든든한 버팀목으로 정착하고 더욱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이와 함께 공무원들은 자기에게 주어진 정책수행상의 재량이나 인허가권 등이 사익을 위해 제공된 것이 아니라는 가장 기본적인 인식부터 분명히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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