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노동으로 참담한 생활을 해야 했던 고통의 대가가 고작 과자 한 봉지 값에 불과하다니 어처구니없을 따름이다.
한국인 피해자는 물론 일본 내에서도 "패전 당시 지불했어야 할 돈을 뒤늦게 돌려주면서 화폐가치조차 반영하지 않은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를 상대로 후생연금을 청구한 사람들은 1944년 10대 중반의 나이로 광주ㆍ전남 지역에서 일본으로 끌려가 미쓰비시 중공업에서 강제노동에 시달린 피해 여성과 유족 8명이다.
이들은 1998년 일본 정부에 후생연금 탈퇴수당을 청구했으나 일본 사회보험청은 당시 근로기록을 찾는다며 11년을 질질 끌어오다가 이제야 1인당 99엔씩 계좌로 송금하기에 이르렀다.
일본 사회보험청은 한국인 피해 여성의 급여기록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같은 공장 일본인의 과거 급여기록을 찾느라 시간이 걸렸고, 당시 급여체계와 가입기간을 고려해 99엔이라는 액수를 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방 후 귀국할 때 마땅히 지급했어야 할 돈을 64년이나 지나 지급하면서 그동안 화폐가치 변동이나 물가상승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급여의 평균액을 기준으로 탈퇴수당을 기계적으로 산출한 것이다.
광복 당시 황소 한 마리가 50엔이었음을 감안하면 현재 시세로 터무니 없는 액수다.
1944년 일본 정부가 대만 출신 군인과 군속의 미지불 임금 등을 환급하면서 액면가의 120배로 환산해 지급했던 전례에 비춰볼 때도 도무지 말이 안되는 돈이다. 피해 여성인 양금덕 할머니가 격분하는 것처럼 아무런 양심의 가책 없이 "거지 취급하듯 주는 돈"은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게 우리 생각이다.
과거사를 둘러싼 한일 간의 갈등은 툭 하면 터져 나오는 해묵은 난제다. 일본이 과거 저지른 전쟁 범죄를 진심으로 사죄하지 않고, 당시 일본에 끌려가 임금 한 푼 받지 못한 채 죽도록 고생한 피해 여성을 배려하는 마음이 전혀 없이 달랑 지급한 99엔은 한국과 한국인을 무시하는 몰염치의 극치로 분노와 반발만 살 뿐이다.
일본 정부는 왜 아직도 매주 수요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정신대와 종군위안부 강제동원을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지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이번과 같은 행태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을 주창하는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의 말이 진심이 아닌 외교적 수사로 받아들여 질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도 이런 망신스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자국민의 이익에 소홀한 측면이 없지 않았나 자성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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