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문부과학성이 독도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독도의 일본 영유권 주장을 고수하는 고등학교 교과서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를 발표했다.

독도라는 말만 뺐을 뿐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주장을 담은 중학교 교과서 해설서에 입각해 학생을 가르치라는 정부의 방침을 내렸다. 독도라는 단어는 피하되 자국 주장은 그대로 펴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다.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에 끌려가 강제노동을 한 정신대 할머니에게 64년만에 후생연금 탈퇴수당으로 1인당 99엔을 달랑 지급해 할머니들을 우롱하더니 또 다시 독도 문제로 한국인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일본 고교 지리ㆍ역사 과목의 새 교과서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는 "중학교에서의 학습에 입각, 우리나라(일본)가 정당히 주장하고 있는 입장에 근거해 적확하게 취급, 영토문제에 대해 이해를 심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7월 발표한 중학교 사회과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는 "우리나라와 한국 사이에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표현)를 둘러싸고 주장에 차이가 있다는 점 등에 대해서도 북방영토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영토ㆍ영역에 관해 이해를 심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해설서는 학습지도요령과 함께 교과서 제작 및 교사 수업의 지침이 되는 학교 교육의 안내서격이다. 결국 고교에서도 중학교처럼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가르치라는 게 해설서 요지라고 볼 수 있다.

문부성 부대신은 일본 언론과 한 브리핑에서 "영토문제를 어떻게 교육하느냐는 상대국을 배려해야 하는 게 아니다"고 말해 일본의 속뜻을 분명히 했다.

지난 9월 민주당 정권 출범 후 하토야마 총리는 "민주당 새 정부는 역사를 직시할 용기를 갖고 있다"며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하토야마 총리는 아시아를 중시하는 외교를 펴겠다며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단어만 바꿔가며 자민당 정권과 똑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게 역사를 직시하는 용기인지 묻고 싶다.

같은 주장을 하면서 독도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으니까 일본 정부가 한일관계를 손상치 않으려 고심했고, 한국을 배려했다고 한다면 어불성설이다. 내년은 일본이 한국을 강제로 병탄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구축하려면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과거 식민종주국식 주장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우리 정부도 툭 하면 터져나오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독도라는 말을 쓰지 않았으니까 괜찮다는 식은 곤란하다. 고등학교 역사 과목을 선택과목으로 돌리려는 교육과학기술부도 일본에 맞서 우리 학생들에게 올바른 역사관을 심어주는데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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