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야

연초 우리 경제에는 밝은 소식과 어두운 소식이 교차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경기회복세와 투자 확대 가능성 속에 신규 인력 채용을 늘리는 방안을 앞다퉈 검토하고 올해 소비 회복세가 본격화되리라는 소식은 우리 경제의 숨통을 터 줄 것이라는 기대를 높인다.

반면 새해 벽두부터 원화 환율 하락세가 심상치 않은 데다 유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마저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금리 부담도 가중되는 등 이른바 3고(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소식은 정책 당국이나 기업들을 긴장시킨다.

10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주요 대기업들은 올해 실물경기가 회복되리라는 예측을 바탕으로 신규 인력 채용 규모를 작년보다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얼마간 늘린다 해도 청년실업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긴 어렵겠지만 암울한 처지에서 취업을 준비해온 청년들에게는 낭보가 아닐 수 없다.

일자리 창출이 올해 민관의 최대 화두로 등장한 가운데 전경련은 오는 14일 올해 첫 회장단 회의를 연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재계 총수들은 머리를 맞대고 민간 차원의 일자리 창출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이 연초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신년인사회에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궁극적으로 기업의 몫"이라며 일자리 창출에 주도적으로 나서달라고 독려한 데 대해 재계가 어떻게 화답할지가 관심거리다.

대기업들이 지난해 우리 경제가 글로벌 위기를 탈출하는 데 이바지했다고는 하지만 일자리는 실적만큼 늘리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오는 만큼 올해는 투자와 실적 확대에 걸맞은 일자리 확충에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기대한다.

다만, 정부도 지금처럼 전력을 기울여 일자리 창출에 매달린 적이 없다고는 하지만 고용을 위한 재정지출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라는 OECD의 보고서를 외면하면 안 된다.

또 고용과 직업훈련, 복지를 연계한 원스톱 통합서비스 구축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겠다고 했는데도 여전히 부처별로 따로 놀고 있다는 지적도 겸허하게 경청해야 할 것이다.

대기업들의 인력 채용 확대 검토 소식과 함께 소비 회복세가 완연해지고 있다는 소식도 우리 경제에는 훈풍이다.

작년 11월 소매판매액은 22조4천억원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12.2% 늘어났는데 이런 증가율은 2008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특히 극도로 부진했던 컴퓨터·통신기기 판매가 늘고 18개월간 감소하던 가구 판매가 석 달째 증가한 것이 뚜렷한 소비 회복세를 반영한다.

올해는 소비 회복세가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많다. 고용 여건이나 증시, 부동산 시장 등의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예상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올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지도 모르는 악재가 연초부터 터져 나오고 있다는 소식에 정부나 민간 분야 모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15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연초부터 크게 오르고 구리 등 원자재 가격도 동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아울러 원화 환율은 증시에서 `임계점'으로 보는 달러당 1,100원에 근접한 상황이고 국고채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오름세를 보이는 등 금리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증시에서는 벌써 `3고 경고등'이 켜졌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상대적으로 `3저'의 수혜를 본 우리 경제가 올해 `3고' 때문에 뜻밖에 좌초하지 않도록 정부나 기업 모두 세심하게 점검하고 철저히 대비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