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정국의 화두로 부상한 세종시 문제는 정부가 수정안을 공식 발표한 이후 16일만인 지난 27일 `연기.공주 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 전부 개정 법률안'을 입법 예고함으로써 행정절차는 사실상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의결만 남아 있는 셈이다.
하지만 그동안 세종시 논쟁은 `원안 고수'와 `수정안 추진'을 둘러싼 찬반 공방과 정치적 대립만 반복하는 제자림 걸음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제라도 여야 정치권은 원안과 수정안이 내포하고 있는 각각의 문제점이 향후 국가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놓고 품격있는 토론을 벌여 국민들의 합리적 판단과 이해를 도와야 할 것이다.
세종시 논쟁이 장외에서 국회로 이동하면서 1차적인 관심은 여권내 주류와 비주류의 갈등이 어떻게 전개될 것이냐에 집중되고 있다.
당장 오는 4일부터 시작되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여당인 한나라당의 입장이 질문자가 친이, 친박 중 어느 계파에 속하느냐에 따라 극명하게 대비되는 `한지붕 두가족' 상황이 연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친이, 친박이 서로 주장은 하되 감정을 상하게 하는 발언은 자제할 것을 부탁했다. 주장은 하더라도 절제된 언행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 주류는 `3월초 세종시특별법 전면 개정안' 국회 제출→4월 임시국회 처리'라는 일정표에 따라 2월 국회에서는 가급적 수정여론 확산에 주력한다는 방침이지만 여전히 내부 갈등 조정이 최대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여겨진다.
이와 관련해 정운찬 총리가 지난 29일 헌정회 초청 토론회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와 만나도록 건의하겠다"고 밝힌 점에 주목한다.
정 총리는 "두 사람이 갈등을 풀어야 한다는데 전적으로 동감한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갈등을 풀어야 (세종시) 문제를 평화적으로 풀고 장기적으로 좋지 않겠느냐"고 답변했다고 한다.
남북 정상간에 `열린 마음으로' 조건없는 회담이 운위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회동 필요성이 제기됐다는 점에 각별한 시선이 모아진다. 대화와 타협은 북핵과 남북문제 뿐 아니라 국내 현안에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는 해법이다.
반면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세종시 수정안은 이미 문제투성이가 됐고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도 전무하다"며 "이제 대통령이 결단해서 지긋지긋하고 소모적인 논쟁을 끝내야 한다"고 여권을 압박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특히 2월 중 다른 야당과 공조해 정운찬 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겠다며 수정안 처리와 연계하겠다는 전략을 재확인했다.
만약 야권공조에 의해 해임건의안이 상정된다고 가정할 경우 한나라당내 친박계 의원들이 취할 입장과 이에 따른 정치적 파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는 점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할 것이다.
세종시 수정 논쟁이 국가의 백년대계라는 본질을 벗어나 정파적 이해다툼으로 변질되는 것은 국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대전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여야 정치권은 이번 임시국회 회기가 설 연휴와 겹친다는 점을 감안해 초반부터 세종시 여론과 민심잡기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세종시 문제가 국가적으로 중차대한 사안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지만 당면 민생현안과는 거리가 있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안상수 원내대표가 2월 임시국회를 `일자리 국회'로 규정하고 관련 법과 제도를 마련하는데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적절한 판단으로 평가하며 야당도 적극 동참하기를 기대한다.
세종시가 `블랙 홀'이 되지 않도록 합리적 토론을 유도하고 관리하면서 해야 할 일을 하는 것도 정치권의 책무이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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