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드래프트제로 철밥통 깨길

'철밥통'이라 불리는 공기업 인사시스템에 경쟁과 변화의 태풍이 불고 있다. 최근 한국관광공사, 예금보험공사, 코레일, 한국거래소 등 공기업 인사에 프로스포츠에서나 볼 수 있던 '드래프트(draft)' 방식이 도입되고 있다.

구단이 최고의 선수단을 만들기 위해 뛰어난 선수를 영입하듯 임원이나 부서장들이 함께 일하고 싶은 부서장 또는 직원을 골라 데려오는 시스템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경쟁시대에 공기업만 여전히 경쟁의 사각지대에 머물며 국민 세금을 축내고, 공공 부채를 가중시키는 주범이 돼선 곤란하다. 공기업에서도 능력 없이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사람은 퇴출시켜야 마땅하다.

공기업은 지금까지 능력 없고, 일을 못해도 대체로 정년이 보장되는 퇴출 무풍지대였다. 하지만 최근 일부 공기업들이 드래프트 인사방식을 도입하면서 이런 철밥통 신화는 깨지게 됐다.

드래프트에서 탈락된 직원은 경쟁력 강화 교육을 받거나, 입사 동기나 후배 팀장 밑에서 팀원으로 일해야 하고, 명예퇴직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다.

능력과 성과에 따라 인사에서 발탁과 강등이 엇갈리고, 임금 격차도 생기게 됐다. 이렇게 상위직 간부가 쓰고 싶은 사람을 선택하는 드래프트 인사방식으로 한국관광공사는 팀ㆍ실장 64명 가운데 8명(12.5%)을 보직 해임해 팀원으로 강등, 전출시켰다.

예금보험공사에서도 팀장 62명 가운데 5명(8.2%)이 보직 해임돼 팀원으로 내려앉았다. 공기업만 그런 게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며칠 전 과장급 30여명에 대한 인사에서 보직 과장 8명이 무보직 발령이 났다. 이런 경쟁과 변화의 바람은 여기서 그칠 게 아니라 정부 다른 부처와 다른 공기업에도 널리 확산돼야 한다.

자리만 지키면 승진과 정년이 보장되는 과거 공기업 문화, 공직사회 풍토는 개선돼야 한다는 데 이론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공기업의 방만경영은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고, 나라 빚을 불려 국민 부담을 가중시킨다. 경영 실패와 적자까지 국민 세금으로 보전되며 공기업이 언제까지나 '신의 직장', '철밥통'이라는 소리를 듣고, 방만경영으로 지탄받는 일은 사라져야 한다.

능력이 떨어지고, 일을 못하는 직원은 당연히 퇴출되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보상을 받는 경쟁력 있는 조직이 돼야 공기업의 생존과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공기업의 무사안일주의를 깨고 경쟁을 불어넣는 새로운 인사시스템은 평가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담보돼야 제대로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업무 능력이나 성과를 엄정하게 평가한 인사가 아니라 지연, 학연 등 연줄이나 코드에 맞춘 인사라는 시비를 빚을 경우 당연히 추진돼야 할 공기업의 개혁이 수포가 될까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드래프트에서 탈락돼 강등되거나 퇴출된 사람도 무조건 '루저'로 낙인찍을 것이 아니라 충분한 소명 기회를 주고, 패자 부활의 길도 열어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