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업원 1인당 수익률, 당기 순익률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중소기업의 경영수치를 충족하고 있는 곳이 적지 않다. 또한 최근의 성매매 조직들은 기획력과 정보력에서도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 그들은 이제 남성 고객들을 유혹하는 매력적인 콘셉트를 스스로 기획할 수 있는 능력이 됐을 뿐만 아니라 수년 동안 쌓아왔던 사회 곳곳의 인맥들이 양질의 정보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단순히 ‘여자 장사’를 넘어서 ‘여자를 매개로 한 기업체’로 변신하고 있는 것이다. 갈수록 거대화 내지는 기업화되고 있는 성매매 조직의 실체를 파헤쳤다.
성매매특별법의 시행과 그에 따른 강력한 단속은 겉으로는 상당히 뛰어난 실적을 올렸다. 그 결과 집창촌이 무너져 전체 성매매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이젠 채 1%도 되지 않는다. 비록 현재도 군데 군데 집창촌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또한 남성들도 집창촌에 대한 매력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하지만 이런 사이에 성매매 조직들은 자신들을 더욱 강하게 키워왔다. 과거 집창촌이라는 ‘온실 속의 화초’를 벗어나 거친 세상에서 자신을 단련해온 것이다. 일단 무엇보다 큰 변화는 ‘바지사장’의 존재다. 물론 과거에도 바지사장은 존재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실제 운영자의 모습이 거의 완벽하게 가려지고 있다. 말썽이 생길 경우 바지사장들은 모든 죄를 뒤집어쓴다. 이들이 실제 운영자를 ‘실토하는’ 일은 거의 없다.
이는 바지사장이 구속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몸통’이 남아있기 때문에 성매매 조직은 재가동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제 그 어떤 단속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경찰 역시 ‘몸통’을 잡기 위해 애쓰고 있긴 하지만 그것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들 실제 운영자들은 이중, 삼중의 보호장치를 가지고 어둠 속에서 국내 성매매 시장을 조종 또는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수사관계자의 이야기다.
“사실 범죄수사와 처벌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그 범죄의 배후가 되는 세력을 뿌리 뽑는 것이다. 하지만 성매매 시장에서는 그게 쉽지 않다. 바지사장과 실제 운영자들의 고리가 워낙 단단해졌기 때문이다. 일부는 바지사장들이 실제 운영자를 아예 모르는 경우까지 있다. 바지사장들이 잡힌다고 하더라도 운영자들이 드러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뿐만 아니라 바지사장을 할 만한 사람들은 수없이 많다. 요즘과 같이 경제가 어려운 시기엔 돈만 되면 뭐든 하겠다는 사람들은 어딜 가도 있지 않은가. 그런 점에서 성매매 조직에 대한 수사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른바 ‘뿌리 뽑는 수사’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또한 지금의 경제적인 상황이 끊임없는 공급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도 성매매 조직들이 스스로를 유지할 수 있는 배경이다. 여기에서의 공급이란 결국 ‘여성’을 의미한다. 과거 성매매는 극히 일부의 여성들만이 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성매매라는 것 자체가 일종의 ‘알바’의 개념으로 변하고 있다. 낮에 공부하고 밤에 룸살롱에 나가는 여대생과 주말에 역할대행을 통해 성매매를 하는 직장여성들 얘기가 심심찮게 오르내린다. 평범한 가정주부가 노래방 도우미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전화를 이용, 파트타임 도우미가 되어 성매매 알바를 한다. 이제 자신이 마음만 먹는다면 ‘누구나’ ‘언제든지’ 성매매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이는 성매매 조직에게 있어서는 ‘날개’를 달아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과거의 성매매 여성들은 전업으로 성매매만을 했다. 그러나 최근의 성매매 여성들은 일반적인 사회생활을 하면서 성매매도 동시에 하기 때문에 남성들에게서는 ‘새로운 시장’이 열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꿈도 꿔보지 못했던 일이 현실이 되고 있다. 유흥을 좋아한다는 한 남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정말이지 예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아마추어 여성들이 성매매에 나선 것은 남성들에겐 매력적인 요소가 아닐 수 없다. 사실 집창촌 여성이나 술집여자에 대해선 대부분의 남성들이 꺼림칙하게 생각하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제는 집창촌 여성이나 술집여자와 같은 프로와 일반여성들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지금 사무실에서 일하는 커리어 우먼이 저녁에는 술집여자로 둔갑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경계가 허물어진 사이에 점점 강해지고 있는 건 성매매 조직이다. 이들 조직은 이제 탁월한 기획력까지 갖췄다. 예전에는 굳이 노력을 하지 않아도 여자 몇 명 데려다 놓고 장사를 하면 돈을 벌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단속을 피하면서 경쟁자들을 이겨야 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결국 거친 환경이 그들의 기획력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한 대딸방 관계자의 이야기다.
“아는 사람 중에 강남권 안마시술소 업주가 있다. 그런데 그 사람에게 주기적으로 여러 가지 콘셉트를 제공해주는 사람들이 몇 명인 줄 아는가. 열 명이 넘는다. 그런 사람들은 대개 직장에서 기획을 하는 단골손님들이거나 부장이라 불리며 일하는 전직 경찰관 등이다. 극히 일부의 얘기지만 아예 분기별로 혹은 연단위로 기획사와 계약을 맺는 업주도 있다. 돈이 있는 곳에 사람이 몰리고 사람이 몰리는 곳에서 탁월한 기획이 나올 수밖에 없다. 때로는 아가씨들이나 업소의 간부진들과 함께 단체로 해외여행을 하면서 새로운 기법을 익히기도 한다. 일종의 해외연수인 셈인데, 이런 과정을 통해서 새로운 콘셉트를 잡기도 한다. 성매매 업소들이 끊임없이 변신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지속적인 기획의 결과다.”
이렇게 ‘돈’이 되니까 아가씨들 역시 쉽사리 성매매 시장을 떠나지 못한다. 성매매 시장에 진입하는 여성들은 대략 20대 초반부터 30대 중반까지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녀들이 벌어갈 수 있는 돈의 액수다. 그 정도의 나이에는 아무리 좋은 직장이라도 한 달에 500만 원을 벌기는 어렵다. 그리고 그런 직장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이미 상위 10%에 속해야 하는 것이다. 학력, 집안, 스스로의 능력까지 최고의 것들을 갖춘 여자들만이 그 나이에 그 정도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
결국 성매매를 해야 할 수밖에 없는 여성들은 정상적으로는 그런 돈을 버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성매매 시장은 그녀들에게 ‘기회의 땅’을 제공한다. 물론 성매매 여성들이 다 원하는 만큼 돈을 버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꿈은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그녀들이 성매매 시장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얼마전 새롭게 유사성행위업소인 페티시대딸방에서 일한다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사실 처음에는 이 일을 하면서 ‘하루빨리 그만두어야지’라고 생각했다. 아마도 이 일을 시작하는 대부분의 여성이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나 스스로의 변화에 놀랐다. 이곳을 그만두고 싶지 않게 된 것이다. 사회에서 평가하는 내 개인의 능력에 비하면 이 일은 나에게 많은 수입을 가져다준다. 남들이 들으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단속에 걸리지만 않는다면 이 일을 계속하고 싶다.
내가 누리는 경제적 혜택을 생각하면 결코 이 일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심지어는 나이가 서른이 훨씬 넘은 유부녀 언니들까지 에이스급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을 보면 그녀들의 남다른 자기관리에 경탄을 하게 될 때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객관적 상황은 모두 성매매 조직들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경제적인 불황, 돈이라면 다 된다는 황금만능주의, IT 기기를 활용한 발빠른 홍보 등 이들에게 유리한 조건들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는 성매매 조직들이 향후에도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따라서 이제는 수사 및 사법당국의 인식도 많이 바뀌어야 한다. 이제 성매매 조직들은 ‘대충 잡아서 솎아내는’ 허섭스레기 같은 존재가 아니라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서 싸워 이겨야 하는’ 막강한 파워를 가진 밤의 강자로 거듭나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만약 수사당국이 ‘성매매와의 전쟁’에서 이길 의지가 진정으로 있다면 지금 같은 관할서 위주의 상투적인 단속이 아닌 지속적인 교차단속을 벌이는 등 더욱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시스템도 정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럴수록 업소에서 지불하는 이른바 ‘관’ 작업비의 규모는 점점 더 올라가게 될 것이다.
취재팀 evernews@ev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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