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버뉴스) 국내에서 청소년 성매매(원조교제)가 시작된 것은 2000년대 초반이다. 당시 인터넷상에서 ‘ㅈㄱ’이란 신조어가 등장한 이후 ‘조건만남’은 기존의 성매매 집창촌을 대체할 정도로 강력한 파급력을 보였다.

수많은 남성들이 ‘영계와의 만남’이라는 환상을 좇아 10대들과 성관계를 나눴으며 이 과정에서 부작용도 많았다. 남성들이 경찰 단속에 걸려 전과자로 낙인찍히는 일은 부지기수였다.

정상적인 사고로는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일’이지만 수많은 남성들은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원조교제를 해왔다.

물론 정부도 손을 놓고 있진 않았다. 끊임없는 단속의 손길로 원조교제를 차단하려 노력해왔다. 그러나 여전히 원조교제는 판을 치고 있고, 최근 들어서는 조건만남이라는 변형된 형태로 일반화되고 있다.

갈수록 진화하는 원조교제의 실태와 문제점, 그리고 대응방안에 대해 집중 취재했다.

그간 원조교제는 다양한 방법으로 발전해왔다. 초창기에는 인터넷 채팅을 통해서 일정한 금액을 받고 성관계를 맺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러던 것이 차츰 ‘역할대행’이라는 것으로 변해갔다. 사실 조건만남이든 역할대행이든 그 내용은 똑같다. 역할대행은 ‘건전대행’과 ‘불건전대행’으로 나뉜다.

건전대행은 잠자리를 갖지 않는 그야말로 ‘건전한’ 관계를 말한다. 정확한 통계는 나와있지 않지만 건전대행을 하는 여성 수보다는 불건전대행을 하는 여성 수가 더 많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처음에는 건전대행만을 하던 여성도 나중에는 불건전대행으로 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최 아무개 양(21)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사실 나도 이 일을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건전’만 하려고 굳게 마음먹었다. 돈이 없어서 이런 일을 해도 ‘몸 팔아서 생활한다’는 이야기만큼은 듣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전과 불건전의 금액 차이는 너무 크다. 거의 두배 이상 차이가 난다. 때문에 불건전을 하면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열 번 만나야 할 걸 다섯 번만 만나도 되기 때문이다. 바로 이것이 불건전을 하게 되는 원인이다. 돈은 더 벌 수 있고 시간은 더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은 거부할 수 없는 강렬한 유혹이다.

더군다나 이 일을 하는 대부분의 여성들은 나처럼 젊은 여성들이다. 유혹을 이겨낼 만한 나이도 아니고 경험도 없다.”

일단 ‘불건전’으로 들어간 여성들이 성매매를 통해 돈을 벌고나면 그 세계를 쉽게 떠나지 못한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원조교제에 발을 들여놓은 젊은 여성이 결국에는 유흥가로 유입된다는 것이다.

유흥가에서만 벌써 10년째 전전하며 생활하고 있는 박 아무개 양(28)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고등학교 때 가출을 한 뒤로 유흥가에서만 살아왔다. 그동안 만난 남자만 해도 수백 명이 넘는다. 함께했던 잠자리는 헤아릴 수조차 없다.

그런데 충격적인 것은 지금 내가 거의 무일푼이라는 점이다. 내 나이 스물여덟인데 이 나이면 화류계에서는 ‘막장’이다. 서른이 넘으면 업소를 차리거나 아니면 이곳을 떠나야 하는데 막막하다.

안타깝게도 인생을 허비하고 술에 지친 몸만 남았다. 유흥가의 여성들은 대부분 나와 비슷한 전철을 밟고 있다.

‘내가 다시 젊은 시절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후회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물정을 모르는 젊은 여성들은 지금도 화류계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원조교제를 했던 여성들은 무엇보다 ‘세상을 믿지 못하게 됐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2년간 원조교제를 통해서 생계를 유지해왔다는 김 아무개 양(23)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처음 일을 할 때에는 남자들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그런데 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생겼고, 어떤 때는 성병에 감염되기도 했다.

‘돈밖에 없는 남자’라고 큰소리치던 남자가 술 살 돈은커녕 화대까지 떼먹은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무엇을 해도, 누구를 만나도 의심부터 먼저 하는 성격으로 변해버렸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나도 모르게 이렇게 된 것이다. 내가 생각해도 피곤한 성격이지만 먹고살려니 어쩔 수가 없다.”

남자들 역시 원조교제를 하다 ‘패가망신’을 당하기도 한다. 한때는 잘나가던 직장인이었던 박 아무개 씨(32)가 바로 그러한 경우다.

그는 증권사에서 일을 했었고 능력도 뛰어나 직장 내에서 전도가 양양한 젊은이였다. 하지만 원조교제를 한 사실이 경찰에 발각된 뒤 그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졌다.

직장에서는 사표를 내야 했으며 동종업계에 소문이 퍼져 그 쪽으론 발을 들여놓을 수조차 없었다. 가정도 깨졌다. 아내가 내민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은 후부터 그는 혼자서 외로이 살아가고 있다.

그는 당시에 발생했던 일련의 일 이후로는 성매매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 그것이 한 사람의 인생에 미치는 악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도 인터넷 채팅 사이트와 역할대행 사이트에는 성욕과 돈을 둘러싼 위험한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여성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몸을 사줄 남성을 찾고 있으며 남성은 ‘좀 더 어리고, 좀 더 섹시한’ 외모를 가진 여성을 찾고 있다. 이러한 잘못된 문화를 바꿀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은 없는 것일까.

많은 전문가들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보다 근원적인 처방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우선 탈선 청소년들이 많이 생길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혹독한 경쟁체제에서 탈락한 학생들은 자존감을 잃어버리고 주변으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하면서 서서히 나쁜 길로 빠져들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다 ‘가출’을 하고, 이는 걷잡을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계기가 된다. 당장 생계를 해결해야 하니 고생고생 하다 결국에는 ‘몸뚱아리’에 의존하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유흥문화를 암묵적으로 인정해주는 행정과 법집행도 큰 문제라고 한다. 오늘도 서울시청 뒤편에 있는 북창동에서는 ‘음란한 쇼’가 계속되고 있고 원조교제 사이트는 ‘당사자 간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다’는 이유같지 않은 이유로 방치되고 있다.

또한 경찰은 늘 ‘지속적인 단속’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벤트성 단속’을 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걸리는 사람만 재수없다’는 인식을 확산시켰고 이는 성매매 범죄자들의 죄책감을 약화시키고 있다.

결국 이 모든 사회구조가 근원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성매매는 근절될 수 없다는 것이다.

구성모 헤이맨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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