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요코스카에 모항을 둔 미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를 위시한 함정 수척이 25일 부산과 진해에서 출동하고 7함대의 핵 추진 잠수함 등 다른 함정은 동해상에서 합류한다.
북방한계선 인근까지 동해 전역에서 시행하는 이 훈련에 아시아 최대의 상륙함인 독도함을 필두로 구축함, 잠수함과 탐사선 등 우리 함정이 동참한다.
한반도 상공에 데뷔하는 미국의 최신예 랩터 전투기, 호넷 전폭기와 조기경보기 등 함재기와 함께 국군 전투기, 대잠수함 초계기와 헬기 등 항공기만 200대 이상 출격한다.
여기에 양국 육해공군과 해병대 병력 8천여 명이 참가한다. 대북 무력시위 성격으로 34년 전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 이후 최대의 연합 전력이 동원되는 퍼포먼스다. 상당한 비용도 들 것이다.
양국은 해상 기동 수송훈련은 물론 공중 급유와 실탄 폭격, 함포 사격과 대공 포격, 어뢰 발사, 폭뢰 투하, 모의 기뢰 부설 훈련을 실전처럼 진행할 예정이다. 일본 장교 4명도 조지 워싱턴호에 탑승한다.
훈련 장소로 동해와 일본해를 섞어 브리핑한 미 국방부 대변인의 혼선에 비춰 유의할 대목이다. 미 항모의 비행단장은 전폭기 이착륙 훈련에 앞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것"이라며 "2년 전에도 황해에서 실시했다"고 밝혔다.
북한 국방위원회는 이번 한미 연합훈련에 앞서 "의도적으로 정세를 전쟁 접경으로 몰아가는 데 대응해 필요한 때 핵 억제력에 기초한 보복성전을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예상했지만 우려스러운 반응이다. 여전히 불안정한 한반도 정세에 비춰 적절한 대응태세를 갖춰나갈 수밖에 없다.
그러잖아도 남북관계는 바닥으로 추락한 상태다. 유엔 안보리에 이어 무대를 동남아로 옮긴 남북은 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서 다른 국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양보 없는 설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서로 또 상흔을 주고받으면서 남북한 불문하고 국제적으로 '코리아' 브랜드만 더 손상된 것 같다. 앞으로 상당기간 팽팽하게 대립하면서 양측은 각자 국면 전환용 이벤트나 출구전략도 준비해야 할 상황이다.
북한이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운운하며 대화 재개를 계속 요구하는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천안함 논쟁을 이어갈 경우 우리 측도 크게 유리할 것이 없다.
대북 추가 압박이 가중되고 한미일과 북중러 대치전선의 골이 더 깊어지면서 북한에 체제존속을 위한다며 핵실험을 또다시 감행할 명분만 주게 될지도 숙고해야 한다.
당분간 냉각기가 불가피하지만 관련국들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6자회담과 4자, 양자 회담이 모색되는 국면도 시간문제일 것이다.
한미 연합훈련과 이에 대한 북한의 보복 다짐으로 한반도는 또다시 전쟁과 평화의 중간선상이다. 국제법상도 마찬가지다.
6·25 전쟁을 봉합한 7.27 정전협정이 57년째를 맞지만, 남북한과 핵심 참전국이던 미국, 중국 간에 긴장감이 다시 팽팽해졌다.
넉 달 전의 천안함 사태도 한반도가 휴전상태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전쟁을 완전히 종식하는 평화협정에 남북과 한반도 주변국들이 공감하지만, 선결과제가 많다.
우선 남북 간 정치ㆍ군사적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 바닥에 떨어진 남북관계를 타개하면서 한민족의 상생 공영이라는 대명제를 공론화, 실용화하려면 양측 모두 변신할 필요가 있다.
"막히면 변해야 하고, 변하면 통할 수 있고, 통하면 오래갈 수 있다(窮則變, 變則通, 通則久)"고 주역이란 고전에도 해법이 있다.
북한은 먼저 오바마 집권 이후 예상과 달리 대미 관계가 왜 호전되지 않는지 이유와 배경을 반추해야 할 것이다.
천안함 침몰도 남북 간 평화 정착이 얼마나 절실한지를 깨닫게 하는 사건이다. 멀리 이슬람 세력권의 한복판에서 생존투쟁을 전개해온 이스라엘과 함께 유럽의 중심에서 영세중립국 위상을 유지해온 스위스의 사례도 전략적으로 비교 검토해봐야 한다.
올해는 한일 강제병합의 경술국치 100주년이며 6.26 한국전쟁 60주년에 6·15 남북공동선언 10주년이다. 현안 타개를 넘어 거국적으로 중장기 비전과 통찰력을 동원해 대처해도 어려운 상황이다.
남북 당국은 국민적 여망을 모아 각급 대화와 교류의 그랜드 청사진도 준비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밀명으로 작년 10월 싱가포르에서 북한의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과 만나 정상회담 일정을 조율했다는 임태희 대통령실장의 큰 역할도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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