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세 신설 제안은 장차 통일을 염두에 둔 재원확보 대책의 일환으로 사회 각계의 폭넓은 여론수렴에 물꼬를 열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이번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 대통령이 방점을 둔 대목은 임기 반환점(8월25일)을 앞두고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 방향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국민들에게 이해와 협조를 당부한 것으로 여겨진다.
6.2 지방선거와 7.28 재보선을 거치면서 민심의 소재를 확인하고 이에 따른 당.정.청 인적 쇄신이 마무리된 시점에서 이 대통령이 제시한 `공정한 사회'가 국정 전반에 걸쳐 어떤 모습으로 정책과 제도개선에 투영될 것인지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공정한 사회는 출발과 과정에서 공평한 기회를 주되, 결과에 대해서는 스스로 책임을 지는 사회"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공정한 사회야말로 대한민국 선진화의 윤리적 실천적 인프라"라고 역설한 뒤 "앞으로 우리 사회 모든 영역에서 `공정한 사회'라는 원칙이 확고히 준수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시장경제의 발전과 정착에 필요한 윤리규범 강화에 바탕을 둔 `공정한 사회'가 다소 유토피아적인 개념으로 인식될 소지가 없지 않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구체적 실천조치로 ▲규제개혁 ▲사교육비 절감을 포함한 교육개혁 ▲가난의 대물림을 끊기 위한 든든학자금 ▲서민의 내 집 마련을 돕는 보금자리 주택 ▲소상공인을 위한 미소금융과 햇살론 ▲각 계층별 맞춤형 일자리 창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정책 등을 열거했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기존의 친서민중도실용 정책과 생활공감 정책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 측은 `분배 우선주의'로 정책기조를 전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하는 점은 `공정한 사회'가 선진국 도약을 위한 `윤리적 실천적 인프라' 구축의 가치개념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즉, 우리 사회가 공정한 `게임의 규칙'을 확립해 국민 누구나 정당한 노력을 통해 성공할 수 있고 계층 상승도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야만 선진국으로의 도약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법과 질서의 확립이 전제돼야 하고 무엇보다 사회지도층의 솔선수범과 희생정신이 요구된다.
소외계층이 상대적 빈곤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정의가 살아숨쉬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실감할 수 있도록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하게 법이 집행돼야만 `공정한 사회'가 구현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최근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또다시 확인된 위장전입 사례와 고위공직자들의 병역기피 논란 등은 `공정한 사회'에 걸림돌이 될 수 밖에 없다.
과거 김영삼 정부 시절 공직자 재산공개와 함께 시행됐으나 용두사미에 그쳤던 `윗물맑기운동'과 유사한 캠페인이라도 전개할 것을 제안한다.
한국판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선행되고 서민들이 일상적으로 접하는 병원, 경찰서, 세무서, 구청 및 주민센터 등에서 문턱이 낮아져야만 `공정한 사회'의 조건이 충족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남북관계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선(先) 비핵화를 전제로 한 3단계 통일방안을 제시하고 통일세 신설 논의를 제안했지만 천안함 피폭사건 등으로 경색된 교착국면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통일세 문제의 경우 통일에 대한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있지만 시기적 적절성을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도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제 더 이상 북한의 어떠한 도발도 있어서는 안되며, 용납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단호한 대응을 강조하면서도 "지금 남북관계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며 공존과 발전을 지향할 것을 촉구했다.
평화통일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대명제이지만 분단 상황의 안정적 관리와 전쟁재발 방지도 통일을 위한 필요충분 조건임에 틀림이 없다.
6.25 전쟁 발발 60주년에 이어 광복 65주년과 한일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대한민국의 좌표를 새롭게 설정하고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도 내부의 소통과 화합, 남북관계의 발전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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