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소속 의원, 원외당협위원장, 외부 인사 등 21명으로 구성된 `국민지향공천개혁특위'를 발족하고 오는 10월까지 국회의원 공천심사 규정 개선안을 확정키로 했다.
특위는 이어 지방선거 후보자와 대통령 후보 공천 관련 제도개선도 순차적으로 다루기로 했다. 그동안 일부 소장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공천개혁 요구가 간헐적으로 제기돼왔지만 당차원에서 공식기구가 구성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위 위원장인 나경원 최고위원은 "줄세우기도, 줄서기도 없애는 공천제도 확립만이 당 화합이라는 화두를 이룰 수 있고, 미래가 있는 정당으로 나아가는 길"이라며 당원이 주체가 되고 민심과 소통하는 공천제도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피력했다.
특히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는 17일 우리 정치가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일본식 공천제도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미국과 같은 `오픈 프라이머리(open primary)'제도, `상향식 공천제'를 과감히 도입해야 한다"고 구체적인 대안까지 제시했다.
공천제도는 정치개혁은 물론 정당개혁의 실질적인 요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특위가 획기적인 개선안을 마련, 당헌.당규에 반영돼 실천적인 제도로 확정될 경우 정치선진화의 기틀을 다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롤러코스터 정국'을 야기한 지난 6.2 지방선거와 7.28 재보선 결과에 대해 여야 정당은 공통적으로 공천실패를 패배의 주된 원인으로 지적했다.
`안이한 공천' 또는 `오만한 공천'으로 인해 민심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는 자체 분석을 내놓았지만, 공천제도의 투명성, 공정성, 합리성을 확보하자는 생산적인 논의로 발전시키지는 못했다. 공천이 각당 지도부의 권력구도와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인 것이다.
한나라당 공천특위 활동과 결과에 각별한 관심이 쏠리면서도 용두사미에 그쳤던 과거 정치개혁 논의의 사례가 연상되는 것은 공천개혁이 그만큼 난제일 수 밖에 없다는 경험론에 기초한다.
이런 맥락에서 특기할 점은 한나라당이 공천개혁 문제를 `당화합'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후년 4월로 예정된 차기 총선을 앞두고 7.14 전당대회 직후 특위를 서둘러 발족시킨 배경에는 공천권을 둘러싼 계파 갈등 소지를 말끔히 해소하지 못할 경우 자칫 당이 깨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짐작된다.
차기 총선은 8개월뒤에 치러지는 대선의 사실상 전초전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공천개혁은 정권재창출 문제와 전혀 무관하다고 볼 수도 없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한나라당 내 친이(이명박)과 친박(박근혜)계의 불신과 갈등은 지난 총선 당시의 `공천파동'에 기인한 측면이 큰 것이 사실이다.
특위가 지난 총선의 `오류'를 반면교사로 삼아 각 계파가 납득하고 수용할 수 있는 `경쟁의 룰'을 마련하고 개선안이 최고위원회의의 의결까지 무난히 통과해 시스템으로 정착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나경원 최고위원은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공천은 민천이 돼야 하고, 제도변경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운영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한국형 정당민주주의에 부합하는 `공천표준'을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만약 나 최고위원의 언급처럼 한나라당이 공천제도 개혁에 성공할 경우 다른 정당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에서 정치개혁 논의에 순기능 효과를 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전당대회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하고 원내정당화를 표방했던 사례를 굳이 예시하지 않더라도 특정 정당의 `정치실험'이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는 데 긍정적인 효력을 발휘하게 되면 선의의 경쟁과 발전적 변화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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