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천안함이 어뢰 공격을 받아 침몰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천안함 피격사건 합동조사결과 보고서'를 13일 공개했다.

지난 5월20일 중간 조사결과 발표 이후 4개월여 만에 발간한 보고서의 핵심은 달라지지 않은 가운데 자료와 사진 등이 보완됐다.

보고서는 천안함이 "어뢰가 수중 폭발해 일으킨 버블효과로 선체가 두 동강 나 침몰했다"며 "무기체계는 북한에서 제조 사용되는 고성능 폭약 250㎏ 규모의 CHT-02D 어뢰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기뢰폭발 가능성에 대해서는 비접촉식 계류기뢰의 설치가 사고해역의 조류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고, 육상조종기뢰도 1977년 설치했다 재작년에 거둬들인데다 천안함을 두 동강 낼만한 위력이 없다는 이유로 배제됐다.

합동조사에 참여한 미국과 영국, 호주 등이 조사 결과에 동의한다고 서명했으나 3명이 일주일간 방한했던 러시아 조사팀의 활동결과는 포함되지 않았다. 앞으로 괄목할만한 사실이 새롭게 드러나지 않는 한 이것이 최종 보고서가 될 것이다.

이번 보고서에 국방부는 일부 새로운 내용도 포함했으나 주목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천안함 생존장병 중 41명은 당시 침몰 상황에서 "기름냄새가 났다"고 진술했으나 화염과 불꽃, 물기둥 목격자는 없었다.

50명이 골절과 타박상을 당했으나 화상환자는 없었다는 내용도 추가됐다. 그러나 그동안 제기된 일부 의혹들이 해소되지 않고 남게 돼 아쉽다.

무엇보다 천안함의 우현 프로펠러가 한쪽으로 휘어진 경위와 '결정적 증거'로 제시된 어뢰 추진체에서 폭약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한 설명이 불충분하다.

또 어뢰추진체가 북한산이라고 입증할만한 카탈로그 등을 끝내 공개하지 않고 어뢰추진체에 쓰인 '1번' 잉크의 원산지도 밝혀내지 못했다.

특히 프로펠러 문제는 좌초론 주장자들이 꼽은 핵심 의혹인데도 우현 프로펠러가 한쪽으로 구부러진 반면 좌현 프로펠러는 멀쩡한 이유에 대해 시원스러운 해답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예상대로 여야 정치권은 국방부의 천안함 보고서에 대해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은 "의혹만 더 키웠다"면서 국회 천안함 특위의 재가동을 요구했다.

또 사고 가능성을 언급한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와 "어뢰공격 근거가 없다"고 주장한 재미 서재정, 이승헌 교수를 국감 증인으로 신청할 태세다.

반면 한나라당은 "진실이 확실히 규명됐다"며 최종 보고서가 발간된 만큼 더 이상의 정치 공방 대신 남은 의문점에 대해서는 전문가끼리의 공개토론회를 거쳐 의혹을 해소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특위를 재가동하든, 공개토론회를 열든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군과 정부는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 더 반성해야 한다. 국방부는 이번 보고서에서 북한 잠수함정의 예상 침투로와 백령도 앞바다의 조류상태를 분석한 자료도 공개했다.

천안함 침몰의 비극이 나기 이전에도 합참과 해군은 해당 해역의 조류상황 등을 분석해 경비작전 지침을 수립하고 숙지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충분히 유사사태를 예상하고 대비할 수 있었는데 속수무책으로 당한 셈 아닌가. 천안함 사태에서 나름의 교훈을 찾아 이 같은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군 당국과 장병이 '유비무환'의 정신무장으로 환골탈태하기를 거듭 주문한다.

정부 당국도 천안함 사태를 넘어 남북관계가 정상화 방향으로 나가도록 지략을 동원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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