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태의 재발을 막고자 한국과 미국 정부가 7월에 한 연합훈련과 8월의 서해합동훈련 당시 국군 장성 3명 중 1명이 휴가를 떠났다고 한다.

최상급 군지휘관인 장성들의 정신자세에 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또 하나의 이유다.

국회 국방위원회 안규백(민주당) 의원이 밝힌 자료를 보면 7월25~28일 동해에서 미국의 항공모함 전단이 참가한 가운데 시행한 연합훈련 기간에 휴가를 간 장성은 육군 46명, 국방부 5명, 공군 4명, 합참 연합사 해군 각각 2명 등 61명이다.

또 서해 천안함 침몰 현장에서 8월5~9일 진행한 육.해.공 합동 대잠수함 훈련 기간에 휴가를 떠난 장성이 육군 48명, 국방부 12명, 공군 9명, 방위사업청 4명, 합참 3명, 연합사 2명, 해군 1명 등 79명으로 더 늘었다.

천안함 사태와 유사한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군이 특별히 준비한 9일간의 훈련 동안 전체 장성 430여 명의 32.6%인 140명이 휴가를 간 것이다. 한심하고 개탄스러운 일이다.

비상훈련기간에 이러니 평상시에는 과연 어떨까. 휴가를 간 장병도 비상시나 특별 훈련기간엔 귀대시켜 최소한 대기태세를 유지하는 게 정상이다.

국군 장성의 1/3 이상을 일시에 감축해도 국방부가 할 말이 있을지 궁금해진다. 징병 복무기간 연장 필요성 주장이 무색해질 만한 대목이다.

태평양을 건너 연합훈련에 참가한 미 7함대의 수만, 수천 톤급 항모와 이지스함, 핵잠수함의 승조 장병에게도 부끄러운 일이다.

안 의원의 지적처럼 단 9일의 훈련기간에 군 장성 3명 중 1명꼴로 국가안보를 뒤로한 채 휴가를 떠났다는 것은 정부 당국의 군 기강 확립방침이 빈말일 뿐이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통상 대규모 군사훈련이 예고되면 북한조차 "훈련이 실전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가상 아래 전군이 비상경계태세에 들어간다고 알려졌다.

실제 8월 초 합동훈련 마지막 날에 북한은 서해 북방한계선 우리측 관할수역으로 해안포를 117발 쏘아댄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의 해안포 사격훈련을 야기할 정도의 훈련 상황이라면 국군은 마땅히 가용 병력을 총동원해 전투준비태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 인식이다. 훈련 때 땀 한 방울이 전투 때 피 한 방울을 아껴준다는 경구도 상기된다.

천안함 사태가 발발한 3월26일 북한의 잠수정과 모선이 기지를 떠나 출동했다는 정보도 거의 사실로 확인됐다.

국회 국방위원회 신학용(민주당) 의원은 "천안함 사고 당일 아침 북한의 연어급 잠수정과 예비 모선이 작전에 나서고 사고발생 직전엔 장산곶 등지의 해안포 10문이 일제히 전개돼 북한군이 급박하게 움직인다는 정보가 전파됐으나 정작 합참이나 제2함대는 적절한 대응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이에 김태영 국방장관은 "당시 정보판단으로는 심각하게 보지 않았다"며 "신 의원이 공개한 것은 암호정보"라고 반박했다. 본말이 전도된 발상으로 역시 개탄스럽다.

정보 판단을 그르쳐 초계함이 침몰하고 장병 수십 명이 희생된 사실보다 더는 기밀 가치도 없는 정보 공개가 문제라는 말인가.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5일 "소 잃었으면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한다"며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국방장관 해임을 요구했다.

한 달 전 국방전략회의 당시 김 장관은 "국회에 제출하는 자료는 국감시 큰 문제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특히, 각군.방사청.병무청의 자료도 확인 검정을 거쳐 통제해야 한다"고 지시하면서 위반시 문책하겠다는 엄포성 공문을 시달했다고 한다.

비판받을 내용은 봉쇄하자는 메시지일 것이다. 천안함 사태 초기에 정부 발표 내용을 믿는다는 국민이 여론조사에서 70%를 넘었다가 나중에 30%대로 역전됐었다. 국민의 대군 신뢰 수준이 더 바닥으로 추락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군이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조직으로 거듭나야 할 때다. 더는 정보 조작과 왜곡, 불신과 부조리.비리.부패의 집단으로 매도돼서는 안 된다.

군 장병은 모두 국민의 아들 딸이며 군사조직과 장비는 국가의 귀중한 자산이다. 인력과 무기도 공공재로서 공정하게 관리돼야 마땅하다.

군화와 방독면 등 군 기초장비의 부실관리, 불량한 전차와 장갑차 운용실태, 전투기와 헬기의 잦은 추락사고, 병무행정의 난맥상 등은 더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군이 더는 이대로 가면 안 된다. 대통령 직속의 상설자문기구로 민관군이 함께 참여해 국방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소통위원회'라도 검토해볼 때다.

군 출신 위주로 기왕에 구성된 특정 위원회에 대한 기대는 접어야 할 듯하다. 해묵은 난제를 풀어나갈 더 객관적인 시각과 방책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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