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리랑 공연 관람하는 김정은

 천안함 사태 이후 한반도 정세는 불확실성이 한층 고조되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양상이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한이 대화재개를 조심스럽게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3대 권력세습은 시나리오 대로 예정된 수순을 밟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북한의 후계자 김정은은 노동당 창건 65주년 기념일인 10일 오전 평양 김일성 광정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함께 열병식 주석단에 올라 군부대의 열병 신고를 받았다.

이 상황은 사상 처음으로 TV와 라디오를 통해 생중계됐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이날 오전 돌연 숨진 채 발견돼 그에 대한 인간적인 연민과 함께 남북 분단의 비극, 역사의 아이러니를 느끼게 한다.

하지만 한국과 미국의 안보당국에서 북한의 `불안정 사태'가 공식적으로 거론될 만큼 한반도 정세의 불안정성은 높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와 주변 4강과의 전략적 접근에 각별한 관심이 집중될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관점에서 커트 캠벨 미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의 방한과 제42차 한미안보협의회(SCM)는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준다.

장단기 대응전략을 포함해 외교적, 군사적 조치 등을 포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캠벨 차관보의 대북정책 기조 발언은 한반도 정세의 진전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로 `남북관계의 진전'을 명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캠벨 차관보는 특히 "우리는 남북간에 대화와 포용의 신호가 있을 것으로 믿고 있으며 그런 과정이 계속되도록 독려하고 있다"며 모종의 막후접촉이 전개되고 있음을 암시했다.

그는 아울러 북미대화의 전제조건에 대해서도 "남북관계의 진전이 선행요건"이라고 못박고 "북한이 2005년 비핵화 약속을 분명하고도 설득력있게 이행하는 모습을 기대한다"며 간결하면서도 명확한 대북 메시지를 재확인했다.

한미 양국이 `2+2'(외교ㆍ국방장관) 회의의 후속조치로 오는 12월 미국 워싱턴에서 차관보급 `2+2' 회의를 개최키로 합의한 것은 11월의 미국 중간선거와 G20(주요 20개국) 서울 정상회의 이후 본격화될 것으로 관측되는 한반도 정세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포석으로 읽혀진다.

반면 지난 8일 워싱턴에서 열린 제42차 SCM은 북한의 급변사태를 염두에 둔 `불안정 사태'라는 문구를 공동성명에 처음으로 명기하고 대북안보태세 강화에 역점을 뒀다는 점에서 시의적절한 것으로 평가된다.

양국 국방장관은 회의에서 북한의 위협 및 전략상황 변화에 종합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작전계획(일명 작계 5015)의 발전을 위한 `전략기획지침(SPG)'에 합의 서명하고 양국 합참의장 협의체인 군사위원회(MC)에 이를 하달했다.

또한 북한의 핵 및 대량살상무기(WMD) 위협에 대비한 정책적인 방안을 발전시키기 위해 국장급을 공동위원장으로 한 `확정억제위원회'를 신설하고 내년부터 상시 가동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특히 확장억제 제공과 관련해 미국과 동맹국 간의 협력기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이외의 지역에서는 한국이 처음이며, 이는 한미동맹의 공고함과 성숙함을 반영한 것이라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이 같은 양국의 합의는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는 동시에 우리 국민의 안보 불안감을 해소하자는 의도도 담겨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남북한의 주도적인 해결노력이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급변사태에 관해 유비무환의 자세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만반의 대비책을 강구하는 것은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한미 양국은 물론 국경을 접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도 나름대로 대책을 검토하고 있을 것으로 짐작되지만 실제 상황이 벌어질 경우 그 파장은 극히 예단하기 어렵다.

문제는 급변사태로 이어질 수도 있는 현재와 가까운 장래의 상황을 어떻게 관리하고 대처해나갈 것이냐는 데 있다고 하겠다.

천안함 사태와 3대 세습체제 구축 속에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서울과 평양의 선택은 한반도의 장래와 운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취임한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새로운 정책 방향으로 제시한 `총력외교'와 `복합외교'는 다소 추상적으로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내부 조직의 변화와 개혁을 통한 `공정 외교부'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외교안보정책조정회의 의장으로서 대외.대북정책 기조를 재정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편집국  webmaster@evernews.co.kr

<저작권자 © 에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